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학교를 다닐 때에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도 변함없는 것은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 시험이라는 것은 왜 있는가? 아마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것이다.
1.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학교를 갈 때 사용해야 하니까
2.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측정하려고
3. 아이들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그럼 아이가 시험을 잘 못 봤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1번 같은 경우는 보통 미래를 위해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기에 시험을 못 보면 혼낸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 마음으로.
2번 같은 경우는 시험을 못 보면 평소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이 되므로 또 혼낸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 마음으로.
3번 같은 경우는 아이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수준이 생각 이하이면 또 혼낸다.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 마음으로.
시험을 보는 이유를 이렇게 생각하면 어쨌든 시험을 잘 못 보면 혼낸다. 그래서 아이들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시험 성적 조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하루는 둘째 딸아이가 시험지를 가져왔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중간, 기말이 아니라 단원평가를 매번 치기에 시험지를 자주 가져온다. 시험지를 가져온 딸은 그날 시험을 잘 못 봤던지 풀이 죽어있었다. 그리고는
"엄마. 미안해요... 시험을 잘 못 봤어요. 근데 여기 싸인 좀 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음... 근데 왜 미안해?"
"내가 시험을 못 봤잖아요..."
"시험 못 본 게 왜 미안한 거야?"
"응... 학교에서 공부하는 거고, 배운 거니까. 시험을 잘 봐야 하는 거잖아요. 미안해요."
"근데 왜 엄마한테 미안한 거야?"
"음. . ."
"그건 엄마한테 미안한 게 아니야. 시험 못 본 걸로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미안하다는 말은 네가 다른 사람에게 뭔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하는 말이야."
"알겠어요. 그럼 싸인 좀 해주세요.":
"그래. 대신 틀린 거 엄마랑 다시 풀어보고 해 줄게."
"아니에요. 그냥 싸인만 해주세요. 선생님이 사인만 받아오라고 했어요."
"그건 아니야. 넌 왜 시험을 본다고 생각해?"
"음... 학교에서 공부한 거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려고요"
"그래. 시험을 보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시험은 네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그걸 알기 위해 보는 거야. 네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를 알기 위해 보는 게 아니야. 시험에서 틀린 건 네가 모르는 거라는 거잖아. 그럼 시험을 다 보고 나서는 몰랐던 것을 이제부터 알면 되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시험을 못 봐도 혼내지 않고, 대신 틀린 걸 다시 풀어보자고 하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는 딸아이와 틀린 것들을 다 풀고 사인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말했다.
"엄마. 시험 못 봐도 혼 안내서 고마워요."
많은 부모들이 시험을 아이의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만 생각을 하기에 시험을 못 보면 혼내는 것이다. 이제는 관점을 바꾸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시험은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아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알고 모르고를 가려내어 모르는 것을 알도록 해주는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