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와의 첫 만남, 엘 칼라파테 모레노 빙하
요즘은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서 남미를 가기도 하고, <뭉쳐야 뜬다에> 서도 남미를 가고 해서 남미가 이전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그렇게 멀지는 않은 나라, 한 번은 가 볼만한 나라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분명 이전보다 한국인들도 많이 갈 것이고 여행 중에 한국인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근처 일본이나 중국, 베트남, 태국까지만 가도 한국인은 정말 많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여행 중에는 한국인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간간이 만나는 한국인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한국인이세요?"
이 말 한마디가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여행지에서 친구가 된 한국인과는 한국 와서 따로 만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더 애틋했다. 파타고니아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과 일본인을 만났는데 같이 파스타를 해 먹고 스테이크를 구워 먹으면서 친해졌다. 타카상이랑은 다음 날, 같이 모레노 빙하도 보면서 웃긴 사진도 많이 찍었던 듯하다. 그는 우수아이아에서 펭귄을 보고 파타고니아로 넘어왔는데 펭귄이 정말 귀여웠다며 좋아라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는데 타카상이 같이 플라밍고를 보러 가자고 해서 셋이서 플라밍고가 있는 호수로 향했다.
영화 <버닝 플레인>의 대지가 떠올랐다. 좋아하는 여배우(제니퍼 로렌스, 샤를리스 테론)가 두 명이나 나오는 데다, 그 황량한 느낌이 너무 영화에 잘 담아져 있고, 말하는 바도 심오해서 좋아했던 영화였다. 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면서 벅찬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남미 하면 흔히들 우유니나 마추픽추를 버킷리스트에 넣으면서 꼭 가 봐야 할 명소라고들 하지만 정작 내가 정말 경이로웠던 것은 파타고니아의 모레노 빙하를 보고 나서였다. 긴 비행을 하고 나서 무탈하게 착륙하면 종종 비행기에서 박수를 치는데, 모레노 빙하에서 빙하가 우두두 갑자기 떨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모레노 빙하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빙하 위에서 직접 트래킹도 할 수 있고, 페리를 타고 가까이서 빙하를 볼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는데 실제로 빙하가 떨어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철렁 앉기까지 했다. 기분 좋은 철렁 내려앉음이었다. 역시 나는 한낱 인간에 불과하구나. 위대한 대자연. 이런 느낌? 남극과 북극에 가면 어떤 느낌 일까도 생각했던 것 같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어도 부디, 모레노만은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 주길.
파타고니아는 페루 쿠스코나 멕시코 산크리스토발에서 내가 느낀 쓸쌀함보다는 한층 고급되고 세련된 느낌이 든다. 페루 쿠스코가 일반 초콜릿이라면 파타고니아는 고디바랄까.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도 비쌌다. 빙하 투어 역시 다른 일반 관광지 투어보다 비싸지만 그 정도 값어치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 제일 맛있게 먹은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은 곳도 파타고니아의 한 레스토랑이었고 제일 맛있었던 와인도 이 곳, 파타고니아에서 먹은 와인이었다. 물론,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와인이 정말 싸다. 나는 당시에,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암환전을 많이 할 계획이어서 아르헨티나 페소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파타고니아에서 여행이 끝날 무렵 내 수중에 남은 페소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들을 만들고 나서 나는 칠레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