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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 Jun 29. 2020

어느 비 오는 월요일 저녁 풍경

D+98/ 2020.06.29

지금 내 눈앞에는 나란히 잠든 두 사람이 있다. 정확히는 소파 위에 하나, 그리고 놀이 매트 위에 하나. 거실을 밝히는 오렌지 색 조명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거실에 똑 닮은 두 사람이 고요히 숨을 쉬며 잠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뭉글하게 따뜻해져 오고 이 순간의 풍경과 감정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노트북을 펼쳤다.


혼자 깨어있는 밤이어도 명치 어딘가가 서늘한 기운이 서리는 느낌이 없이 그저 평온한 이 시간을 어떻게 박제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아도 답이 없어 결국 그저 조용히 바라보며 서툴게나마 손가락을 움직여본다.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와 번개 빛이 비친 뒤 한참 뒤에서나 들려오는 뭉개진 천둥소리에도 이 찰나 같은 시간이 깨질까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다.


좀 더 어린 시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지만, 오래 꿈꿔왔던 평온함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하고도 벅찬 마음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가진 것이 많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우리들. 구멍이 숭숭 뚫렸던 내 가슴에 그 어떤 것보다도 맞춤으로 바람 샐 틈 없이 꼭 나를 껴안아주는 이들의 존재감.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었던 가족의 풍경이 눈 앞에 있다. 만질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 한 순간, 순간이 너무도 아까워 바라보고 있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 꼭꼭 새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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