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세에 울고, 웃고.

by 나단 Nathan 조형권

책을 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책을 쓰는 분들이 전업 작가라기보다는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하거나 전업주부도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에게도 좋은 상황입니다.

물론 책이 잘 팔려서 ‘인세’를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요.


책을 내고 나서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부분이 바로 ‘인세’입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가 제일 궁금하기 때문에 출판사에 문의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는 실시간으로 책 판매를 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매뉴얼로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상, 하반기에 나눠서 인세를 정산합니다.


“인세 얼마나 받았어요?”


책을 내고 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나의 책이 온라인 서점이나 네이버에서 ‘베스트셀러’ 딱지를 받는다면 자연스럽게 기대감이 듭니다. 인세 정산을 할 때 좀 더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인세를 받아보면 예상보다 금액이 적어서 실망을 합니다. 반품을 받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그나마 인세를 조금이라도 받으면 다행입니다. 아예 인세를 못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경우는 보통 1쇄 인세는 받지 않고, 2쇄부터 인세를 받기로 계약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 책을 내는 작가라면 계약에 대한 주도권이 없어서(계약서상 ‘갑’이기는 하지만) 보통 출판사의 의견을 따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적어도 1,500부 ~ 2,000부 정도는 판매를 해야 제작비(인쇄, 물류, 마케팅, 디자인, 편집, 교정교열, 각종 부대비용 등)를 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2쇄를 내는 경우는 5% 미만이기 때문에 혹시 인세를 못 받았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첫 책은 그랬습니다. 두 번째 책부터 인세를 받았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가장 기분 좋은 경우는 선인세를 받는 것입니다. 선인세는 나중에 받을 인세를 미리 정산해주는 것인데요.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와 같은 경우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그만큼 출판사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대략 50만 원 ~ 2백만 원 정도가 선인세(정가 15,000원 책의 10% 인세 적용 시, 300부 ~ 1,500부 정도 판매 가정 시)입니다. 하지만 검증이 안 된 신인작가의 경우 선인세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거장인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경우 선인세가 수억 원에 달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출판사가 미리 돈을 주고, 작품을 사려고 줄을 서는 것은 작가들의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심지어《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책의 선인세는 수십억 원이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이번 신작은 선인세가 2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작가 인세를 10%로 계산하면 1만 5천 원짜리 책을 130만 부 이상 팔아야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는다. 국내에서 수십 억 원의 현금조달 능력을 갖춘 출판사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 《‘선인세만 수십억? 하루키 신작에 국내 출판사도 들썩》, 연합뉴스 2017.3.10


책을 내기 위해서 6개월 ~ 1년간, 또는 수년간 온갖 노력을 하고, 마침내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지만 금전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음 책을 쓸 의욕도 잃게 됩니다.

처음 책이 나오기 전에 ‘가제본’(인쇄하기 전에 최종 점검용 인쇄본)을 받았을 때 감동, 그리고 내 책이 온라인 서점에 보이고, 실제 서점에 전시되었을 때의 느낌은 그야말로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인증샷도 찍고, 흥분하게 됩니다.


하지만 출간 후 1주일, 2주일이 지나면서 판매량도 궁금하고, 점차 신경이 쓰입니다. 처음 책을 쓸 때는 판매량은 신경 쓰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면 그렇기 쉽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잘 팔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가에게도 좋고, 출판사에게도 좋으니까요. 주변의 사람들이 책을 사서 인증샷을 올려주면 너무 고맙지만, 반대로 무관심하면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저도 지인들이 서점에서 제 책을 사고 인증샷을 올려줄 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책을 내기 전에 자신한테 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책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자아실현, 지식과 경험의 전달, 마음치유, 명예, 부 등 다양할 것입니다. 책을 통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은 당연합니다. 이왕이면 내가 쓴 책이 널리 알려지고, 부와 명예도 함께 따르면 좋겠죠. 그런데 이것을 ‘목적’으로 두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책이 잘 팔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 스스로 동기를 잃게 됩니다. 나의 책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자책을 하고 의욕도 잃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집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세는 ‘보너스’입니다. 출간에 따른 강연도 ‘보너스’입니다. 그러한 것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책을 쓴 진정한 이유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제가 책을 쓰는 목적은 첫째, 가치(Value) 전달, 둘째, 자아실현, 마지막으로 ‘기브’의 행위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결과물로 인세와 강의가 들어오면 그야말로 ‘땡큐’입니다. 물론 책이 안 알려지거나 덜 팔리면 속상한 마음이 듭니다. 단지 그러한 마음은 흘려보내고, 다음 책, 그다음 책을 구상하고 집필해서 나만의 ‘세계관’을 완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책을 계속 쓰게 만드는 힘이니까요.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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