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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마음 맑음 Jan 20. 2024

죽어야 다시 태어난다

<Life>  by Charlotte Bronte

Life

by Charlotte Bronte


Life, believe, is not a dream,

so dark as sages say;

Oft a little morning rain

Foretells a pleasant day.

Sometimes there are clouds of gloom,

But these are transient all;

If the shower will make the roses bloom,

Oh, why lament its fall?...



인생

샬럿 브론테


인생은 현자들 말처럼

그렇게 어두운 꿈은 아니다.

간혹 아침에 살포시 내리는 비는

화창한 날을 예고하기도 한다.

때로는 우울한 먹구름이 끼지만

머지않아 이 또한 지나간다.

소나기가 내려 장미를 피운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는가?




<벨벳 드레스를 입은 자화상> / 프리다 칼로 / (1926)


이 그림은 프리다 칼로의 "붉은 옷을 입은 자화상"이다. 이 자화상을 보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확신, 편안함, 건강함, 평온함과 같은, 자신감이 넘치는, 자신의 신념에 확고한 여성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사진의 여성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다. 그녀가 이 그림을 언제 그렸는지 아는가?  


프리다 칼로는 어렸을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게 되어 오른쪽 다리가 기형으로 가늘게 성장했다. 항상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고, 기형인 다리가 그녀에게는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평생을 병고에 시달리던 그녀는 사망하기 전, 다리를 절단하게 되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인생 이건만 그녀에게는 이보다 더 큰 고통이 수시로 삶에 찾아온다.


18세 때, 버스 타고 가던 중 전차와 충돌하게 되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대형사고를 겪게 된다. 골반이 세동강이 나고 의사는 임신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진단을 내린다. 이렇게 프리다가 가장 힘들 때, 남자 친구는 그녀를 떠난다. 사고 후, 프리다가 움직일 수 있었던 육체의 부위는 손 밖에 없었고, 이때 처음으로 붓을 들어 그린 그림이 바로 이 자화상이다.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신의 현재 상황과는 다르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이다. 프리다는 이 그림을 통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지금 육체적으로 산산조각이 나 있지만, 내 안에 있는 강인한 영혼과 강한 생명력은 지금 이 자화상과 같다'라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프리다가 실제로 한 말이다. "내 인생에 두 번의 큰 사고를 당했는데, 첫 번째는 전차와의 충돌이고, 두 번째는 디에고를 만난 것이다." 전차와의 사고로 뼈가 산산조각으로 으스러지는 것과 같은 만남이, 아니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만남이 디에고와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는 국민 화가였다. 프리다는 그와 결혼 후 임신이 불가능했지만 아이를 갖고 싶었고, 임신 시도를 하지만 끝내 유산을 하고 만다. 프리다가 고통의 눈물을 삼키고 있을 때, 디에고 리베라는 프리다의 친여동생과 외도를 하게 되고, 이때부터 프리다는 자신의 고통을 작품에 돌직구로 들이 붇기 시작한다. 그런 프리다에게 디에고가 한 말은 "고통 속에서 결국에는 프리다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탄생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 말을 해도, 디에고 리베라 만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멕시코 화가라고 하면 당시 국민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는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프리다 칼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프리다가 그림을 그린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게 된다. 그 후, 뉴욕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게 되었고, 프리다의 작품은 불티나게 팔리게 된다. 더 이상 디에고 리베라의 그늘에 있지 않아도 스스로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할 때가 왔음을 프리다는 직감하게 된다. 유명세를 떨치며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할 무렵, 프리다는 파리에 가서 전시회를 열게 되고, 그때 그린 그림이 바로 아래 그림이다.

 

 <두 명의 프리다> / 프리다 칼로 / (1939)


이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오른쪽 여성은 멕시코 전통의상을 입고 있고, 왼쪽 여성은 유럽풍 의상을 입고 있다. 그리고 심장이 혈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른쪽 여성은 디에고의 어린 시절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있다. 하지만 왼쪽 여성이 그 혈관을 가위로 잘라버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을 통해 프리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프리다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  


멕시코에 살던 과거의 프리다는 디에고를 심장처럼 손에 쥐고 있다. 하지만 전통 의상을 벗어던진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독립적인 여성으로 거듭난 현재의 프리다 칼로는, 이제 디에고를 심장의 혈관에서 잘라버렸다. 마치 실제로 프리다의 심장의 혈관을 잘라내는 고통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소아마비, 교통사고, 휠체어 생활, 손 말고는 움직일 수 없었던 침대에서 지냈던 수많은 날들, 유산, 남편의 불륜, 친동생의 배신...


평생 이런 고통의 소나기를 맞으며 삶의 시험대에 올랐지만, 프리다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에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으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창조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깊은 공명을 일으킨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의 세계로부터 스스로 해방받아 독립적인 여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 그림에서 나를 보았다. 프리다 칼로의 고통과 내 삶을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을 과감하게 자르고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때로는 죽어야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니까...



*참고 :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채널 / <조원재 작가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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