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 : 잔에 담긴 이야기

일상다반사

by 흔한 김씨


“이게 무슨 소리야?”


방에 앉아 통화를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내 방은 제주에서 가장 큰 도로 중 하나인 연북로를 면하고 있어, 한밤중에도 창문만 열면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하는 소리, 클락션, 때때로는 어딘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까지 온갖 소음으로 가득 찬다. 창을 닫으면 조용해지지만, 제주살이를 하며 꽁꽁 창을 닫고 살아야 한다는 게 어쩐지 억울하고, 손해 보는 기분이다.


“캐스퍼가 마티즈를 들이받았어. 쪼끄만 놈들끼리 기세싸움이 장난 아닌데? 어어, 운전자 내린다. 차 싸움이 사람 싸움 되나? 아, 아니다. 서로 꾸벅꾸벅, 명함 주고받네. 전화한다. 보험사 부르나 봐.”


실감 나게 접촉사고를 중계하고 차나 한 모금 호록, 들이키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적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런 것들이다. 채광 좋은 창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통화하는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창밖의 자잘한 일상도 좋다. 하지만 결국 내게 있어 가장 지속 가능한 이야기는 차나 한 모금 호록, 들이키는 삶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세상이 참 좋아져서, 요즘은 차를 마시기가 쉽다. 예전에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검색하던 만큼의 수고만 기울인다면 분위기가 좋은 티룸, 특별한 차를 가지고 있는 티룸, 독특한 컨셉을 경험할 수 있는 티룸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는 그중 배부르게 먹고 편안하게 마시고, 게으르게 사유할 수 있는 티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글의 제목을 뻔하고 뻔한 일상다반사로 정한 이유다.


나는 즐겁고 맛있는 삶에 진심이다. 오늘의 기온과 기분과 정서에 정확하게 맞는 작품과 음식이 항상 존재하고, 거기에 짝꿍처럼 따라오는 차가 있다고 믿는다. 차의 가격이나 효능보다는, 일상과 함께했을 때 나를 행복하게 하는 향미가 무엇인지를 더 집중해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읽고, 듣고, 보고, 먹고, 마시는. 그러니까 말하자면, 차와 함께하는 삶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가족과 다투었을 때, 애인과 헤어졌을 때, 돌아오는 결제일의 카드대금을 확인했을 때, 수런대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한 모금 호록, 차를 들이켜는 삶에 대해 힘을 빼고 적어나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 멈춰서 돌이켜보았을 때, 내가 적어온 이야기들이 내가 맛보고픈 차를 골라 줄 것이기 때문에.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 가장 큰 일은 하루를 여는 음악을 선곡하는 것이고, 점심식사 후 가장 큰 일은 마실 차를 고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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