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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ㄱㅁ Jun 01. 2021

친구랑 둘이 집 한번 사보려고요

이대로 앉아서 벼락거지가 될 순 없어


4시 30분 땡! 퇴근하자마자 SRT를 타러 수서역으로 갔다. 오늘은 절친 박과 함께 드디어 大부동산투어의 위대한 첫발을 떼는 날이다. 첫 투어지는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해 있는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 동탄역에서 자차로 20~30분 떨어진 거리에 있으며 근처에 sk하이닉스 개발호재가 있고 조만간 고속도로도 뚫리고 8000세대 단지 안에 학교며 스포츠센터며 도서관이며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아파트 단지란다. 오... 딱 여기야! 곧 나도 부자가 될 수 있겠어! 


산 넘고 물 건너 3시간 만에 드디어 도착. 쭈뼛쭈뼛 거리다 인생 처음으로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때 필요한 건 아는 척, 있는 척, 여유로운 척! "안녕하세요. 여기 매물 보러 왔는데요." 18평이랑 24평은 실거래가가 얼마냐, 전세 수요가 있는 편이냐, 개발 지역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냐 등 이것저것 묻다보니 10분 15분이 금세 흘렀다. 사실 입은 떠들고 있었지만, 3시간의 이동시간에 이미 온몸이 지쳐 상담 내내 매물보다는 오로지 감자탕 생각뿐이었다. '끝나자마자 건너편 감자탕집에서 저녁이나 먹자고 해야지' 이래서 내가 벼락거지가 된 건가. 


모은 돈이 있다거나 부동산에 관심이 있어서 매물을 보러 간 건 아니다. 앉아서 신세한탄만 하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나만 계속 제자리인 게 억울해서 뭐라도 해보자며 박을 꼬셨다. 보아하니 나나 박이나 결혼이 쉽진 않을 것 같고, 함께 노후 준비라도 해두면 좋지 않겠냐며 입김을 넣었다. 


2년 전 태어나면서부터 살아온 우리집을 팔고 엄마도 울고 나도 울었다. 갑자기 가세가 기운다는 게 이런거구나, 어쩔 수 없지 하면서도 30년을 살아온 집을 팔고 나니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더라. 그리고 2년 뒤 우리집이었던 그 집은 그사이에 재개발 호재로 집값이 2배가 넘게 뛰었다. 30년을 가지고 있어도 그 값이 그 값이었던 그 집이 지금은 금집이 되었다. 엄마는 아직도 눈물을 흘린다. 


어제 뉴스를 보니 LH 직원이 우리 동네에 미리 주택 40여채를 구입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수사를 시작했단다. 망할 새끼들. 매물을 내놓자마자 우리집을 단 3일 만에 사간 놈도 저놈이 아닐까. 어쩐지 오자마자 별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날 바로 계약을 하더라니. 집을 팔고도 이 불 끄고 저 불 끄고 여기저기 구멍을 메꾸니 겨우겨우 전셋값 정도만 남았다. 아직 빚도 다 못 갚았는데 말이다. 


이렇다 보니 부모님 노후도 내 미래도 걱정, 언제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 우리 블리 밥값도 걱정이 돼 결국 거리로 나섰다. 나와 박, 둘이 합쳐도 안 되면 한 명 더 꼬시면 되지 않을까. 이것은 투기조장글일까 신세한탄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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