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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연 Jun 13. 2023

#9. 85년생은 MZ인가, 젊꼰인가.

#9. <I형 인간의 팀장 생활>


제 6화,  MZ세대의 반란




팀장이 된 지도 2주가 흘렀다.


매일이 정신없이 바빴다.


직접 해야 하는 일부터 팀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체크하는 일, 다른 팀과의 업무 협조까지 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하루하루 쳐내야만 하는 보고서는 넘쳐났고, 참석해야하는 회의가 반복되었으며, 한 숨을 돌릴라 치면 해결해야할 또 다른 이슈가 두더지 게임처럼 곳곳에서 생겨났다.


타이레놀을 먹는 횟수도 양도 늘어갔다.


이러다가는 내 몸을 흐르는 혈액이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점심을 거르는 일도 잦아졌다.


차장 시절, 급격히 나빠진 허리 디스크로 점심에 짬을 내 필라테스를 하던 나였다.


하지만 소분팀이 된 이후로는 운동은커녕 따뜻한 찌개와 밥 한 그릇 먹어본 것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였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면 나는 팀원들에게 앵무새처럼 얘기했다.


알아서들 편히 먹고 들어와요.


그러니 처음에는 주저하던 팀원들도 하나 둘씩 편하게 자리를 떴다.


내 생각은 그랬다.


직장에서의 고통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고. 


나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누구랑도 나눌 수 없는 일이었다.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고 정리해야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팀장으로서 최 실장과 다른 팀장들에게 하루빨리 인정받고 싶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출근 길 편의점에 들러 사온 삼각 김밥과 캔 커피로 점심을 그렇게 때웠다.


오후 시간은 더 빨리 흘렀다.


주변에서 몰려오는 업무 요청과 외부 업체와의 미팅 건까지 해결해야했다.


야근 없이 근무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몇 시 쯤 되었을까.


주변에서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옆 팀에서 외근을 가나 싶었지만 시계를 보니, 아뿔사 퇴근 시간이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신 사원이나 표 사원이리라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다.


아니었다. 전략팀에서 나는 소리였다.


누군가 하니 한 사원과 같이 올해 입사한 새내기, 김한석 사원이 효자손과 마주보며 서 있었다.


그러자 바로 끼익하는 소리가 났다.


효자손의 의자는 매번 그가 뒤로 젖힐 때마다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소리의 의미는 분명했다.


‘나 지금 기분 별로다’.


이를 아는 10층 전체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오. 집에 가시겠다?”


효자손이 물었다.


문장 끝을 올렸지만 질문이 아닌 저것은 비꼼이다.


다들 속으로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너 큰일났어, 임마.


"맡은 업무를 다해서요. 과차장님들은 아직이신 거 같긴 한데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는 지 여러 번 여쭤봤지만 없다고 하셨습니다."


"일은 못해도 눈치는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네."


"할 일이 없는데 앉아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오호라. 할 일이 없으셔?!"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효자손, 하지만 김 사원의 멘탈은 흔들리지 않았다.


"신입인데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계속 방치만 하셨잖습니까. 저도 일 하고 싶습니다. 근데 아무도 저한테 관심도 없으시잖아요. 저 하루 종일 전화만 받았습니다."


"전화 받는 게 뭐? 신입이면 전화 받고 잡무 하는 게 일이지. 들어 온지 3달밖에 안됐잖아. 그런데 뭐 계약이라도 따올래?!"


"저 그럼 그만 두겠습니다."


헉. 올 게 왔다.


MZ세대의 반란. 말로만 듣던 세대 간의 충돌이다!




김 사원은 우리 표 사원, 신 사원과 마찬가지로 90년대 중반의 MZ세대였다.


그와 칼을 겨눈 효자손은 80년생.


사전적 의미로야 효자손도 MZ세대다.


하지만 80년생인 효자손이나 85년생인 나는, 사실 90년대 생들보다 70년대 중반의 선배들과 묶이는 쪽이 맞았다.


신입 때부터 보고 배워 온 70년대 생 선배들의 가르침과 사내 분위기는 이미 몸에 익숙해진 지 오래.


마음에야 개인주의 좋고, 워라밸 찬성이지만 조직이란 곳에서는 그게 뜻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지만 감히 못하는 것’들을 후배들이 하고 있다.


그러면 감사하고 반가한 마음이 들까.


아니었다.


우리에게 보다 익숙한 것은 워라밸의 당위성이 아니라 조직의 논리였다.


그래서 우리가 너희들 아무리 MZ라지만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는거 아냐, 라고 하면 후배들이 그랬다.


 ‘선배들도 똑같네요. 젊은 꼰대가 더 나빠요.’


“협박이야? 좋아 그만 두고 싶으면 그만 둬. 그거 말릴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아. 조직은 당신을 대체할 사람이 많다는 걸 알거든.”


효자손이 호기롭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내심 걱정했을 터였다.


그의 직속 후배 반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효자손의 고압적인 자세와 거친 업무 스타일은 늘 문제를 일으켰다.


밑에 일했던 과차장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인사팀을 찾았다.


어느 날 과장 하나가 효자손의 막말에 공황장애가 생겼다며 병가 신청이 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그 과장의 아버지가 내로라하는 대학 병원의 유명한 교수였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아들이 그렇게 됐으니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며 스카이캐슬급 시나리오를 써댔다.


효자손이 아무리 골드 라인이어도 이번에는 버티지 못하고 한직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보란 듯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그것도 회사의 가장 핵심 부서인 기획실 전략팀 팀장으로. 처음에는 다들 역시 골드라인이 끗발이 세다고 했다.


그런데 또 다른 말이 돌았다.


그가 우리 DM산업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대형 연예 기획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일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거였다.


그리고 이어진 결정적 증언,


“제가 우연히 나 팀장님이 작성하신 기획안을 봤거든요. 원래 기획안이라는 게 뻔하잖아요. 제품 소개, 마케팅 전략 방향 등등. 그런데 거기에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들에 대한 이미지 분석이 좌르르르륵 되어 있는 거예요. 누구한테 어울리는 제품, 컬러, 스토리텔링까지. 얼마나 정보력이 좋은 지 기획사 직원이 아니면 절대 알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죠. 아, 이거 받아 본 기획사 관계자는 감동했겠다. 이 정도로 보고서를 써갔으니 협업을 안하면 비정상이지. 결과는 역시나 그랬구요. 나 팀장님 생각보다 더 대단한 분이실지도 몰라요.”




그를 서포트한 후배의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 신입이 그 대단한 사람에게 맞서고 있었다.  


"그만해 그만."


보다 못한 기획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신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삽시간에 사무실은 고요해졌다.


나는 조용히 단톡방에 카톡을 남겼다. 왠지 걱정이 됐다.


MZ세대에 속하는 표 사원과 신 사원이 전략팀 신입의 행동을 보고 영향을 받을까 괜히 두려웠다.



'조용히 가방 싸세요. 퇴근들 합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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