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이 깜박거리면서 안 켜져요
어떤 문제는 자신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도 있습니다. 위험하고 기술을 요하는 일일수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죠.
아파트에 살면서 전기와 관련된 문제를 접할 때가 있습니다. 형광등이 깜빡거려서 새 걸로 바꿔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황하게 되죠. 이 때가 자신보다 기술이 있는 타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형광등 깜빡임의 문제는 안정기 교체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요. 안정기는 기기의 동작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회로 소자의 하나로, 형광등 따위의 전등에 시동 전압을 준다든가 전류를 제한하는 데에 씁니다. 안정기의 수명은 보통 5년 정도라고 해요.
입주민에게서 전화가 오면, 교체할 안정기와 같은 사양의 새 안정기를 구입하라고 합니다. 현재 제가 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220V 36W 1등용 또는 220V 55W 1등용 이렇게 두 종류의 안정기가 대부분입니다.
세대 내의 형광등은 거실, 욕실, 주방 그리고 방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안정기도 형광등과 같은 위치에 같은 수만큼 있어요. 저의 경험 상 욕실과 주방의 안정기 교체가 많았어요.
입주민이 지금 설치되어 있는 같은 사양의 안정기를 구매하고 관리사무소에 연락합니다. 그러면 보통 그날 당직조의 기사가 장비를 준비해서 방문합니다. 장비는 전동 드라이버, 라이트, 작은 십자 드라이버, 니퍼, 케이블 타이, 안정기에 연결되는 블라켓을 준비합니다.
준비한 장비를 가방에 넣어 차량에 싣고 세대로 올라갑니다. 이때 작은 사다리도 하나 챙겨서 갑니다. 세대 내의 의자도 괜찮지만, 사다리가 작업할 때의 높이와 편리함에서 좋습니다.
세대에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면 들어갑니다. 간단한 인사 후 정확한 위치를 다시 묻고 안정기를 교체할 곳으로 갑니다. 교체 전 중요하게 체크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입주민이 안정기를 사양에 맞게 제대로 구입했는지와 교체할 안정기가 있는 곳의 전기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안정기 사양이 맞으면 교체를 시작합니다. 먼저 커버를 빼내고 다음으로 형광등을 빼냅니다. 그리고나서 인입선에서 안정기와 연결된 전선 세 가닥을 물고 있는 블라켓의 나사를 각각 전동 드라이버로 절반 정도 풀어, 세 가닥의 전선을 분리합니다. 이번에는 안정기를 물고 있는 두 개의 나사를 풉니다. 또 안정기와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흰색 소켓을 물고 있는 나사 두 개도 풀어, 안정기가 연결된 전체 부분을 판넬에서 떼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나사가 천장에 박혀있다보니 풀때 조심하지 않으면 바닥으로 잘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나사가 작아서 욕실 바닥이나 씽크대 근처에 떨어지면 찾기도 쉽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나사를 떨어뜨려 그걸 찾느라 애먹었습니다.
이제는 새 안정기를 조립할 차례입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죠. 먼저 새 안정기의 끝부분의 네 가닥의 전선을 흰색 소켓의 각 구멍에 하나씩 삽입해요. 이때 소켓이 전선을 꽉 물고 있는지 손으로 당겨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안정기 본체를 판넬에 나사 두 개로 고정합니다. 또 안정기에서 나오는 세 가닥의 전선인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접지인 녹색을 인입선의 색과 맞게 블라켓에 삽입한 후, 전동 드라이버로 확실히 고정합니다. 소켓도 판넬에 붙입니다.
마지막으로 블라켓과 소켓의 전선을 케이블타이로 묶어서 잘 정리하고 긴 부분은 니퍼로 잘라냅니다. 이제 형광등을 끼우고 스위치를 켜 봅니다. 불이 안정적으로 잘 들어옵니다.
한 세대에 방문하면 적게는 한 개부터 보통은 안정기를 두 개 정도 교체합니다. 보통 나이가 많은 노인이나 교양을 갖춘 여성이 있는 세대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수고했다는 말과 때로 음료수를 챙겨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 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목소리에 보람을 느낍니다. 또 이건 비밀인데 수고했다며 약간의 현금을 주신 분도 계셨어요.
누군가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나의 작은 기술로 그 분들이 환한 빛 가운데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저에게 안정기 교체라는 일이 주는 의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