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나의 생각과 경험을 대중에게 알리겠다는 의미입니다. 때로는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걱정과 불안, 문제점 등 나의 치부를 드러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나의 마음이 정화나 정리가 되고, 인생이 변화한다면 이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부끄러움도 있지만 이를 표현하기로 결심한 것은 나의 용기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의 콘텐츠가 그냥 세상에 묻히게 두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왕 글을 쓰고, 책을 내기로 했다면 널리 알려야 합니다. 과거에는 작가는 글을 쓰고, 편집자는 책을 만들고, 출판사는 이를 홍보한다는 분업의 개념이 강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글에만 집중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작가는 책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밝히고 자신만의 팬덤을 형성합니다.
최근 몇 년간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인지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글과 영상을 통해서 일정 수준의 팬을 갖고 있는 작가를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책을 출간한 후에 좀 더 안정적인 판매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투고 메일을 받았을 때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소셜미디어를 방문해서 팔로워나 구독자 수를 살핍니다. 물론 절대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평소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팔로워나 구독자와 활발하게 소통하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작가의 투고 메일을 받아서 팔로워 수를 확인했더니 꽤 많은 수치를 보고 출간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출간 후 판매부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좀 더 확인해보니, 이 작가분의 팔로워 수가 많은 이유는 작가의 콘텐츠 때문이 아니고, 다른 마케팅 활동(예를 들어서 제품 홍보)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자신의 콘텐츠를 제대로 알리고 그만큼 지지를 받는지 좀 더 디테일하게 확인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작가들도 전보다 활발하게 대외활동을 합니다.《살인자의 기억법》,《오직 두 사람》《여행의 이유》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배출한 김영하 작가도 방송과 오디오북, 인문학 콘서트 등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쓴 책을 낭독하고 이를 독자에게 들려줄 정도로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저자의 작품을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물론 김영하 작가도 처음부터 이렇게 인지도를 확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95년《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을 한 후《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등단하기 전에는《무협 학생운동》이라는 무협지를 쓴 적도 있을 정도로 무명의 시절도 길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인지도를 얻은 것은 2018년 알뜰신잡에 출연한 이후부터입니다. 박학다식한 지식을 자랑하면서 많은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작가의 작품 수준도 중요하지만, 이제 독자는 ‘작가 자체’의 브랜드를 중요시합니다. 그나 그녀가 출간한 책이나 다양한 부수적인 콘텐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됩니다.
요새 독자층은 이전보다 훨씬 더 현명하기 때문에 출판사의 광고만 믿고 책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물론 광고가 충분히 매력적이고, 인지도 있는 작가나 관심 있는 콘텐츠라면 구매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신인 작가의 경우 잘 알지 못하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구매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평소 미래의 독자층과 소통하는 활동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하늘에서 책이 뚝 떨어지고 나서, 그것이 잘 팔리기만 기도를 하면 안 되겠죠.
물론 팔로워 수나 구독자수가 많다고 그것이 바로 독자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떤 편집자는 팔로워 수의 1% 정도가 독자라고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즉 10,000명의 팔로워 수가 있다고 해도 책을 구매할 사람은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이 비율은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팔로워 수 = 독자 수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보다 인지도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면 좀 더 수월하게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책을 구매할 확률이 높고, 그 후 입소문도 더 활발하게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 책을 내고 나서 그다지 홍보가 안 된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활발하게 마케팅을 안 해주는 출판사에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알리는 일차적인 행위는 작가가 몫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첫 책이 나오고 나서 3주간이 승부처인데, 이때 홍보가 잘 안 되어서 나의 책이 조금씩 잊히더라도 꾸준히 홍보활동을 해야 합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당장 효과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3개월, 6개월, 1년,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러한 활동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그 와중에 나의 글을 브런치나 블로그 등에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새로운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작가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독자도 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과거에 자신이 출간한 책을 사서 보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한 권의 책에 머물지 말고, 더 많은 책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작가도 열심히 뛰고 홍보를 하고 글을 알리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이전보다 더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우연히 찾아오기도 합니다. 만약 첫 책을 내고 나서 더 이상 책을 쓰지 않는다면 정말로 잊힌 존재가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나의 생각과 느낌, 경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기회를 잃게 되는 셈입니다. 이왕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면 적어도 5권, 많게는 10권은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나의 세계관을 꾸준히 알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