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작가에게 꿈은 ‘베스트셀러’입니다. 금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책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입니다. 내 책이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에 전시되고,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리뷰 해준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요? 지금 한 번 눈을 감고 상상해보세요. 그야말로 기분 최고죠.
이제 찬물을 살짝 끼얹겠습니다.
2쇄(2천 부 이상)를 찍는 책은 5%가 안 되고, 베스트셀러는 그야말로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책은 출간 후 2주 정도 주목을 받더라도 이내 힘을 잃고, 잊히게 됩니다. 지난 1년간의 노력이 허무할 정도죠.
책을 냈을 때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주변 지인에게도 널리 알리고 개인 SNS에도 매일 광고를 합니다. 대형서점에 가서 인증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포털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으면 놀랍고 신기해서 화면을 캡처해 둡니다. 뿌듯한 마음을 느낍니다.
저도 똑같이 위와 같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출판사 사장님과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에 대한 반응은 기대대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오른 순위를 매일 보면서, 순위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하루의 기분이 오락가락할 정도였죠.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갔습니다. 순위도 하락해서,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죠. 강연도 다니고, 이벤트도 했지만 역시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시중에는 새로운 책이 계속 출간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베스트셀러보다 더 좋은 것이 스테디셀러인데요.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책입니다. 몇 만 권의 수준이 아니라, 한해에 몇십 권, 몇 백 권이라도 팔리면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란 과연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백만 부 이상 팔리면 베스트셀러라고 했지만, 지금은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고, 하루에 몇십 권만 팔리면, Yes24나 Naver의 책 소개란에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습니다.
어느 출판사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 명에서, 독서 인구 10%를 잡으면 5백만 명이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독자를 10% 정도 잡으면 5십만 명인 것이죠. 또 이 중에서 6~10% 정도만 책을 산 다면, 3~5만 명 정도입니다. 이 정도만 팔려도 베스트셀러입니다. 애초부터 10만 부, 100만 부는 가당치 않은 목표입니다. 아주 가끔씩 이렇게 책이 팔릴 때도 있지만요.
“우리나라에서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한 부수가 몇 부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3만~5만 부 정도가 합리적 예측이 가능하고, 그 이상은 이를 넘어서는 일이에요.” - 어느 출판사 대표님
여기서부터 본론입니다. 내 책의 판매부수를 1만 부로 잡았을 때, 나의 수입은 어떻게 될까요? 정가 15,000원 도서에서 인세 10%를 잡으면, 1,500원, 1만 부이면 1,500만 원 수준입니다. 1만 부면, 거의 4쇄나 5쇄 정도 찍는 것인데요. 꽤 어려운 목표죠. 대부분은 인세라는 것을 구경도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을 걸고, 책 쓰기를 광고하는 곳에 수강료는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수백만 원은 할 것입니다. 계산기만 두드리면 오히려 적자입니다. 적자를 내면서도 비싼 수강료를 내고, 책을 내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출판사와 계약해서 책을 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가로 자비나 반자비로 수백만 원을 또 투자해서 책을 내야 합니다.
책 쓰기 강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책 쓰기 강의를 들었고, 그로 인해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의 시간과 몇 백만 원의 돈을 투자했습니다. 덕분에 6개월 만에 책을 쓰고, 출판사와 계약도 했습니다.
책 쓰기 강의 중에도 수준이 있고, 도움이 되는 것도 많습니다. 베스트셀러(진짜 베스트셀러)를 기획한 편집자 분이 직접 하시는 강의도 있고, 좋은 작가님들이 진행하는 강의도 많습니다. 다만, 너무 상업적으로 책 쓰기 강의를 하는 곳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마치 여기에서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를 내고 당신도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식입니다. 과대광고인 셈이죠.
결국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하기를 권유드립니다. ‘베스트셀러’에 현혹되지 말고, ‘좋은 책’을 쓰겠다는 마음가짐으로요.
먼저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책 쓰기에 대한 노하우를 읽으면서 습득합니다. 매일 A4 용지 반 페이지, 한 페이지에 자신의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나의 ‘콘텐츠’를 찾고, 목차를 구성하고, 수개월 내에 A4 용지로 적어도 80페이지 이상(10포인트, 줄 간격 160%, 단락 구분) 쓴다면, 나만의 ‘초고’가 탄생합니다. 여기에 ‘출간 기획서’를 더해서 출판사에 투고하면 됩니다. 적어도 5백 군데의 출판사에 투고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할 자신이 없거나 아무리 해도 노하우가 안 생긴다면, 강좌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실력 있는 편집자님, 작가님들의 강좌도 있고, 책 쓰기 카페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만 가르치는 곳이 아닌지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곳의 특징은, 첫째 과대광고를 하고, 둘째, 단시간 내에 책 쓰기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수강료가 아주 비싸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런 카페에서 대량으로 작가를 양산하면서, 글 쓰는 스타일, 목차 구성, 심지어 투고 메일도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투고 메일이 일주일에도 수십 통이 들어오는데, 어쩜 내용이 이렇게 비슷할 수가 있죠? 유추해보건대, 이 책 쓰기 연구소는 최소한 책 200권을 사야 출판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했나 봅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 가르치는 겁니까?” -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
제가 3년 전, 원고를 처음 투고했을 때, 출판사 편집자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책 쓰기 강의를 들으셨는지 몰랐습니다. 전혀 그런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글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워서 좋았습니다.”
물론 빠른 시간 내에 책을 쓰고 싶다면, 책 쓰기 강의를 듣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내 안에 담긴 것을 쏟아내고, 보다 가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베스트셀러’에 현혹되지 말고, ‘좋은 책’을 쓰겠다는 마음가짐을 먼저 가지셨으면 합니다. 베스트셀러의 광고에 혹해서 비싼 수강료를 내고 책을 냈는데, 막상 결과가 그렇지 않다면 누구도 원망할 수 없습니다. 욕심에 눈이 먼 자신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책을 내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만의 책을 한 권 갖고 있다면, 좋은 기록이 되고, 자존감도 올라가고, 나를 대변하는 명함도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도 책을 쓰고, 앞으로도 책을 쓸 겁니다.
단지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혼자서 할지, 아니면 강의를 들어서 도움을 받을지.
서두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글을, 매일 쓰시면 됩니다. 결국 책 쓰기는 남이 아닌, 내가 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