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에 떠난 아프라키 배낭 여행기
이 이야기(2013년 배경)는 저희 아버지인 조승옥 님이 쓰신 글을 제 브런치에 올린 것이니,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연재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배낭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킬리만자로 트레킹은 미니 트레킹이라 불리는 1일 코스와 5-6일 코스 두 가지로 대별된다. 미니 트레킹은 해발 1,800미터의 마랑구 게이트에서 해발 2,700미터의 만다라Mandara 산장hut까지 10여 킬로미터를 왕복하는 당일치기 코스다.
5-6일 코스는 4박 5일 또는 5박 6일 코스인데 올라갈 때 중간에 있는 해발 3,720미터의 호롬보 산장에서 1박만 하느냐 2박을 하느냐에 따라 나누어진다. 고소 적응과 체력 조절을 위해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측도 5박 6일 코스를 권장한다. 내가 정상 등정에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4박 5일 일정을 잡은 것이다. 킬리만자로 전문 여행사가 설정한 마랑구 루트의 표준적인 트레킹 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 1일차 : 마랑구 게이트(1,800)-만다라 산장(2700) 10Km 약 4시간 산행
▲ 2일차 : 만다라 산장-호롬보 산장(3,720) 12Km 약 6시간 산행
▲ 3일차 : 호롬보 산장-제브라락-마웬지봉 갈림길(4,200) 왕복 약 4시간 산행
▲ 4일차 : 호롬보 산장-새들-키보 산장(4,703) 14Km 약 7시간 산행
▲ 5일차 : 키보산장-한스마이어(5,180)-길만스포인트(5,685) 약 7, 8시간 산행
길만스포인트-우후루피크(5,895) 약 1시간 30분 산행
우후루피크-키보산장 약 2시간 하산
키보 산장-호롬보 산장 약 4시간 하산
▲ 6일차 : 호롬보 산장-만다라 산장-마랑구게이트 약 4시간 하산
여기서 눈 여겨 볼 대목은 5일차 일정이다. 이날 아침 호롬보 산장에서 7시나 8시 쯤 출발한다면 키보 산장에 대략 2시에서 3시쯤에 도착한다. 그러면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6시쯤 저녁식사를 하는데 수프와 누들 정도로 간단히 때운다. 이 지점부터 고산증 증세로 구토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인지도 보른다. 식사 후 잠시 눈을 붙이고 11시부터 정상 등정을 위한 산행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계속 가파른 모래 절벽을 올라가는데 정상적으로 올라가면 아침 8시 반 경 정상에 도착하여 잠시 사진 찍고 구경한 다음 키보 산장으로 내려오는데 2시간 정도 걸려 오전 11시경이 된다. 그러니까 키보에서 우후루까지 왕복하는데 꼬박 12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호롬보 산장까지 약 4시간을 걸어 내려오면 오후 3시 쯤 된다. 따라서 5일차 일정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구간으로 10명 가운데 한두 명은 고산증과 체력의 한계로 정상 등정을 포기해야 하는 마의 고개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킬리만자로 트레킹 예약을 민박집 사장에게 부탁하면서부터 산소 캔 을 준비해 주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이로비를 떠나기 전에 다시 확인했는데 아루샤 여행사에서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말해서 믿고 떠났다. 아루샤 여행사는 어딘지 또 추가적으로 들어갈 비용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아루샤에서 묵을 호텔은 어딘지 확인하지도 않고 운전기사가 대려다 주는 데로 버스를 탔다. 물론 승차권도 없이. 이것이 나의 불찰이요, 나중 고용한 일행의 임금문제로 분란이 일어난 소지가 되었다.
산소 캔 문제가 마음에 걸려 아루샤에서 출발할 때부터 내 가이드에게 산소 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지만 신통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마랑구 게이트에 도착하자 주차장 앞에 있는 등산장비를 대여해주는 가게로 안내했다. 거기서 산소 캔 있느냐고 물으니 큰 산소통을 보이면서 700달러라고 한다. 결국 산소 캔 대신 물에 타 산소를 발생시키는 화학약품과 용기를 50불에 구입했다. 이 약품은 한번 써먹지도 못하고 반품도 하지 못했으니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입산 수속을 마치고 12시 쯤 마랑구 게이트를 출발했다. 출발 전부터 가랑비가 내려 배낭 카버를 씌우고, 우위는 덥고 땀이 많이 날 것 같아 우산을 받쳐 들고 걸었다.
마랑구 게이트부터 등산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차량도 다니는 넓은 길은 요리사와 포터가 가고, 일반 등산객과 가이드는 좌측으로 나 있는 오솔길로 간다. 등산로에 접어들자마자 울창한 열대우림이 나타났다. 자그마한 폭포도 있는데 건기라 수량이 많지 않았다. 큰 나무들은 수염 같은 이끼가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만다라 산장 주위에 있는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한 시간 반 정도 걷다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만다라 산장Mandara Hut에 도착하니 4시 경이 되었다. 여행사에서 설정한 산행 소요 시간과 내가 실제로 산행을 한 시간이 거의 맞아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성공적인 정상 등정을 위한 방법은 무조건 천천히 걷고 또한 물을 많이 마시고 자주 쉬어야 한다. 스와힐리어로 '뽈레뽈레polepole'(천천히)다.
그래서 '뽈레뽈레'는 '잠보jambo'(안녕하십니까)처럼 킬리만자로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만나면 건네는 인사말이 된다. 그러니 체력 좋다고 빨리 걸을 수도 없으니 70대인 나나 20대 젊은이의 산행 시간에 큰 차이가 날 리가 없다.
만다라 산장을 출발한 지 한 시간쯤 되자 킬리만자로의 하얀 정상이 눈에 들어왔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샤터를 눌렀다. 언제 정상 부근에 구름이 낄지 모르기 때문이다.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하고 잘 닦여 있어 크게 힘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거리가 12킬로미터나 되는 장거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12시쯤 되어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는 곳에는 간이 식탁이 마련되어 있었다. 큰 까마귀가 접근해 음식 던져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주위에는 에버래스팅과 프로테아 관목(sugarbush) 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프로테아는 꽃망울이 크고 하얀데 호롬보 산장에 이를 길 주변에 널려 있다. 킬리만자로에 서식하는 특이한 종이라하여 'protea kilimandscharica'라는 이름이 붙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