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말이죠.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가 많은 나라도 드물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는 나라도 별로 없을 겁니다.
저도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1층에는 차가 다니지 않고, 차는 지하로만 다니고 지하주차장에만 차를 댈 수 있어요.
아파트의 시설물은 크게 공용부와 전용부로 나뉩니다. 공용부는 헬스장, 독서실, 작은 도서관, 스크린 골프장 등이 있는 커뮤니티센터와 엘리베이터, 기계실 및 펌프실, 전기 및 통신회로가 지나가는 TPS 및 EPS실, 물이 지나가는 유수검지장치실 등이 있습니다.
전용부는 입주민들이 사는 세대를 말합니다. 세대는 잘 아시다시피 방과 화장실, 거실, 주방, 세탁실, 실외기실, 화재 등 비상상황을 위한 대피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죠.
저는 현재 부산광역시 북구에서 어느 대단지 아파트의 시설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설기사는 보통의 입주민들은 존재 자체를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자신의 집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 그 존재를 알게 되기 때문이죠. 집의 형광등이 계속 깜빡이는데, 등을 갈아도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구의 문제가 아니라, 안정기의 수명이 다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안정기를 교체해야 등이 제대로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이때 입주민은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하게 되고, 기사가 해당 동, 호수의 세대에 방문해서 안정기를 교체합니다. 안정기는 일반인이 교체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쉽지 않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부르게 되는 거죠.
뿐만 아니라 환풍기의 수명이 다해 교체해야 할 때, 또 화장실의 샤워기 수전에서 물이 안 잠궈지고 계속 나올 때, 화장실 천정에서 물이 샐 때, 누전차단기가 떨어졌을 때, 현관문의 도어락 건전지의 수명이 다해 밖에서 열리지 않을 때 등 다양한 고장이 생겼을 때, 저희 기사를 찾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늘 받고 있습니다. 돈을 주고 댓가를 지불하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생각이 짧다고도 볼 수 있어요.
군인이 나라를 지켜주기 때문에 안전하게 이 땅에서 생활하고 밤에 잘 수 있고, 경찰이 범죄자를 잘 잡아주기 때문에 안전하게 거리를 다닐 수 있습니다.
또 농부와 어부가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아주기 때문에 맛있는 쌀밥을 먹을 수 있고 생선을 맛볼 수 있고,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에서 폰을 제대로 만들어 주기 때문에 편하게 모바일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것이죠.
우리는 다양한 업종에서 일을 합니다. 내가 하는 그 일은 누군가에서 물건을 공급하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걸 통해 세상은 돌아가는 거죠. 타인이 타인을 돕는 시스템으로 이 세상은 원활하게 돌아가게 됩니다.
아파트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해당하는 일이 제가 하는 시설기사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매너가 부족한 사람들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저의 노동에 감사를 표하는 분들에게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 글은 직업 에세이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에 청소, 도배, 경비 등의 일을 에세이로 풀어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거기에 또 다른 직업인 아파트 시설기사라는 에세이가 추가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 고장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그 문제의 해결과 그 과정 그리고 거기서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 보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꼭지씩 찬찬히 적어 나가겠습니다. 제 글에 관심가져 주시고, 함께 해 주시면 여러분의 생활이 보다 편해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자, 그럼 저와 함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