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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마음 맑음 Dec 15. 2023

상처가 예술이 되는 길

<Mother to Son> by Langston Hughes


출처 Pixabay


가끔 우리 인생은 깨진 접시처럼 산산조각이 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살짝 금이 갈 때도 있고, 더 이상 수습이 안 될 정도로 완전히 박살 나버릴 때도 있다. 깨진 유리가 심장에 박힌 것처럼 가슴이 찢어질 듯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산산조각이 난 접시를 깨지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산산조각이 난 인생을 아무 일도 없기 전으로 돌이킬 수 있을까? 접시를 하나하나 붙인다고 해서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려낼 수 있을까?


킨츠키(Kintsugi)는 깨진 도자기나 그릇을 옻칠로 붙여서 금이나 은 같은 재료로 마감해서 보수하는 일본의 예술 기법이다. 킨츠기는 말 그대로 '금으로 수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와비사비'정신을 기반으로 한 킨츠기는 삶의 불완전함과 불안정함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출처 Pixabay

 

'와비시사' 일본어로 쓸쓸함을 의미한다. '사비시사'는 일본어로 외로움을 의미한다. '와비사비'는 이 두 단어를 더해서 관념적이고 미적인 의미를 부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비'는 외적인 미와 아름다움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세월이 지나면 녹슬거나 떼가 타거나 사라진다. 일반적으로 이 의미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반대로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미를 '사비'라고 한다. '와비'는 녹슬거나 깨지고 상처받은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오히려 예술로 승화시켜 향유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즉, '사비'의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이 '와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킨츠기는 삶의 불완전한 부분마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예술이다.


출처 Pixabay


깨졌다고 포기하지 않고, 깨진 부분을 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숨기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내 삶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의미를 부여해서 새롭게 탄생시킨다.  깨진 부분을 금으로 연결하여 깨지기 전의 그릇보다 오히려 더 아름답고, 가치 있고, 값어치 있는 그릇으로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이다.

깨지고 박살 난 상처를 덧붙여 원래 형태보다 더욱 유일무이한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릇이 좀 깨졌다고 해서 완전히 끝을 의미하는 것 아니다. 오히려 그 상처를 연결함으로 인해 단순한 그릇에서 예술작품으로 빛을 바랄 수 있게 승화시킨다.


유일무이한 이유는 도자기는 동일하게 만들 수 있으나, 깨지고 박살 난 상처는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지문처럼 모든 사람의 아픔의 형태는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다르다.


출처 Pixabay


인생이 좀 상처가 났다고 포기하지 마라. 아픔을 방치함으로 인해 상처를 더 깊게 만들지 마라. 오히려 깨지고 박살 난 내 인생을 온전한 삶의 일부로 더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라. 깨지고 상처 난 역사가 이어져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과 마음이 산산조각 났을 때 회복하기 힘든 것처럼, 깨진 그릇을 수리하는 것은 아주 힘든 예술탄생 과정을 거친다. 킨츠기 정신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도자기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말하고 있다. 날카롭게 깨진 상처를 있는 그대로 껴안은 도자기를 아름답게 바라봐 주는 마음 말이다.


한 번 깨지면 주저앉아 어떻게 다시 일어나야 할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가 인생에 꼭 찾아온다. 진정한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은 그 아픔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드러낼 수 있을 때 발현한다.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해 주는 순간이다.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다른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손 잡아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상처가 소중한 것일지 모른다. 깨진 조각으로 예술을 만드는 킨츠기처럼 말이다.


출처 Pixabay




Mother to Son

by Langston Hughes

Well, son, I'll tell you: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It's had tacks in it,

And splinters,

And boards torn up,

And places with no carpet on the floor.

Bare.

But all the time

I'se been a-climbin' on,

And reachin' landin's,

And turnin' corners,

And sometimes goin' in the dark

Where there ain't been no light.

So, boy, don't you turn back.

Don't you set down on the steps.

'Cause you finds it's kinder hard.

Don't you fall now-

For I'se still goin', honey,

I'se still climbin',

And life for me ain't been no crystal stair.




어머니가 아들에게

랭스턴 휴스(1902~1967)


아들아, 내 말 좀 들어보렴.

내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다.

거기엔 압정도 널려 있고

나무 가시들과

부러진 널빤지 조각들,

카펫이 깔리지 않은

맨바닥이었다.

그렇지만 쉬지 않고

묵묵히 올라왔다.

층계참에 다다르면,

모퉁이 돌아가면,

때로는 불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갔다.

그러니 아들아, 돌아서지 말아라.

삶이 어렵다고 해도

주저앉지 말아라.

여기서 넘어지지 말거라.

아들아, 난 지금도 가고 있다.

아직도 올라가고 있다.

내 인생이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걸어온 인생길을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에 비유서 아들에게 쓴 시다. 1920년대 흑인 문예부흥을 선도했고 미국의 대표적 흑인 시인으로 현재까지 평가되고 있다. 흑인 특유의 사투리를 쓰는 말투가 시에 그대로 나타나 있고, 마치 시인의 거친 삶을 영화의 한 장면이 흘러가듯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다.


인생은 수정으로 만든 계단이 아니었다. 압정이 널려있는 가시밭길이었고, 불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야만 했던 외롭고 고된 길이었다. 하지만 이 어머니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원망도 위축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의 모습은 당당하고 강인하며 의연하다. 시인의 삶은 마치 깨진 접시를 금으로 이어서 유일무이하게 탄생시킨 아름답고 찬란한 예술작품 같다.

시인은 우리에게 말한다.
사는 게 좀 어렵다고 주저앉지 말고,
더 당당하고, 더 찬란하게,
삶의 계단을 올라가는 과정을
끝내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라고 말이다.


메릴 스트립이 수상 소감으로 말했다.

"Take your broken heart and make it into art"

"당신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세요!"


인생에 흠 좀 났다고 주저앉지 말자.

바로 그 흠이 나를 더욱 아름답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깨진 접시처럼 산산조각 났다고 포기하지 말자.
깨지지 않았다면 예술로 탄생시킬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처받은 우리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

리는 거에도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다.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가 걸어가는 모든 길은 결국 다시 예술로 탄생될 거니까...


인간에게 있어 가장 고귀한 자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시련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스토옙스키가 한 말 처럼 말이다.


"내가 세상에서 한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고통이 가치 없는 게 되는 것이다."


출처 Pixabay



(출처: 일본의 유명한 차도(茶道: 차에 대한 예법) 전문가인 키무라 소신 님이 와비사비 개념에 대해 설명한 내용. https://www.fujisan.co.jp/articles/courrier/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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