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향

Nauseating

by 권도연

계열 : 구열질나는 냄새(Nauseating)

*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e), 네덜란드 심리학자 즈바르데마케르(Zwaardemaker)의 분류





오~ 마이 갓.


40분 넘게 이어진 완행 열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내가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뜬 건 다름 아닌 냄새때문이었다. 비오는 출근 길, 안그래도 꿉꿉함에 찜찜함, 젖은 우산으로 인한 귀차니즘의 콜라보로 심기가 매우 불편했던 터에 벌어진 참상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를 쫄딱맞은 한 남자를 범인이라 확신하고 째려보고 있었는데, 어랏 내린다?

내렸는데 계속 난다?!



마약 찾는 진돗개마냥 이리 킁, 저리 킁 해봤지만 당췌 어디에서 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막아준다면서 정작 냄새 바이러스는 못 잡아주는 마스크 F94. 하필 이 성능 좋은 마스크 덕분에 냄새는 마스크 안에서 맴맴 도는 듯했다.



그래, 발냄새였다.

차라리 푹 젖었으면 나지 않았을

차라리 맨 발이었으면 나지 않았을 냄새가

덜 마른 걸레냄새를 풍기며 지하철 곳곳을 잠식했다.


뭐랄까. 어떤 형용사로도 기나긴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냄새인데.


이럴 때 소환하라고 있는 것이 전문가겠지.


네덜란드의 심리학자 즈바르데마케르(Zwardemaker)의 구분법을 빌려보자면

장마철 월요일, 9호선 지하철 냄새는 'Nauseating'이었다.





일명, 구역질나는 냄새(Nauseating).

그 예로 썩은 고기, 구토, 오물 등이 있겠다.


네이버는 이 단어를 이렇게 해석하더라.

Nauseating [nɔ́:zièitiŋ,-Ʒi-] : 네이버 어학사전

욕지기나는; 지겨운, 몹시 싫은


정말이지 '욕지기나는' 냄새였다.







평소 같았으면 코를 막거나 숨을 참고 있었겠지만, 아는 게 병이라더니.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이 '욕지기 나는' 냄새의 분자들이 하필 깨끗하다 못해 순수한 내 콧속을 파고 들어 콧털에, 점막에 묻었을 것이고... 그 분자들이 나의 뇌 신경까지 건드리면서 안그래도 복잡하고 피곤한 내 뇌에 아주 다크한 감정까지 심어주고 있다는 것.



캔들 색채와 후각 이미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박초롱


* 기체 분자는 후각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는데, 후각 정보가 입력되는 뇌 부위가 바로 인간의 기분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글루미했고, 고약한 하루였다.







Nauseating 가득한 날 추천하는 TPO(Time, Place, Occasion)


* 여름철만되면 냄새나는 직장 동료를 대처(처치?)하는 방법


향의 기능에는 Mask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뭐 이런거..


다른 향으로 고약한 냄새를 덮어 없애버리는 화학적 방식이자 실제 유용한 방식인데, 현실에서는 사실 무용지물이다.

발냄새, 땀냄새, 덜 마른 옷냄새. 없애자고 페브*즈 뿌리는 사람? 살인충동이다.


다행히 방법은 있다.

후각 세포의 특징에 '순응성'이라는 것이 있다. 지속적으로 맡게되면 그 냄새의 강도가 둔해지면서 나중에는 맡지 못하게 된다는 것.


참자.


맡다보면 코가 순응을 한단다.

뭐 어쩌겠는가.

월급쟁이에게 신체의 자유는 커녕 코의 자유도 사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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