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눈 앞에 여자가 보이기만 하면 빛 받은 프리즘처럼 눈에서 무지개색 파장을 뿜어냈다. 가끔은 그의 눈알 굴리는 소리가 옆에 있는 나에게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떼굴떼굴.
이윽고 연결 질문처럼 튀어나오는 질문.
"쟤 누구냐?"
그의 모든 것은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것이었다. 그의 목표는 마흔이 되기 전 유부남이 되는 것이었다. 그에게 모든 여자는 자신과 결혼이 가능한 여자와 불가능한 여자 두 종류였다. 매주 금요일엔 소개팅을 했고, 월요일엔 그 날의 성과(?)에 따라 업무 성과도 달라졌다.
그가 패션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향수였다.
완벽하게 '남자 남자'한, 누가 맡아도 이건 '아빠 스킨 냄새!'하고 코를 쥘만한 향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뿌렸다. 아니, 들이부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가 지나가고 나면 그의 향수가 공간 가득히 남을정도였으니까.
그는 땀 냄새나는 남자를 극혐 했다. 자기 관리운운하며 불쾌하다는 감정을 대놓고 드러냈다. 그러면 나는, 은근하게 동조하는 듯 솔직한 돌직구를투척했다.
"전 뭐든 진동하는 사람이 싫어요."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냄새'범주에 넣지 않았다. 그에게 자신의 향수는 '향'이지 '냄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몇 겹의 시간이 흐르고, 그와의 인연도 잊혀질 때쯤 어느 한 세미나에서 그를 만나게 됐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지 않았는데도 난 이미 그의 근황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초등학교 동창과의 결혼, 그리고 그를 꼭 닮은 아들까지.
그의 페친, 카스 친구란 이유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가족사가 매일매일 팝업 광고처럼 튀어 오른 탓이다.
"축하드려요. 좋은 소식 들리던데."
"어. 완전 다른 세상이 열렸어."
"그러게요. 다른 분이 되셨네요."
흰머리가 늘어나고, 다크서클이 짙어졌다는 것 말고 그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향'이었다.
그에게 더 이상 고약하리만큼 짙었던 향수 냄새가 나지 않았던것이다.
"향수 안 쓰세요?"
"어, 그게."
결혼했으니 잡아 놓은 고기한테 먹이를 주지 않는다 뭐 그런 생각인가 싶었는데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내가 임신하면서부터라고 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임산부에게 인공향이 좋지 않으니 향수를 줄이라고 했고, 그때부터 아이가 태어난 지금까지 향수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신한 엄마가 향수를 쓰면 뭐라더라. 무슨 호르몬을 차단하는 화학물질이 아이에게 닿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게 또 남성 호르몬이래요. 우리 아들 거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