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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Feb 18. 2020

결정권! 엄마와 아이 누구에게 있는가?

정리먼저 하면 엄마가 놀아줄게.


"장난감 정리하면 내가 놀아준다 했는데, 계속 정리를 안 하고 그냥 놀아달라고 졸라대."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집에 데리고 있는 지인의 이야기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방학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아이와 전쟁을 치른다며 하소연을 했다.


나는 지인에게 물었다.

"왜 장난감 정리를 먼저 하고 엄마랑 놀아야 하는데요? 엄마랑 놀고 난 뒤에 장난감 정리하면 안 되는 거예요?"

"... 너무 정신없잖아. 정리부터 하고 놀게 해야지... 그래서 우리 애가 날 째려봤어. 근데 어떻게 엄마를 그렇게 째려봐."

"그니까, 애도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는 거죠. 그 순서는 누가 정하는 거예요? 왜 엄마가 정해요?"


초콜릿을 먹고 양치를 해야 한다는 건 이빨이 썩기 때문에. 아이 건강상 좋지 않기에 그런 순서는 엄마가 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정리를 뒤에 하는 것은 누구에게 해를 입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분명 나중에는 하기 싫어할테니 미리 하는 것이 좋기에 습관을 들이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분명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을 미리해놓으면 훨씬 생산적이긴 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입장에서 그런것이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충분히 물어보고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좋다.


대신 아이에게 일의 순서를 정할 때는 일을 하는 시점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엄마랑 놀고 정리할 거야."

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엄마랑 놀고 바로 정리할 수도 있고, 엄마랑 놀고 자기 전에 정리할 수도 있으니까.



일의 순서. 엄마가 정하지 마세요.


"엄마랑 놀고 언제 정리할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정하는게 아니고 네가 정리할 시간을 정하는게 좋을 것 같아." 라고 말해보자. 엄마랑 놀고 밥 먹기 전까지는 정리할게요. 라던가 시계를 볼 수 있는 아이는 시간으로 정하게 하면 좋다. 이렇게 아이가 일의 순서뿐만 아니라 언제까지 할 것인지도 아이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정한 것이기에 지키려 노력한다. 당연히 잘 지키면 "와~약속을 잘 지켰네. 다음에도 그럼 네가 정해보자. 알겠지?" 라고 말하자. 한두 번 자신이 정하고 지키다 보면 아이는 자신의 선택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고 자존감 또한 올라가게 된다.


보통 초등 엄마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다.

"집에 왔으면 숙제부터 하고 놀아."

아이는 좀 놀다가 숙제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이가 계속 쭉 놀다가 잠들기 전에나 숙제를 편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는 숙제부터 하라고 한다른 일의 순서는 아이가 정하게 하겠지만 학습에 관련된 것은 곤란하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하는데요?"

라고 나에게 물을 지도 모른다.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스스로 정하도록 했다. 아들은 조금이라도 놀고 난 뒤에 학원을 가거나 숙제를 하는 스타일이고, 딸은 학원을 빨리 다녀오고 놀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실컷 쉬다가 학원을 가기도 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은 한데 모아놓고 진도를 나가는 학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대그룹수업 스타일이 그다지 맞지 않아 자기 주도 학습법으로 진행하는 학원을 다니다 보니 특정 시간이 없기에 가능했다. 대신 태권도나 배드민턴 같은 그룹 수업은 아이가 처음부터 배우고 싶다고 끈질기게 요구한 것이기에 그 시간은 군말하지 않고 갔었다.


무엇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 틀렸다 하는 건 없다.  다만 먼저 놀고 뒤에 학습적인 것을 할 때 피곤해하거나 귀찮아하지 않으면 된다. 만약 피곤해하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실컷 놀고 나니까 힘이 빠져서 숙제할 때 되니까 피곤하지."

라고 타박을 주는 것이 아니라

"놀고 나서 숙제하려니까 피곤해 보이는데. 어때? 많이 피곤하면 다음에는 숙제를 먼저 하고 노는 것도 생각해봐. 노는 건 뒤에 논다고 피곤하진 않거든."


우리 아이들이라고 처음부터 잘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아이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다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다. 가끔은 논다고 학원을 빼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학원에 가있었어도 마음은 콩밭에 가있었을 테니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럴 땐 그냥 실컷 놀고 다음날 더 열심히 하라고 했다. 대신 그런 것을 악이용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쭉 해주니 지인이 말한다.

"나 내 식대로 아이한테 강요했어. 내가 그렇게 커왔고, 그게 너무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한테 강압적으로 그러고 있었어. 왜 아이랑 이렇게 싸우는지 몰랐는데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네. 이제 아이한테 물어봐야겠어."라고 말이다.


하나, 둘 부모가 정해주다 보면 사소한 것 하나도 아이가 결정하지 못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야 무엇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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