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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경 Oct 30. 2020

아이와 옷 전쟁은 언제 끝날까?

아침마다 아이와 옷 전쟁을 벌인다면?


딸을 가진 많은 엄마들은(아들도 옷 전쟁을 치를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딸이 좀 더 많다는 것일 뿐) 옷 전쟁이라는 말을 공감할 것이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넘게 가는 옷 전쟁. 옷 전쟁은 자기주장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심하게 치러진다.


옷 전쟁을 안 해본 사람들은 말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입히면 되지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라고 말이다.

아이들은 가끔씩 철이 지난 옷을 입고 싶어라 한다. 겨울인데 여름에 입었던 드레스가 생각난다던지  여름인데 겨울 파카를 입어보고 싶다던지.


철 지난 옷을 입으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철 지난 옷은 아이에게 보이지 않도록 정리해서 창고나 옷장 안에 넣어두기를 권한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면 입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 보인다고 생각이 안 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는 제가 그렇게 해 놓아도 그냥 무턱대고 구체적으로 어떤 원피스를 지정해서 입고 싶다고 말하는데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입혀라!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여름 원피스를 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린다고 안 된다고 백 번 이야기해도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는 의견을 굽힐 줄 모른다. 애는 무슨 고집이 이렇게 센 거야?라고 생각하지 말자. 어딘가에 가서 자기주장을 못 펴는 것보다 말할 줄 아는 것이 더 나으니까.


일단은 입겠다고 하면 입혀라. 대신 겨울에 여름 원피스를 입으면 추워서 감기가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너 이거 입고 감기 걸리기만 해 봐!"라고 말하지는 말자. 그렇게 말하는 건 입지 말라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이야기니까.


여름 원피스를 겨울에 입었을 때 감기가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입고 나갔을 때 아이가 직접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한 번 입고 다음에는 아이가 추으니 안 입겠지라고는 생각 안 하는 게 좋다.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는 엄마가 "봐~ 여름 원피스 입으니까 춥지?"라고 말하면 인정하기 싫어 "아니. 하나도 안 추운데? 다음에도 입을 수 있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두세 번 더 입겠다고 떼를 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입겠다고 하면 "너 춥지? 괜히 엄마 말 안 들었지?"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냥 입었을 때 평소와 다름없이 반응을 하고, 다음번에도 입겠다고 하면 "저번에 안 추웠어? 괜찮겠어?"라고 살짝 이야기해주자. 그러면 아이는 두세 번 까지는 입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별 반응을 하지 않고, 입을 때마다 추다면 아이는 굳이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그 옷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남의 눈이 아이의 의견보다 중요할까?

나도 아이가 어릴 때는 아침마다 옷 전쟁이었다. 5살 때쯤 딸아이가 추운데 여름 원피스를 입겠다고 하거나, 위아래 언발란스로 입으려고 한다거나 말이다. 그때 나는 저렇게 입고 나가면 엄마를 얼마나 이상하게 볼까 하는 생각에 아이의 선택을 뒤집어 놓으려 했다. 엄마는 예쁘게 입으면서 아이는 왜 저렇게 입히는 거지?라는 말을 들을까 봐 아이의 의견을 뭉개고 내가 입히고 싶은 대로 입히려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아침마다 옷 전쟁을 하게 된 것이었다. 사실 남의 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남의 눈이 아이의 의견보다 소중하지 않은데 말이다. 결국 지긋지긋하던 옷 전쟁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며 끝이 났다.


그런데 아들이 초등학생 3학년 때쯤, 초가을에 파카를 꺼내 입고 학교를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분명 땀을 뻘뻘 흘릴 것인데 이 날씨에 파카가 웬 말이냐고 해도 아들은 춥다며 파카를 꺼내어 입었다. 남들이 어떻게 보겠냐고 했더니 아들은 한 마디로 나의 입을 막았다.

"엄마는 내가 추운 것보다 남들 눈이 중요해?"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네가 더 중요해."

다행히 아들은 3학년이었기에 한 번 입고 더운 것을 경험하고는 겨울이 오기 전까지 파카를 입지 않았다.


남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사실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많이 남의눈을 의식하며 산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많은 문화 속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아이의 의견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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