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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연 May 23. 2023

#5. 신입(팀장)이 신입(사원)을 만나면

#5. <I형 인간의 팀장생활>


제 3화, 신입(사원), 신입(팀장)을 만나다



자리에 앉았다.


팀장의 책상은 팀원들의 자리 배치와는 다르게 창문을 등지고 앉게 되어 있었다.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하는, 하지만 내 자리는 주식 창이든 드라마든 아무 화면이나 띄워놓을 수 있는, 버스로 치면 일진들이 앉는 맨 뒷자리 같은 그런 곳이었다.


가만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표 사원과 신 사원 모두 컴퓨터 모니터에 포털 사이트를 띄어 놓고는 폰을 하고 있다!


오, 할 일이 없구나. 소분팀은 일이 없나보다! 완전 좋다...


야! 진서연 네가 팀장이잖아! 네가 일을 주고 일을 만들어야지!


“잠깐.. 회의 좀 할까요.”


나는 표 사원과 신 사원을 번갈아 쳐다보며 눈을 맞췄다.


첫 만남이니까 최대한 친절해야했다.


초두 효과가 가장 강렬하다고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가 그랬다.







텅 빈 회의실에 셋이 모였다.


어색했다.


성인이 된 이후에 내가 리더인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반장도 했었는데.


그래 리더가 뭐 별 거 있어? 그래도 마음은 아주 조금 떨렸다.


“정식으로 인사할게요. 홍보팀에서 온 진서연입니다. 오며 가며 만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제가 사실 회사에서 아싸거든요. 그래서 아마 저를 처음 보셨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하하하.

웃다가 이내 어색하게 입 꼬리를 내렸다.


분위기 좀 띄워보겠다고 아무 말이나 계속 하다가는 실수할 것이 분명했다.


이성이 외쳤다.


시덥잖은 소리 그만하고 본론부터 들어 가.


“저는 원래 차장이에요. 사실 팀장을 달기에는 1년, 2년 정도 더 남았는데 인사팀에서 무슨 생각인지 저를 팀장 직무대행을 시켰네요. 전 진짜 리더십 1도 없거든요.”


오우 아니 아니 그런 날 것의 본론말고 좀 그럴 듯하게 포장된 본론!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직급 따지지 말고 편하게, 친구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전 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어요.”


긴장하니 본심이 나왔다.


평소 내가 꿈꾸던 팀의 분위기, 팀장 스타일이었다.


다행히 표 사원과 신 사원이 웃으며 수긍했다.


그래 편하고 권위의식 없는 팀장 얼마나 좋아?


이 컨셉으로 가는 거야. 좋았어. 분위기 좋고.


이 분위기를 타서 궁금한 건 물어봐야지.


뭐든 지 확실한 게 좋으니까.


“아 맞다 혹시 신 사원, 아침에 무슨 일 있었나요?”


“네?”


“아.. 아까 이 팀장님하고 엘베에서 만났잖아요.

좀 늦게 온 거 같아서.. 혹시 개인적인 사유가 있었나 해서요.”


친하고 편하게 지내는 것과 팀의 위계질서를 바로 잡는 건 다른 문제였다.


잘못을 했다면 따끔하게 혼도 내고 바로 잡아야 했다.


특히 남자 후배는 처음에 ‘너는 내 아래!’ 라고 서열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언제든 여자라 무시하고 깔본다고 했다.


특히나 근태는 회사의 기본 아니었던가.


이 수준과 강도로 다독이는 건 팀장의 권리이자 의무니까!


“지각은 아니었습니다.

출근길에 지하 택배 보관소에 들러 팀에 온 택배나 서류들을 챙겨 왔습니다.

오늘도 그래서 들렸다 왔어요.”


번지수 잘못 짚었다.


그의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지적이 아니라 상황 파악부터가 먼저였다.


수정하자, 후배를 무작정 혼내는 것이 팀 기강 잡기가 될 수는 없다!


“아 내가 몰랐네요. 그럼, 신 사원과 표 사원 현재 무슨 업무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말 좀 해주시겠어요?


그런데 서로 눈치만 보며 말이 없는 둘. 표 사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긴 한데...

사실 이 팀장님께서 업무를 거의 혼자 하셨습니다.

신 사원과 저 둘 다 신입이어서 그런지 일을 안 맡기셨어요.

그래서 저희... 아무 일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아무 일도 안하고 있다라. 그래도 일은 할 줄 아는 거지?


“그럼, 신 사원 얘기처럼 택배 수거라든가 그런 역할이라도 얘기해 줄래요?

누가 뭘 정리한다던지, 뭘 체크한다던지.”


“그냥 그때그때 이 팀장님이 시키신 일을 했어요.

거래처에 연락해라 하면하고, 전달하라고 하면하고, 시장 조사하라고 하면하고,

음...뭐 그런 것들요.”


“그러면 두 사원은 현재 소분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이 뭐가 있는지 알고 있나요?”


“.....”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팀장으로부터 건네받은 현재 진행 중인 보고서만 3건 이상이었다.


 하지만 팀원인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다.


나 또한 단순 업무 외에 소분팀 업무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작점은 나에게 있어야 했다.  


“음... 알겠어요. 오늘 오전은 내가 업무 파악을 좀 해야 하니까.

두 분은 (그냥 노세요? 기다리세요?는 아니잖아)

음...소분팀 관련 이슈 좀 파악해 볼래요?”


“관련 이슈요? 어떤....”


모르니까 시킬 수도 없었다.


나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표 사원과 신 사원을 마주하며 또 한 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실, 제가 소분팀 업무를 거의 8년 만에 하는 거라서요.

그것도 6개월이 채 안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여러분들이 내가 소분팀 팀장으로서 알아야 할 것, 알았으면 할 것을 생각해서 공유해 줄래요?

가령 기획실 전체 회의가 언제 있다던가, 팀장급 회의는 따로 있는지,

주간 회의, 월례회의 같은 건 있는지 아니면 실장님 관련된 것들이라도.”


그래 솔직해 지자. 모른다고.


모르니까 좀 도와달라고.


질책이나 강압이 아니라 도와달라는 읍소에 표 사원과 신 사원의 얼굴도 풀어졌다.


내 편이 되어 줄수 있는 것은 이들 뿐이었다.


나는 이들을 의지해야만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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