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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마음 맑음 Jan 06. 2024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he Road Not Taken

by Robert Frost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s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가지 않은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노랗게 단풍이 물든 숲 속의 두 갈래 길.

하나의 몸으로 두 길을 갈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수풀 속으로 굽어 든 한쪽 길을

멀리서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른 쪽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했기에.  

아, 다른 한쪽 길은 훗날에 가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숲 속에서 두 갈래의 길을 만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노라고.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 시인, 퓰리처상 4회 수상, 케너디 대통력 취임식에서 자작시 "우리가 이 땅의 우리이기 전 이 땅은 우리의 땅"으로 시작하는 축시 낭송



출처 Pixabay


스무 살 때 처음 이 시를 만났다. 당시 나의 무지, 오만, 아픔, 두려움, 자기 연민이 모두 덕지덕지 묻어있는 시이기도 하고, 내 과거를 전부 다 알고 있는 그립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옛 친구 같은 시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만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내심 하며, 만약 마주치면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 오래된 친구 말이다. 이 시를 보면 반가우면서도, 익숙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 든다.

마치 스무 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네가 선택한 길이 맞았어? 잘 살고 있어?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일까? 이 질문을 애써 외면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에게, 굳이 내 선택에 대한 철학적 생각을 요구하는 이 질문이 불편해서일까? 아니면 '다시 네가 스무 살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길을 선택할 거니?'라고 물을 것 같아서일까?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이 시를 썼을 때가 실의에 빠져 방황하고 있었던 20대였다고 한다. 직업이라 말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글은 쓰고 있었으나 시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기였고, 여러 대학에서 공부를 했으나 학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던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당시 프로스트의 집 앞에 숲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그 길과 자신의 인생을 비유하며 쓴 시라고 한다. 이 시에는 로버트 프로스트가 가장 아름답게 방황했던 시절의 고뇌와 성찰, 용기와 다짐, 두려움과 희망이 내재되어 있는, 시인의 당시 삶과 심정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시다.  

이 시는 여러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다. 가지 못한 길, 가지 않은 길, 가 보지 않은 길, 걸어 보지 못한 길 등 다양한 번역과 해석이 있다. 내가 '가지 못한 길'이 아닌 '가지 않은 길'이라고 번역한 이유는, 주인공의 선택적 '의지'와 '자유'를 나타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와 확신으로 가지 않은 길인 것이다. 물론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내 선택으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 그리고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  

가을 단풍이 노랗게 물든 숲 속의 두 갈래의 길. 두 길이 모두 아름답다. 쌓여있는 낙엽 위에 그 누구의 발자국도 없다.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고, 그 선택 후 삶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출처 Pixabay


두 갈래의 길이 있는데 그 어느 쪽도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 만약 내가 처음 가는 길이라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선뜻 첫걸음을 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포기보다는 도전을, 후회보다는 용기를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삶이란 무수한 선택의 연속이다. 삶이란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그 길을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여정이다. 어쩌면 두 갈래의 길이 아닌 수십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할지라도, 어떤 길이 나에게 정말 가치 있는 길인지, 어떤 길이 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길에서 어떤 길이 옳은 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길이란 사실 없다. 선택이란 본래 옳고 그른 것이 없으니까.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을 뿐이고, 내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선택의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것뿐이다.


하나의 길이 또 다른 길로 이어지고, 예상치 못했던 이상한 길로 빠지기도 하고, 막다른 길에 다다르기도 한다. 길에서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내가 과거에 선택하지 않았던 다른 길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때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을걸'이라며 후회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선택을 되돌리면 마치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착각 속에 말이다. 하지만 그 어떤 길을 선택해도, 포기하고 싶고 후회되는 순간은 올 것이다. 모든 길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고, 장점을 선택했다면 거기에 따르는 단점도 응당 인정할 줄 아는 것이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과 책임을 무수히 경험해 가면서 내 인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후회는 반성이 아니라 자학이다.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것이 하나 있다면, 과거의 시간을 되돌릴 수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후회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거의 선택을 절대 바꿀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 과거의 사건에 대해 재해석하고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후회로 받아들이면 현재의 발목을 잡는 상처로 남게 되지만, 과거의 실패와 아픔을 경험의 관점으로 받아들이면 이 경험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선택한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해 기꺼이 그리고 행복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


선택한 길을 가면서도 계속해서 수많은 갈래의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새로운 선택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과거 내가 했던 현명하지 못했던 선택이, 앞으로 내가 더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본 길, 가지 못해 본 길, 잘못 한 선택, 선택, 이 모든 선택은 옳다. 이 모든 시행착오가 모여 더욱 지혜로운 나를 만든다.

그러므로 선택이 어렵다고 주저앉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선택이 다음 선택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선택이 더 좋은 선택을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을 남에게 의존해서 선택하지 라. 남이 나를 대신해서 선택해 준 길은 반드시 후회를 남기고, 잘못됐을 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원망이 남을 뿐이다.

가장 최선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나쁜 결정 이언정 내가 선택하고 책임져 보는 수많은 훈련과 경험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것이고, 내가 나와 대화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쌓기 위해 소통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내가 나와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없이 나를 알 수 없다.


우리는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다. 바로 이 한계가 인간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삶의 무한성이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든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왔다. 지금 그것이 내 인생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에 조금거리낌도 두려움도 없는 지금의 나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가 좋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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