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에 멋집니다. ‘작가님’이라고 불리면 더 기분이 좋습니다. 자존감이 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르는 듯’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극소수의 작가를 제외하면, 글과 책을 쓰면서 먹고살 수 없습니다. 또한 세간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지만, 동시에 더 좋은 책을 써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도 있습니다.
작가는 마치 대단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평범한 인간인데도 말입니다. 작가도 생계를 걱정하고, 가족 문제에 머리가 아프고,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책을 내고 글을 쓰면서 ‘아우라’를 갖게 되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슬픔과 아픔도 있습니다.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타이틀을 종종 봅니다. 작가가 되면 마치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줍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에 현혹된 아이들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갑니다. 힘들더라도 책을 쓰고, 불확실한 미래를 걸고 출판사에 투고합니다. 한 마디로 눈에 콩깍지가 씌운 단계입니다. 힘겹게 책을 내고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슬슬 꿈에서 깨어납니다. 어떤 분은 충격을 받고 절필을 하기도 합니다. 절필 선언이라기보다는 그냥 글을 못 쓰게 됩니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합니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의 글과 책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나에게는 엄청난 존재이지만 말입니다. 마치 속은 것 같은 분한 마음도 들고, 순진한 나를 원망하기도 합니다. 집 한편 구석에 쌓인 나의 책들을 보면 더 그런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 단계를 잘 이겨낸 사람은 궁극에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글을 쓰고, 책을 쓰는 ‘행위 자체’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비록 책이 많이 팔리지 않더라도 메시지를 대중에게 꾸준히 전달합니다.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독자층이 생겨납니다. 혼자가 아님을 점차 알게 됩니다.
독서를 하고, 책을 쓰는 것이 정말 큰 ‘축복’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것을 깨닫는데 1년이 걸리는 사람이 있고,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애초에 그러한 마음을 갖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나의 책을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느끼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겁니다. 이는 위로의 말일뿐이고, 나에게 힘을 주기 위한 핑계입니다. 사실 더 많은 이들이 내 책을 읽기를 원합니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인정’을 받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입니다. 수많은 아이돌, 아이돌 지망생이 오늘도 내일도 땀을 흘리면서 같은 음악에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은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100만 부라는 전대미문(특히 언제나 역대 급 불황이라는 출판계에서)의 판매를 기록한《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같은 책을 내고 싶습니다. 내 책이 100만 부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생계도 생계지만, 확실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작가로서 인지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에 나가서 홍보를 할 수도 있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한 몸에 받게 됩니다. 현실은 2쇄(2천 부 이상)를 찍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지만 말입니다.
제가 이전에 “한 권의 베스트셀러보다는 여러 권의 좋은 책을 쓰세요”라고 말한 이유는 꾸준히 책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한 권의 베스트셀러’를 내고 싶습니다. 유명해지고 싶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인정’ 받고 싶은 욕망이 강렬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本性)이고 본능(本能)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작가로서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적어도 저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는데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저의 칼(문장력)에 녹이 슬지 않도록 꾸준히 숫돌에 칼을 갈고 싶습니다. 일을 하더라도, 바쁘더라도 글을 쓰려고 합니다. ‘작가님’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을 때도 있지만, 부담감이 클 때도 많습니다. 계속 좋은 책을 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기분 좋은 부담감’을 안고 글을 씁니다. 그중에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아니더라도, 달러구트 꿈 편의점(?) 정도의 책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결과가 좋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행위를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타이틀은 그냥 타이틀일 따름입니다. 작가는 프리랜서입니다. 오늘, 내일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예전에 이런 적이 있습니다. 할인을 받기 위해서 백화점 카드를 만들려고 했고,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직원이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습니다.
“무직입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직장인이지만요.)
당시 왠지 모를 수치심이 느껴졌습니다. 작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렇게 불확실성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이 작가입니다. 물론 작가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순수 문학을 추구하는 분도 있고, 실용서를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 경계를 구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두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는 면에서 동일합니다. 같은 배를 탄 존재입니다.
이미 작가가 되신 분, 앞으로 되실 분들도 이러한 각오를 갖고 계속 써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 명의 독자라도 나의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나의 ‘욕망’을 무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그러한 욕망이 없다면 굳이 글이나 책을 쓸 필요가 없겠죠. 이러한 ‘건전한 욕망’을 받아들이고, 좌절과 고뇌, 희열과 기쁨을 반복하면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