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건 끊임없이 생기고 배울 건 끝 없을텐데
코로나로 시차출근제를 신청했다. 오전 7시 30분까지 회사에 도착해야해서 집에서 보통 6시 15분에 출발한다. 이른 시간 작은 지하철 역이라 승객은 항상 같다. 키가 작지만 야무진 백팩을 메고 다니시는 아주머니 한 분과 나와 나잇대가 비슷해 보이고 항상 무선이어폰을 끼고 있는 남자 분이 전부다.
그런데 오늘은 한 분이 더 계셨다. 60세 정도가 되었을까? 고운 연보라색 원피스에 하얀 스니커스를 신고 아이보리 챙모자를 쓴 아주머니였다. 벽에 걸려있는 지하철 노선도를 한참 바라보시더니 날 향해 걸어와 "미안한데 아가씨, 강남구청역은 천호에서 갈아타면 되나요?"라고 묻는다. 지하철 호선도 갈아타는 역도 잘못 알고 계시기에 앱을 켜서 검색한 후에 다시 알려드렸더니 또다시 한참 고민하시더니 "이런 앱은 핸드폰 가게에 가서 깔아달라고 하면 깔아주나요?"하신다. 당황스러워서 머릿속으로 앱을 깔아드려야 하나 고민하다가도 조금 귀찮기도 해서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며 옆으로 이동하시더니 또다시 다가온 아주머니는 버스앱도 이런 게 있느냐,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지도를 찾아볼 수가 있느냐, 강남구청역에서 내린 후에 아무나 붙잡고 이 주소를 보여주면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있느냐 등 더 궁금한 것을 물어왔다. 마지막으로 아주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하며 "미안해요. 제가 핸드폰도 잘 모르고, 지하철도 몇번 못타봤는데 이제 일을 하려면 여러 곳을 오가야 해서요."라며 인사하고 옆 칸으로 이동했다.
이제 곧 내려서 갈아타야 하시는데 아주머니는 잘 내리셨을까? 강남구청역까지 잘 도착하셨을까? 바쁜 출근시간대 강남구청역 한복판에서 주소를 들이밀며 가는 방법을 묻는 아주머니에게 친절하게 대답해줄 직장인이 과연 있었을까? 첫 출근이신 것 같은데 지각은 하지 않으셨겠지? 지도 앱이라도 깔아서 설명해드렸어야 했나?
한참 생각에 잠겼다. 분명 나또한 나이가 들고 언젠가 시대에 뒤쳐지겠지. 요즘도 후배들과 세대차이를 느끼고, 빠르게 변하는 업무 시스템에 정신이 아득해질 때도 있고, 새로운 기술이나 기계는 아예 배워볼 엄두가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지금은 대충 찾아보면 이해도 가고, 어느 정도 노력하면 따라갈 수도 있고, 물어볼 친구나 동생들도 많지만, 나도 한 30년이 흐른 뒤에는 어떨까. 나처럼 짜증내면서도 옆에서 알려주는 자식이라도 없다면 이런 작고 소소한 것들은 도대체 누구한테 묻고 어떤 이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암담했다.
해마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무진장. 혼자 사는 노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혼자 사는 여성이 밤길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늘어나는 1인 가구에 맞춰 정책도 사회적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 또한 우리의 인식도. 다음엔 어렵게 질문해오는 어르신이 계시다면 조금 더 친절하게, 조금 더 성심을 다해서 답변해드릴 것을 이번 기회를 빌어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