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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11. 2023

검은 대륙의 하얀 산, 킬리만자로

칠십에 떠난 아프리카 배낭 여행기

이 이야기(2013년 배경)는 저희 아버지인 조승옥 님이 쓰신 글을 제 브런치에 올린 것이니,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연재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배낭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킬리만자로 행 승용차는 트레킹에 필요한 부탄가스며 식음료 자재 등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걸려 08시 40분 아루샤를 출발했다.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가이드 1명, 요리사 1명, 포터 2명 등 모두 5명이 조가 되었다. 그러니 5명이 5일간 먹을 음식이며, 이를 요리할 연료 그리고 이들이 잘 천막 침낭 등 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캔으로 된 부탄가스에 간편한 불판을 가져가면 되련만 우리나라 가정용의 절반쯤 큰 철제 가스 용기에 불판 또한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주철로 된 것을 짊어지고 간다. 나는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하의는 가벼운 겨울용 바지 하나, 내의(하의), 장갑, 방한외피 상의, 방한내피, 티셔츠 등을 배낭에 넣고 나머지 가져온 것은 호텔에 맡겼다.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등산로는 모두 6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므웨카Mweka 루트는 정상에 오르는데 가장 빠른 직선거리이지만 경사가 가장 심하다. 움브웨Umbwe 루트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쉬운 코스다. 마카메Machame 루트는 가장 아름답고 전망이 좋은 코스다. 시라 고원Shira Plateau 코스는 킬리만자로에서 멋진 풍경을 지닌 시라 고원을 구경할 수 있으나 등정 출발 지점까지 차량으로 접근하기가 매우 불편한 것이 약점이다.  등산 마니아라면 남들이 가보지 않은 이런 루트를 택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05미터 부족한 6,000미터, 즉 5,895미터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단지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는 이유만으로 킬리만자로의 명성이 유지된 것은 아닐 것이다. 킬리만자로의 매력은 적도에 가까이 위치해 있으면서도 정상에 하얀 만년설이 덮여있다는 점이다. 검은 대륙에 대조적인 하얀 산봉우리는 신비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세계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산 가운데 일반인이 가장 오르기 쉬운 산인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 


킬리만자로는 고도에 따라 변화하는 환경 때문에 구경삼아 올라가는 재미가 있다. 헤밍웨이의 유명한 작품 <킬리만자로의 눈>으로, 그리고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기도 하다.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은 그 서두에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킬리만자로는 높이가 19,710피트 되는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누가예 누가이' 즉, 신의 집이라고 불린다. 그 서쪽 봉우리 정상에는 얼어붙은 한 마리의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헤밍웨이는 케냐의 엠보세리Emboseri에 머문 적이 있다. 날씨가 맑은 날 킬리만자로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암보세리 국립공원이다. 눈 덮인 산정을 배경으로 코끼리 떼들이 평화롭게 거니는 풍경은 감동적이다. 시간이나 체력의 문제로 킬리만자로 등반이 어렵다면 암보셀리에서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 받지 않을까 생각된다. 킬리만자로 트레킹 전문 여행사의 일정에는 엠보세리 사파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산이 어떻게 킬리만자로Kilimanjaro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스와힐리어 Kilima와 원주민어의 Njaro의 합성어로부터 유래하지 않았나 하는 학설이 있다. 


Kilima는 '작은 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녔는데, 거대한 산에 '작은 언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킬리만자로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란다. 


또 다른 이론에 따르면 Njaro는 '추위를 일으키는 악마'의 이름으로 사용되었는데, 해안가에서 내륙으로 오는 상인들이나 짐꾼들이 이런 이름을 붙였거나 높고 추운 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여행객들이 평원에 사는 마사이족에게 산 이름을 물었는데, '물이 나오는 곳'이라 하여 ngare라고 했는데 이것이 njare 또는 njaro로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킬리만자로는 키보Kibo, 마웬지Mawenzi, 시라Shira 등 세 개의 휴화산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키보의 정상인 우후루 피크Uhuru Peak가 바로 킬리만자로의 정상인 셈이다. '자유'를 의미하는 '우후루'는 탄자니아가 독립을 쟁취한 후 얻게 된 이름이다.




킬리만자로의 기상은 계절과 해발고도에 따라 직접 영향을 받는데, 대략 3월부터 6월까지는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우기로 정상 부근에 구름이 많이 끼고 눈이 내리며 그 밑에는 비가 온다. 구름 때문에 시계가 제한을 받는다.  6월 말에서 7월까지의 건기는 저녁에는 춥고, 보통 구름이 없는 편이다. 8월과 9월 또한 쌀쌀하고 맑은 날씨지만 종종 빗방울을 머금은 그름이 산허리에 걸치는 경우가 많다. 정상에 오르면 쾌청하고 발아래 펼쳐지는 운해 가운데 산봉우리들이 멀리 솟아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10월부터 12월까지의 우기에는 종종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내리지만 저녁때가 되면 구름이 없어져 밤과 아침은 맑아 시계가 좋다. 1, 2월은 통상 건조하고 온난하며 맑은 날씨에 간혹 소나기가 와서 등산하기에는 아주 좋다. 


킬리만자로 등정은 연중 아무 때나 가능하지만 1월, 2월, 9월이 가장 좋고, 7월, 8월, 11월, 12월이 다음으로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7, 8월이 여름방학 기간으로 이때가 해외여행 성수기이기도 하지만 킬리만자로 트레킹 성수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겨울방학 기간인 1월과 2월에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나는 8월 초에 킬리만자로에 올랐으니 비교적 좋은 날씨에 오른 편이다. 


킬리만자로 트레킹에는 포터와 가이드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곳도 없기에 때문에 요리사도 고용한다. 혼자일 경우 가이드 1명, 요리사 1명, 포터 2명을 고용한다. 사람이 많을 경우 인원이 줄어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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