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남미 씨. 친절한 벨기에인과 히치하이킹을!

그와 함께 한 우슈말 피라미드 투어

by 아보카도


히치하이커, 히치하이킹 이란 말은 왠지 모르게 키치 하게 느껴진다. 내가 히치하이킹에 부여한 키치스러움이란 키치 본연의 뜻 중 천박한, 저속한 미술품, 예술품에서 조금 확장해서 좋게 해석하면 대중화될 수 있는 모조품이라고 해 두자. 히치하이킹은 여행자라면 한 번 해 보고 싶은 싸구려(?) 교통수단이니까.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둘 다 정말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히치하이킹을 했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수많은 여행기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히치하이킹이었다. 부랑자가 되어 손을 흔들며 '저 좀 태워주세요' 하는 히치하이킹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관광지에서 만난 사람과 같이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서 엉겁결에 그 사람 차를 함께 타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히치하이킹이 아닐는지도 모르지만 처음 만난 사람의 차를 얻어 탔으니 내 나름의 히치하이킹 아니겠나.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독어 4개 국어나 구사했다. 언어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동경이 큰 나는 그를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는 벨기에라는 나라 위치가 다국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했다. 나는 대개 동행자 혹은 현지인을 만나면 주로 질문을 하는 사람, 듣는 사람이었는데 벨기에인은 정말 투머치 토커였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가 교통사고로 죽고, 피앙세가 이미 있는 벨기에인이었는데 피앙세가 이전 여자만큼 좋지 않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무슨 반응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위로를 건네야 할지, 그 여자가 더 좋아질 거라고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막 신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랑했던 여자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낯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툴룸으로 갈지 우슈말로 갈지 고민하다가 우슈말에 도착한 나는 거기서 이 벨기에인을 만났다. 각기 200페소를 내고 투어가이드를 받으면서 능글맞은 가이드 덕분에 내내 웃을 수 있었다. 그 가이드 투어를 마치고 나서 벨기에인이 차를 렌트해서 혼자 다니는데 심심하다고 했다. 그는 출장차 멕시코에 와 있었는데 업무를 다 끝내고 나서 멕시코 여행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는 피라미드에 관심이 많았고 보고자 하는 피라미드들은 혼자서 버스로는 못 볼 것이니 함께 하자고 해서 kaba sayle lebana, loltune을 함께 봤다.



그와 함께 히치하이킹을 안 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피라미드들이었는데 나도 개인적으로 피라미드에 관심이 있어서 흥미롭게 피라미드들을 관찰했다. 처음 피라미드 정상에 올라갔을 때는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은 죽어났겠구나 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거대 cathedral에 갔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무수히 많은 성당과 교회가 있는 푸에블라에 갔을 때도 라울 교수님한테 '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서 왜 교회를 지었는지 이해가 잘 안 가요. 만약 교회를 짓는데 많은 인력이 이용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들은 빨리 죽지도 않았을 거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 몇십 년이나 걸려서 교회를 짓는 일에 온 몸을 바치지 않았다면 그 사람들이 다른 일을 해낼 수 있지도 않았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 무신론자인 교수님은 그래도 이 웅장한 곳이 지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오면 압도되고 뭔가 안정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나름 좋은 점도 있지 않냐고 했다. 벨기에인 역시 많은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만들면서 죽어났지만 이 웅장한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솔직히 그건 맞다. 거대한 성당이나 거대한 피라미드를 가면 뭔가 압도되고 특별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이 생각은 꽤 많은 피라미드를 둘러보면서 든 생각이다. 피라미드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다큐멘터리의 웅장한 음향 탓인지 난 정말 마야인이라도 나타나서 나한테 교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수많은 돌덩어리를 봐서 기억도 안 난다는 어느 여행자의 말은 어느 정도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아니면 사실 내가 아는 게 많이 없어서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마야의 신비로움을 못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참 신기한 건 유명한 툴룸, 치첸이차보다 멋있는 피라미드들도 많이 있는데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거의 없고 명성이 높은 지역에만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렸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내가 유명 맛집을 검색해서 제일 후기가 많은 음식점 혹은 커피숍으로 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피라미드 근처에는 이구아나도 많았다. 말로만 듣던 이구아나를 처음 봤는데 처음에는 나를 잡아먹을까 봐 나를 쪼아댈까 봐 무서웠는데 이구아나는 사람들을 아랑곳 않고 혼자 광합성을 잘하고 있어서 가까이 가서 막 사진을 찍기도 했다. 남미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거북이알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직접 방류했던 거북이들 생각 때문에 절대로 못 먹겠다고 한사코 거부했다. 이구아나 고기는 친구가 하도 먹어보래서 먹었는데 닭고기 같은 느낌이 났다. 페루 전통음식 기니피그, 꾸이보다는 그래도 백배 나았다. 이구아나는 툴룸이나 치첸이차에 갔을 때도 많았다. 얘네들은 사람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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