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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ㄱㅁ Sep 02. 2021

부르면 달려가는 친구도 있으니 외로워하지마 친구야

피자로 위로해보는 내 친구의 이별


"쑹, 오늘 우리 집에 와줄 수 있어?"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 쑹에게 연락이 왔다. 18살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내 친구 쑹. 쑹은 내가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나오는 원숭이를 닮았다면서 날 쑹이라고 불렀다. 발끈한 나도 인간은 모두 원숭이를 닮았다며 내 친구를 쑹이라 불렀다. 그렇게 우리 둘은 쑹이 되어 서로를 부른다.


무슨 일일까 걱정이 되었지만 묻지 않고 우선 집에서 보기로 했다. 내 저녁밥을 시켜 놓고 기다리던 쑹은 간신히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오늘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야." 쑹의 오랜 연애가 끝났다. 평소 연애 얘긴 잘 하지 않던 쑹이다. 그저 사귄다, 헤어졌다만 근근이 소식을 들었기에 쑹에게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몰랐다. 그는 쑹과 헤어지고 이틀 뒤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갈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고 한다. 무려 타국에서 5년을 다닌 직장이었는데, 그는 그렇게 쉽게 더이상 한국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모든 걸 정리했다. 쑹은 뒤늦게 그 소식을 듣고 후회도 늦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헤어지고도 둘은 한달을 붙어 있었다. 같이 밥을 해먹고, 늦잠도 가고, 미루고 미뤘던 제주도 여행도 다녀왔다. 그리고 오늘은 그가 머나먼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다신 못 보겠지?" 쑹은 생에 첫 진짜 이별을 했다고 말했다. 이만큼 소중한 존재가 물리적 제한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진짜 이별 말이다. 항상 20분 거리에서 부르면 달려와줄 그가 없는 외로운 집. 그래서 혼자인 집이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극심한 슬픔은 공포와 같다는 걸 알기에 쑹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본다. 


그처럼 부르면 달려와줄 20분 거리에 살고 있지 않아서 아예 짐을 싸 며칠은 쑹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처럼 멋들어진 저녁밥을 차려놓을 순 없지만, 쑹의 퇴근시간 맞춰 뜨끈뜨끈한 피자는 시켜 놓고 기다리리라. 우리는 이렇게 또 서로에게 기대어 32살 슬픔을 이겨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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