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꿈꿀 것 같은 가수 김윤아가 무대도 아닌 TV CF에 나와 보랏빛 병을 칙칙 뿌리더니 그러는 거다.
이거 내 살 냄새야!
당연히 난리가 났다. 나에게는 땀내나 꼬랑내, 된장내나 나는 줄 알았는데, 저걸 뿌리기만 하면 내 냄새 함 맡아보라고 정수리를 들이밀 수 있다는 거잖아?!!!
그래서인지 내 친구도 저 친구도 심지어 나도, 샀다. 평소 아기 파우더 향을 좋아하는 친구는 감동을, 성숙하고 중성적인 우디 계열을 좋아하는 친구는 싸구려 향이라며 다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난? 지하철 옆자리 남자에게, 영어 학원 강사에게 똑같은 냄새를 맡고서는 바로 스탑. 나에게 향이란 아이덴티티와 같은 거라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저 바디*의 화이트 머스크는 대박이 났다. 너도 나도 ' 내 살 냄새'가 좋길 바랬으니까.
그런데 왜 머스크 향이 한국에서는 내 살 냄새로 이미지화 되었을까.
머스크가 살 냄새일 수 없는 이유
'내추럴'하고도, '은은한' 내 살 냄새라 홍보된 머스크는 사실 인위적인, '합성향료'다. 즉 인공향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분자식
시작은 동물에서 채취한 천연향료이긴했다.
그것도 러시아, 시베리아, 몽골, 중국 등지에 뛰어노는 사향노루의 거시기 쪽 어딘가... 에서 채취한 것.
이 아이에게서 머스크 향이 날법한가.
실제로 맡아본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그 향은 매우 기름지고, 암모니아틱하며, 땀냄새 비슷한 냄새가 난다는데... 어쨌든 지금은 위생 문제와 동물의 생명 보호 등을 이유로 화장품계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
동물의 특정 부위 말고, 식물에게서도 머스크 향은 찾을 수 있다. 현재 니치 향수 브랜드에서 시그니처 향으로 선보이고 있는 Ambrette가 대표적인데, 카페에서 티 음료로 잘 팔리는 히비스커스 꽃의 열매가 바로 이것.
발향 해보면 떠오르는 이미지, '풋사과'다.
Ambrette는소화 불량을 완화시키고 두통을 감소시키고 불안, 우울, 신경 긴장과 스트레스 관련 증상들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머스크향 = 베이비 파우더향 = 추억의 향 = 엄마 향
아이에게 나는 분 냄새, 일명 베이비파우더 향은 미성숙하고도 아련했던 그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밥 달라 물 달라 졸린다 울며 웃던 시절.
아,,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했던 그 시절. 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것 하나는 바로 엄마다.
그래서일까. 혹자는 머스크향을 두고 '애정과 사랑이 고픈 사람이 느끼는 본능적인 의존감'에 을 자극하는 향이라 했다.
먹을 걸 주고, 장난감을 줘도 결국 털 달린 인형한테 매달리는 아기 원숭이 실험처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자신의 근원(자궁)으로 돌아가고, 처음으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실험 속 원숭이는 젖병 달린 인형이 아닌 털달린 원숭이에게 매달렸다.
어쩌면, 머스크는 '내 살' 냄새가 아니라 내 살을 낳고 기른 우리 '엄마의 품'냄새일지도 모르겠다.
머스크향을 '물향'-waterscent-라 표현하는 것도 이때 문일지도.
그러니 있어보이고 싶거들랑 머스크는 멀리해야 한다.
머스크를 뿌리는 순간 당신은 그저 내 곁에 머물러 있는 듯한, 평범한 인상을 줄 뿐이다.
시향 가능한 머스크 계열
*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향수 - Lazy sunday morning (white musk, ambrette seeds, pear, lily of the valley, iris, orange fl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