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어떠한 인생의 큰 사건을 겪지 않더라도 은근하게 내면에 깔려 있는 불안과 우울감이 존재한다. 또 괜찮다가도 갑자기 다가와서 나를 괴롭히는 외로움과 고독감이 있다. 인간은 왜 항상 현재의 결핍을 찾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는가? 또 어느 순간에는 인생의 좌절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것도 해결해 나갈 힘을 상실해 무력감으로 허덕이기도 한다. 특히 현대사회는 과도한 책임감, 박탈감, 질투심, 뒤쳐짐 등의 감정들이 미묘하고 복잡하게 얽혀 느끼는 감정들이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힘들어한다. 왜 이렇게 힘들까? 나만 이러 한가? 생각들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정답이 없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스스로 하게 된다.
도대체 이 생각들의 출처는 무엇이며, 감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행복은 무엇인가? 왜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누구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를 믿거나, 규범과 관습을 따르는 것을 택한다. 정답을 모르는 애매하고 난해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을 때 힘들고 어려운 방법보다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거나, 평균값, 보편성을 따르는 것이 오히려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체계적이고 정답을 찾는 듯 하지만 인간은 각자 독창적인 존재로 개인만의 특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과 그 정답과의 간극을 느끼고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은 멘토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마치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찾는 것처럼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멘토 또한 나와 같은 불완전한 인간으로 모든 면에서 나에게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없다.
결국 돌고 돌아 나에 대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방법을 찾는 것 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자연스럽게 자기 계발, 철학, 심리와 관련된 책을 읽거나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이나 요가 같은 활동들을 통해 자신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철학적 개념들은 너무 어렵다.
나 또한 이러한 이유로 명상, 마음 챙김, 미라클모닝, 아티스트웨이 등의 여러 개념들 접하고, 관련된 철학, 심리, 과학분야의 여러 책을 습관적 읽게 되었다. 추상적인 개념들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정독하고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어려운 부분은 다른 책들을 통해 개념을 확장해 갔고 여러 번 곱씹어 읽어야 알아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 책들 안에 각자 다양한 방법과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의 존재의 의미,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찾고 싶어 한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고, 그 몸부림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한다.
많은 수행자들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속세를 떠나 산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끄럽고 복잡하고 시기와 질투가 난무한 이 속세를 떠야만,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의 끈을 내려놓아야만,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타인의 방해 없이 느리고 깊게 생각하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수행자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릴 수 있는 조건의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이 세상과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 역할들을 충실히 해내야 함을 암묵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또 그것을 다 끊어내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진정한 가치에 닿기 위해 그 경지까지 오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나를 잃지 않고 잘 살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또 끊임없이 변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와 같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했을 때 진정한 가치에 다가갈 수 있다.
세상에는 화나는 일들이 참 많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분노와 짜증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나의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느끼고 싶지 않지만 그 감정들은 무의식적으로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는 분노와 불안의 감정을 애초에 없애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차라리 그 감정을 알아차리고 인지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덜 휩쓸리고 현재를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하는지, 행복감을 느끼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지 등의 나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 나를 아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변화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은 영원한 깨달음을 위한 글이 아니다. 추상적인 어떤 개념을 전파하기 위함도 아니고 ‘이렇게 하면 됩니다’ 하는 구체적인 설명서도 아니다. 인간 개개인은 각자만의 독창성과 특이성을 가지고 있기에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도 정해진 답은 없고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오로지 자신만의 노하우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 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면서 알게 된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정답은 없지만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데 필요한 개념을 직관적이고 재미있게 탐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따라서 지극히 ‘나,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다. 이 글을 선택한 사람들 중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거나,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힘든 상황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 글이 읽히지 않거나 무기력해질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런 상황일지라도 끈질기게 들여다본다면 분명히 방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상반되게 결국 아무것도 찾지 않기 위한 글이다. 결국엔 아무것도 찾지 않아도 되고 존재함만으로 충분한 상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보면 된다. 나 또한 그 중간 어디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만의 썸띵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글의 한 줄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연구원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