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남미씨. 버기 온 앤 온, 이카 버기 투어

와카치나 사막에서 모래 샤워를!

by 아보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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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원래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로망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유독 모래언덕인 사막에 대한 로망이 컸던 게 사실이다. 사막 하면 몽골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의 경우는 중동을 떠올렸으니깐. 실제로 여행 중에 튀니지 여행 중에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서 공항에 갇혀 있었다는 여행지도 있었다. 내가 남미에서 겪었던 카메라 도난사건, 여행사의 사기 행각, 택시 아저씨의 바가지요금 씌우기는 사실 공항에 갇혀 있었던 여행자가 겪은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지금 중동은 분쟁 지역이라 여행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평화가 찾아들고 여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스라엘이나 튀니지를 꼭 가고 싶다. 팔렌케에서 만났던 이스라엘인 '마야'가 이스라엘에서는 사계절을 한꺼번에 다 체험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을 극찬하기도 했고 영화 <케이크 메이커>에서 받은 그 느낌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영화 속 할랄푸드에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둔탁한 느낌이 좋았고, 영화의 주무대가 되었던 정갈했던 그 카페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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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리마에서 이카로 넘어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크루즈 델 수르 버스를 탔다. 우리나라 고속, 시외버스도 회사별로 다르듯이, 페루의 버스도 회사별로 각양각색인데 크루즈 델 수르는 여행자들이 주로 많이 이용한다. 꼼꼼히 정보를 찾아서 여행하는 여행자였다면 크루즈 델 수르 말고 다른 버스를 탔을 텐데 나는 이카로 이동해야 한다는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크루즈 델 수르를 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이카에서 버기 투어를 마치고, 나스카로 이동할 때는 저렴한 버스를 타 봤는데 덜덜거리는 정도가 심하고 매연 냄새가 나서 죽는 줄 알았다. 이카에 도착해서는 택시로 쓰이고 있는 노란색 티코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티코들을 남미에서 보다니 너무나도 반가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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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버기 투어가 정말 좋았다. 일단,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투어를 했던 것이 좋았다. 경사진 모래언덕에서 스노보드도 탈 줄 모르는 나는 샌드 보딩을 여러 번 하면서 모래 범벅이 되기도 했다. 사막은 이차선, 삼 차선이 아니다 보니 종횡무진해도 사고가 날 리 만무했다. 속도를 높여서 막 달리는데 우리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손에 쥔 카메라가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찍었던 영상 속에서 우리는 굴곡이 진 모래 언덕을 오르내릴 때마다 아악 거리기도 했지만 좋아서 죽겠는 웃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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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카는 마을 자체가 모래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버기 투어 외에는 할 게 없다. 그래서 호스텔에서 클럽처럼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소설 <모래의 여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소설이었는데 영화화되기도 했지만 텍스트 자체의 묘사가 너무 실감 나서 영화보다 원작이 더 나았다. 사막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정말 한밤중에 사막에 혼자 떨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버기 투어는 우유니 투어처럼 투어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즐기기 힘든 사막 체험으로 시간대별로 가격도 다양하다. 보통 리마에서 이카를 들렀다가 나스카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 이카를 패스하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강력 추천한다. 꼭 짧은 시간이라도 비기 투어를 한다면 눈, 코, 입에 모래가 들어가서 온 몸이 모래로 도배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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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다 보면,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다. 이카에서의 기억이 좋았던 이유도 같이 투어를 했던 사람이 좋았고 내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조용히 도미토리를 나서려 하자, 먼저 인사를 건넸던 여행자가 잠이 오는 와중에도 잘 가라고 인사를 해 줬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침 일찍 나섰고 8시 차를 타서는 나스카 라인으로 유명한 그곳, 나스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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