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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남아서

차라리 다행이야

by 좋은루틴 Mar 04. 2025

2025. 3. 4.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학년, 새학기 개학식.

모처럼 텅 빈 집에 음악을 틀고 커피 한잔 내려 새로 배송 온 책을 들고 소파에 앉으니

새삼 행복하더라

브런치 글 이미지 1


사진을 찍으면서 생각했어.


‘다섯달 전에 나였다면 이 순간을 기억한답시고 바로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겠지?’

‘그러면 오빠 너는 “강남 아파트 태그 올려라” 이러면서 또 내 인스타 감성샷을 비아냥 거리는 댓글을 달았겠지‘


그때가 그립다.


오빠 너랑 소소하게 주고받던 농담이,

숨차게 웃겼던 오빠 개그가

눈물나게 그립다.


오늘은 눈이와. 3월에 눈이라니,


문득, 오빠가 간지 벌써 다섯달이 되었다는게 믿어지지가 않아.

한 몇 주 전 같은데 말이야..


먼저 어머니를 보냈던 이서방은 3개월 지나고 나서 부터 정말로 힘들다고..

그랬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해.


다들 일상을 찾아가고, 나 마저도 그런데

그 일상 속에 오빠가 없다는게 새삼 이제서야 오롯이 느껴져.


처음엔 남겨진 너의 사람들, 조카들.. 그리고 네가 사랑해마지않던 새언니, 그리고 아빠가..

그렇게 걱정되더니,


이제는 다 흐려지고 너만 또렷이 남았어.


너의 결혼, 첫번째 출산, 둘째, 그리고 막내.

장례식장에서는 오빠 너가 이룬 이 모든게

오늘 이 큰 슬픔과 상실을 위한 엄청난 빌드업이었나 싶었어.

남겨진게 없었다면 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더 가볍지 않았겠나 싶어서..


그런데 이젠 오빠 너만 남아서,

그래도 한번 인생 사는데, 짧은 시간이나마 그 많은 행복을 경험하고 가서

다행이다 싶어.


그리고 이제는 오빠 니가 너무 그립지만

내가 오빠한테 해줄 수 있는게 별로 없어서..

너가 남긴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걸로 대신해.


내가 행복한 순간 순간 마다 가끔 너를 떠올릴게

나혼자 행복해서 미안할 때도 있고

오빠도 이런 행복을 느꼈었겠지 싶어서 다행인 날도 있겠지


자려고 누웠는데 마음에 걸리는게 없으면 그게 행복이래.

오빠의 잠 자리가 행복할 수 있게

내가 눈떠 있는 동안 좀더 예민해져 볼게.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 그때 칭찬해줘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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