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하시는 아파트의 시설기사를 본 적이 있으신 분? 아마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간혹 만난 분도 있겠지만요. 기사들은 보통 오전 9시 이후로 움직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직장생활을 한다면 시간대가 겹치지 않아 기사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사는 관리사무소 소속으로 아파트 단지 내의 공용부에 해당하는 시설을 관리, 유지, 보수하는 일이 주 업무입니다. 그리고 세대 내의 간단한 전기 또는 가스 그리고 설비에 대한 문제해결 작업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파트 시설기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합니다.
원래 시설기사는 아파트 내에서 주민들이 모두 사용한다는 의미의 공용부에 대한 시설을 관리합니다. 부차적으로 세대 내에서 주민들이 해결하기 어렵거나 곤란한 문제들을 해결합니다.
공용부에 해당하는 것은 전기, 물의 급수 및 배수, 스프링클러 및 감지기 등 소방 관련 시설물, 주민공동시설(커뮤니티센터), 엘리베이터 등이 있습니다. 저는 당직 당번일 때 기계실에 직접 들어가 전기 관련 각종 수치들을 검침합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펌프실의 저수조 수위를 체크합니다. 현재 단지별로 물탱크에 물이 몇% 정도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한 번은 어느 단지 저수조의 수위가 아주 낮아져 몇 시간 정도 단수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직 근무 때였는데,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찔한 기억입니다.
현재 근무하는 아파트 단지는 10년 가까이 되어가는 여러분야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할 시기라는 선임 기사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당직 때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화재수신반이 굉음을 내며 울립니다. 화면에 화재감지 정보가 뜹니다. 해당 동과 라인, 층수가 뜹니다. 두 종류의 새 감지기를 들고 수신반이 알려준 해당 존으로 가서 문제의 감지기를 겨우 찾아 교체합니다.
주민공동시설 중 헬스장이 타일이 뜯겨져서 수리했던 적이 있고, 습기먹는 하마, 종이겁, 큰 두루마리 화장지 등 물품을 관리사무소에서 헬스장 물품보관소에 옮겼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조는 독서실 내 책상 상판을 교체했습니다.
시설이 노후화 되다 보니, 엘리베이터에 대한 고장이 매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정 층의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다부터 내부 전등이 들어오지 않는다, 심각한 경우 사람이 갇혀서 비상전화로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대 내의 영역인 전용부에 해당되는 것 중 제가 경험한 일들은 세대 내 안정기 및 환풍기 교체, 가스경보 문제 해결 등입니다. 형광등이 계속 깜빡이는데 교체해도 안될 때, 안정기 문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입주민에게 같은 사양의 제품을 구매하라고 하고 연장을 들고 가서 교체합니다. 환풍기도 마찬가지고요.
가스경보는 역시 10년 가까이 되다 보니 가스압력소화장치의 압력이 빠져서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보정지 버튼을 몇 초간 눌러도 해결되지 않으면, 상부장을 열고 소화장치의 가스 압력 확인 및 스위치를 끄고 플러그도 뽑습니다. 그리고 A/S 업체의 전화번호를 알려줍니다.
지금까지 시설기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했습니다. 크게 공용부와 전용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앞으로의 글은 오늘 언급했던 내용 중 각각의 경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기대되시나요?
아파트 내에서 기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누가 알아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상관 없이 오늘도 저에게 맡겨지는 일을 책임있고 성실하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