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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야 May 27. 2024

그래도 살아보겠습니다.

  

 

책이 출판되었다. 주변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마쳤고, 지역 안에서는 소위 셀럽이 되었다.


지역 조합 신문 독서 클럽에서는 이달의 책으로 선정했다며, 작가님이 함께 해주시면 더 뜻깊은 자리가 될 것 같다며 초대해 주셨다.


모두가 열심히 책을 읽으셨는지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는 자리였다. 그날의 독서토론은 아직도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다. 그러나 그렇게 뜨겁게 책이 팔리지는 않았다.      





유명한 소설가께서 우연히 지역 신문에 실린 나의 기사를 보고, 책을 사 보셨다며, 출판사로 직접 전화해서 나를 찾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인 작가가 책을 내면 나름 저명한 작가님들께 책을 보내며 한 마디라도 좋은 평을 해주십사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문학계의 관행 같은 것이었다.


그분이 직접 책을 사 보시고 내게 연락을 한 것은 아주 례적인 일이었다. 그분을 통해 그분의 제자를 비롯한 지역의 소설가와 시인들을 알게 되고, 모임도 만들어졌다.



처음엔 작가들과의 만남이 즐거웠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책이 안 팔리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여자 작가들은 남편의 월급이 있으니, 고급 취미 생활을 하는 정도로 여겨졌고, 남자 작가들은 가난한 것에 길들여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책을 안 읽는 요즘 세태를 비판했다.


꼬박꼬박 먹어야 살 수 있는 밥을 파는 식당도 망해나가는 곳이 태반인데,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을 그렇게 재미없게 써놓고 책을 안 읽는 요즘 사람들을 탓한다는 게 우스웠다. 시나리오로 글쓰기를 시작한 나는 소위 순수문학을 한다는 사람들과 정서가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지역의 한계인지 대부분은 평균 나보다 열 살 위였다. 사고방식도 세대도 달랐다.    


  



코로나19로 거리 두기가 심해졌다. 조용히 다음 작품을 잘 준비하려 했는데, 다들 겪는다는 우울감이 나에게도 심하게 찾아왔다. 좀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잠들 때마다 생각했다. 이대로 딱 그냥 눈뜨지 말았으면… 마음에 걸리는 건 아들뿐이었다.      



그러는 중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오십도 안 된 남자가 삶이 버거워 생을 마쳤는데, 아직 젊은 나도 사는 게 지겨운데, 여든이 훨씬 넘은 엄마의 죽음이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노환으로 누워만 계시는 것보다, 돌아가시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장례가 끝나고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형제들 간의 시비가 여지없이 생겼다.

‘난 빼줘. 니들끼리 알아서 해.’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엄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엄마가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 그저 잠시라도 엄마에게 기대어 본 적이 없으니, 엄마는 나에게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오히려 수시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 번거로운 존재. 어린이날 해준 것도 없으면서 어버이날은 왜 선물을 바라는 눈빛을 보내는지 얄미운 존재.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엄마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좋아하지도 않던 엄마의 부재가 이렇듯 큰데, 세상에 혈육이라곤 나밖에 없는 나의 아들은...? 아들이 나를 감쪽같이 속이고 있는 게 아니라면, 나의 아들은 엄마를 꽤나 좋아한다.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살기 위해 연세 200만 원짜리 시골집을 얻어 이사를 하고, 다시 과외를 시작했다. 도돌이표 같은 인생이 지겹지만, 언젠간 이 도돌이표의 굴레에서 빠져나와 삶의 일정 부분은 행복이라는 걸 느껴보고 싶다.                





너무 귀한 구독자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기쁨으로 버팁니다.

더더 많은 괴로운 일들이 있었지만, 이 글을 쓰는 게 심적으로 너무 괴로워 여기서 연재를 마치려고 합니다.      


이보다 덜 괴롭고 가끔은 행복한 얘기로 6월에 새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함께 해 주시며 위로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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