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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ug 12. 2018

폭염으로 푸른 지구가 '갈색 지구'로

[기후변화 WITH YOU]2018년 '극심한 폭염', 유럽 모습 바뀌어

랜드샛8 위성이 2014년 7월 우주에서 뉴질랜드의 에그몬트 국립공원을 촬영했다. 짙은 초록과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사진제공=NASA]


초록은 초록을 낳습니다. 큰 나무와 작은 관목이 어우러져 ‘자연산 캐노피(Canopy)’를 만듭니다. 그 아래 사람이 서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먼저 맞아줍니다. 최명희 작가는 ‘혼불’에서 산을 오르던 한 사람이 잠시 쉬기 위해 바위에 앉았는데 그때 불어온 바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강물을 씻은 바람이 이마에 얹혔다.”

가끔씩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는 덤입니다. 작은 계곡이 있다면 졸졸졸 물소리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소확행(소소한데 확실한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산뜻한 바람과 들려오는 새소리, 물소리를 벗 삼아 계곡에 발을 담그는 시간. 당신은 시간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시계는 멈춰버릴 것입니다. 

푸른 숲에 들어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적 원인도 있겠는데 물리적 배경도 있습니다. 숲은 신선한 공기를 내뿜습니다. 숲은 세상의 온갖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소음 차단은 우리에게 물리적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지구는 여러 면에서 축복받은 행성입니다. 대기권이 단단합니다.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과 유성은 이 대기권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불 타 없어집니다. ‘쉴드(shield)’ 역할을 수행합니다. 태양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가장 가까운 수성,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명왕성 모두 태양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수성은 너무 뜨겁고 명왕성은 너무 춥습니다. 적당한 태양과 거리는 ‘적절한 온도’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수성은 물이 증발해 버리고 명왕성은 물이 얼어붙어 있습니다. 

초록의 숲과 푸른 바다는 지구의 상징입니다. 지구를 ‘Blue Marble'로 표현합니다. 우주에서 보면 ‘푸른 구슬’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구가 올해 폭염으로 그 모습이 변했습니다. 우주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2018년 7월의 ’극심한 폭염‘으로 유럽 곳곳이 초록에서 갈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연 이 사진은 올해 특정한 날의 특정한 이미지에 불과할까요. 내년에는 다시 초록으로 복원되는 것일까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유럽뿐 아니라 전 지구촌이 이렇게 될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읽어야 합니다.     

짙푸른 초록으로 넘실대던 유럽이 올해 폭염으로 갈색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우주에서 본 유럽의 폭염은 그야말로 지구 색깔까지 바꿔놓았습니다. 이러다 ‘푸른 지구’가 ‘갈색 지구’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전 지구촌이 고통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통해 지난해 7월과 올해 7월을 비교한 유럽 사진을 보면 계속된 폭염으로 우주에서 본 유럽이 갈색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는 푸른 초록의 모습이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테라(Terra) 위성에 탑재돼 있는 MODIS(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가 찍은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올해 북 중앙 유럽은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계속된 폭염과 낮은 강수량으로 갈색으로 변해버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독일의 많은 지역의 경우 지난 5월부터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6월1일부터 7월16일까지 관측 사상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피터 깁슨(Peter Gibson) NASA 제트추진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은 지난 50년 이상 6월의 지구촌 온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설명했습니다. 피터 깁슨 박사가 분석한 기온 데이터 결과 가파르고 지속적 온난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이른바 ‘극심한 폭염( extreme heatwaves)이 앞으로 더 자주 일상화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피터 깁슨 박사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자주, 고통스럽고, 지속적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미 유럽과 북미의 경우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추가적으로 10~15일 정도 폭염이 더 발생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깁슨 박사는 특히 제트 기류의 특이한 위치와 지속성으로 이 같은 특정 폭염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5월 이후 제트 기류가 비정상적으로 북쪽 멀리 위치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강한 제트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중위도로 내려 보내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는 유럽과 한반도,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폭염에 노출됐다는 것입니다.     

깁슨 박사는 "상층의 바람 유형이 영국 상공의 고기압 지역에 갇혀 있다"며 "영국은 이 때문에 바람이 없고, 구름이 없으며, 매우 뜨겁다"고 설명했습니다.   

깁슨 박사는 "과학자들은 현재 기후변화가 제트 기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상세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우리는 인간 활동 영향 등으로 기후가 1도 정도 상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7월24일 덴마크 지역 등(오른쪽)이 갈색으로 변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찍은 사진은 초록으로 보인다. NASA의 테라 위성이 찍었다.[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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