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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나 Jul 06. 2022

새벽에 등장한 루틴

일상


새벽 수영을 시작하다


  아주 어릴 때, 아마도 초등학교 1학년 되는 나이였을 때 동네 수영장에서 친구랑 함께 수영을 다녔던 기억이 있다. 물은 매웠고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렀고 목 안쪽까지 얼얼했던 첫 수영의 기억. 그리 좋지 않았다. 물에서 뜨지도 나아가지도 못하고 애꿎은 물만 잔뜩 먹고는 추위에 벌벌 떨며 엄마에게 가고는 했다. 다만,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서 맡았던 진한 락스 냄새와 윗층 투명 창문에서 나를 보고 계시던 다정하고 포근한 엄마에 대한 기억이 수영을 아주 싫어하지는 않게끔 만들었다.


  얼마 못 가 그만두었던 수영. 그래도 물과 아주 멀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족끼리 여름철마다 계곡으로 휴가를 갔고, 계곡물에 깊게 몸을 담그며 놀았다. 친구들과 아주 가끔씩 수영장을 갔고, 성인이 된 이후 워터파크와 바닷물에서 물놀이를 했다. 나는 물이 좋다. 물이 코로 들어와 숨 막힐 때나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에는 무섭기도 하다. 그렇지만 물이 주는 자유로움과 시원함, 가벼움과 부드러움이 좋아서 조금 더 내가 물 속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정말 맥주병 중의 맥주병. 수영의 ㅅ자도 모르지만 수영을 잘해서 혼자 바다나 강에 가서 놀아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수영을 배워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코로나 때문에, 올해 초부터 계속 미뤄왔던 다짐이 이번 7월이 되어서 실행으로 이어졌다. 오전 일곱시 반으로 배우고 싶었으나 금요일마다 서울로 오전 수업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눈 질끈 감고 새벽 여섯시 수업으로 등록했다. 화요일과 목요일도 새벽 수업을 가기 위해 다섯시에 일어나는게 절대 쉽지 않은데, 월요일과 수요일은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날 것이다. 차라리 잘됐어. 늦잠 자는 날 없이 매일 일정한 기상 시간을 가지는 것이 컨디션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이번 달 부터 새벽 수영을 시작했다.



새로운 루틴을 만들다


  이왕 수영을 시작한 김에 그 시간을 앞 뒤로 좀더 탄력성있게 써보기로 했다. 일단 집부터 수영장까지 버스로 10분(정류장과 목적지 까지 걷는 것을 포함하면 30분)이 걸리고 자전거는 15분이 걸린다고 되어있다. 그래, 자전거를 타자. 비가 오지 않는 이상 가는 길은 자전거를 통해 가자. 그래서 공용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했다. 집에 있는 자전거는 가격이 어느 정도 나가서, 노심초사하며 타느니 공용자전거를 타는게 낫겠다 싶었다. 항상 머리 한 켠에 틈나면 해야겠다고 생각해온 자전거 타기, 그리고 또 하나 더. 수영 후에 시간이 여유로운 월요일과 수요일은 러닝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야겠다. 얼마 전에 러닝을 가볍게 배우고 30분 정도 뛰었었는데, 그 때 느껴지던 고요함과 몸 곳곳에서 느껴지던 감각과 열감, 생소한 팔다리의 움직임, 그리고 내게 필요한 힘이 채워지던 그 감각이 늘 마음에 남았다. 이후 주기적으로 시간을 내서 러닝을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나의 나태한 몸뚱아리는 그걸 실천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에 실행하기로 마음을 먹자 아주 기분 좋은 만족감이 몰려왔다.


  7월 4일, 월요일. 수영 둘째 날. 새벽 4시 50분에 일어나서 5시 10분에 집에서 나왔다. 밤사이 가라앉은 열기 속에서 선선하고 적당힌 습한 공기가 좋았다. 근처에서 자전거를 찾고 안장을 조절하고 출발했다. 지도로는 15분으로 나왔었지만 내가 타보니 25분 정도 소요됐다. 수영에서는 호흡법과 다리 움직임을 배웠다. 수영 이야기는 다음 번에 적어야지. 수영 후 여유롭게 나와서 7시 35분에 뛰기 시작했다. 최대한 나에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신호 대기가 필요한 횡단보도에서만 잠깐 숨을 돌렸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8시 5분. 오늘의 나는 25분의 자전거와 50분의 수영과 30분의 러닝을 완수했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니 평소 아침마다 느껴지던 피로와 무기력함은 전혀 없고 선명해진 의식과 안정적인 활기로 채워진 몸이 존재했다. 방 안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혼자만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금요일은 수업하러 바로 버스를 타고 가야하기 때문에 러닝을 못하겠지만, 이 삼일의 루틴을 계속해서 유지하면서 스스로 만족스러운 하루들을 보내봐야겠다. 이제 집에서 그만 무기력하고 그만 나태하자. 일주일이 마치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다는 무력한 느낌에서 벗어나자. 온전한 나의 시간들을 채워나가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혼자만의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정성들여 보낼 때 가장 성장하는 것 같고 안정감이 든다. 내 엠비티아이로 생각해보면 늘 E와 I 바율이 거의 반반인 E로 나타나는 이유이다. 사실 나한테 쉬운 것은 밖에 나가 사람들과 약속을 이어나가고 시간을 보내는 것.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발전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내면의 방에 있을 때.


수영과 러닝에 대한 고찰은 다음 번에 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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