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도시의 향, 프랑스

Stinky

by 권도연




나에게 프랑스의 이미지는 이랬다.


가을바람 살랑살랑 부는 날, 황토색 버버리 코트를 휘날리며 긴 다리로 저벅저벅 걷는 남자.

조막만한 얼굴에 짙은 선글라스, 금발 아니면 흑발의 텀블러를 든 일명 빠. 리. 지. 앵.


말하자면 이런 느낌.


Bonjour~

Comment allez-vous?


그러면 나는 그레이 빛 스카프를 얌전히 매만지며 대답하는거다. 메르씨 메르씨.

역시 패션의 고장, 낭만의 도시야 하면서 패션 잡지를 넘기는거지...


누구라도 그럴 것이었다.


랭보, 헤밍웨이, 카뮈, 앙드레 지드, 피카소가 시가를 물고 낭만을 얘기했다던 Paris.


새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타이, 까만 조끼.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팔뚝에는 새하얀 천을 두른 중년의 가르송(garcon)들이 은쟁반을 들고 주문을 받는 노천카페들.



어디 그뿐인가. 나의 최애 영화 비포선셋에서는 두 남녀가 센 강을 따라 걸으며 사랑을 속삭였다.

무려 에단 호크가 그랬다지.




"Everyday is our last."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라니.

무려 16년 전 욜로(Yolo)를 외쳤던 에단도 센 강을 거닐며, 낭만을 즐겼다.


프랑스는 나의 환상이었고 꿈속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나는 '현실' 프랑스에 두 발을 내딛는 순간 깨달았다.


여긴 영화 속 그곳이 아니구나!

아니 이런!

왓더 ×@&'&÷&#*#,?







돈은 없고, 시간은 많았던 교환학생 시절, 나는 독일 학생증으로 프랑스 지하철의 정기권을 아주 싸게 끊었더랬다. 그러면서 호기롭게 얘기했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할 거야. 현지인처럼 전철을 타고, 동네 시장을 가고, 낡은 카페를 갈 거야."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나는 거금 20유로나 주고 산 정기권을 그 날 이후 다시는 쓰지 않았다.




이걸 보자마자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

오페라 역에 가기 위해 역에 들어선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코를 움켜쥐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코끝을 스쳐 두뇌를 강타하는데, 그 강도가 혼미해질 수준이었다.

나는 편견과 치우침 없는 교양인을 자처하며 최대한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인들이 사는 나라니까.....


라며 이해하고자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호흡'이란 인간의 기본 욕구가 거세당하니 이건 뭐 이해고 뭐고 감정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라.


"우웩. 토할 거 같아."

"오늘은 좀 덜 하구먼. 요즘 비가 와서 그런가."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한다던 동행인은 나에게 유난을 떤다며 깔깔 웃어댔다. 궁금했다, 파리의 이 냄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암내...인가?"

"글쎄..."


그리고 이후 파리 자스망에서 들린 작은 슈퍼에서 그 답을 찾았다. 커다란 냉장고 안 가득 담긴 수 십 가지의 치즈들이 뿜어내던 아주 독하고 진한 냄새. 그것이 내 기억 속 프랑스 파리 냄새의 정체였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프랑스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가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http://yna.kr/AKR20111011220300088?site=popup_share_copy




예술과 명품, 교양과 철학, 낭만의 도시인 프랑스의 냄새는

걷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런웨이로 만들어버린다던 빠리지앵들의 발 냄새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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