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9호선 지하철에서 마크와 나는 아주 강력한 경고를 들었었던 것이다.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고 빛차단 햇빛 가리개 모자를 쓴 한 아주머니는 한창 사업 얘기를 나누는 우리를 향해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사투리가 섞였던 데다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두근거리는 심장부터 수습해야 했던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임에도 그녀의 말을 절반도 못 알아듣고 말았다. 하지만 대강은 이런 내용이었음을 기억한다.
아 미국 놈들이 너무 시끄럽네.
영어 한다고 JIRAL이네.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나와 마크는 오늘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창밖 너머 시커먼 지하터널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마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마크."
"아냐. 내려서 얘기해."
"아니 우리 시간도 없는데 이동하는 시간이라도 아껴야..."
"나 또 그런 아줌마 만날까 봐 무서워."
"그건 나도 그렇지만.. 한류 박람회가 바로 10월인데..."
"Send kakao!"
"오케.."
나는 마크에게 논의해야 할 부분들을
일일이 카톡에 찍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지하철에서 대화가 금지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다 말하는데 왜 우리한테만 소리를 지른 걸까.
열심히 폰으로 대화하던 우리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말문이 터진 사람처럼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첫 주제는 지난주 지하철 막말에 대한 억울함 토로였다.
♥: 나 ♡: 마크
♥"그때 우리 별로 크게 안 떠들었어 확실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 JIRAL이라니 그 사람은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있는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아냐. 가끔 보면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빤히 쳐다봐.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 그건 굉장히 무례한 일인데도 말이야."
♥"나도 독일에 있을 때 할머니들이 날 너무 빤히 봐서 기분 나빴던 적이 있지. 마치 내가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어. 나중에서야 그게 은근한 인종 차별이란 걸 알았지."
♡"그럼 나이 많은 사람들은 다 인종차별자란 결론이 맞을까?"
♥"아니지, 그냥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다? 외국인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다(unfamiliar)? 그 정도로 해두자."
♡"그런데 그때 그 아주머니는 화가 많이 난 거 같았어."
♥"그건 그래. 우리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다 대화 중이었는데 우리한테만 소리를 지르긴 했지."
♡"그것 봐. 인종차별(racism)이라니까. 아직도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있어."
♥"아냐, 나 예전에 이런 얘길 들은 거 같아. In the Western world, individuals generate their voice from their diaphragm, while in East Asian languages they generate their voice from their throat. So the 아줌마 feels that it is louder."(서양언어는 횡격막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동양권은 목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서 영어의 경우 깊은 소리, 울리는 소리라 한국인 입장에서 더 시끄럽게 느낄 수도 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