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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11. 2023

사자를 때려잡던, 마사이족과 만나다

칠십에 떠난 아프리카 배낭 여행기

이 이야기(2013년 배경)는 저희 아버지인 조승옥 님이 쓰신 글을 제 브런치에 올린 것이니,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연재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배낭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동물들의 대이동 행진을 관람하며 숙소로 복귀한 시간이 대략 4시 반쯤 되었다. 이후 오늘 옵션으로 마사이 마을 방문이 있는데, 우리 사파리 일행 가운데 루이스와 나 그리고 대만 여성 2명만 선택했다. 마사이 마을은 캠핑장으로부터 3, 400미터 정도 거리에 있었다. 입장료는 1,500케냐실링 또는 20달러.


먼저 그 마을 남성들의 환영행사가 있는데 껑충껑충 높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원형을 그리며 무슨 주문(呪文)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한 것을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서 불을 피우는 모습을 연출했다. 마을 앞의 공터는 온통 가축들 분뇨가 널려있어 사진을 찍다가 소똥을 밟고 말았다. 아프리카 와서 처음 모기떼를 만났다. 마침 내가 가져간 스프레이를 나는 물론 일행들에게 뿌리자 마사이 사람들도 자신들의 종아리를 내밀면서 뿌려 달란다. 그들도 모기는 싫은 모양이다.


상자처럼 내모난 소똥집의 모습도 독특했다. 어른들은 마사이족 특유의 몸치장을 했는데 어린이들은 도시 어린이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이곳 여인들의 귀걸이도 현대식으로 변했다. 마사이족의 전통과 풍습이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마사이(Masai)족은 케냐 중앙고원에서부터 탄자니아의 중앙평원에 걸쳐 현대 문명을 등지고 가축을 방목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며 토속신앙과 원시사회를 지키며 살아가는 소수 부족으로 케냐에 25만 탄자니아에 10만 총 35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훤칠한 키에 바싹 마른 몸매, 유난이 다리가 길게 보이며 몸에 담요 같은 천을 두르고 지팡이 같은 막대기를 항상 지니고 다니는 모습이 외관상 유별나다.


마사이족은 소와 양과 염소를 방목하고 특히 소에 최고의 가치관을 둔다.


소를 치기 위해 그들은 계절에 따라 물과 초원을 찾아 이동한다. 마사이족의 주식은 우유다. 우유를 발효시켜 치즈처럼 만들어 먹는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는 약간의 곡물을 먹기도 한다. 환자나 산후 조리를 위해 살아있는 소의 목에서 피를 뽑아 우유에 섞어 마시기도 한다. 쇠고기 등 육식은 터부가 아니다. 그러나 소와 양들을 사육하는 신앙 때문인지 가축을 일부러 죽이지 않는다. 다만 병에 걸려 죽거나 사고로 인해 죽게 되면 이들 가축의 고기를 먹는다. 또한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축제나 결혼식 같은 날에는 양을 잡아 모닥불에 굽는 나름대로의 요리법으로 회식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알로에 뿌리와 벌꿀을 섞어 담근 술을 마신다.


집의 높이는 땅에서 지붕까지 2m 내외의 토담이다. 더욱이 출입구는 비좁게 만들어져 있어 허리를 구부려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 출입구에서 꼬부랑 'S' 자로 연결된 통로 끝에는 거실 겸 부엌이 있고, 이 거실에서 사방으로 침실이 서너 곳 붙어 있다. 통로가 꼬부랑한 것은 야생동물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출입구에는 문이 없는데 그 이유는 한 마을에서 언제 누구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라고 한다.


마사이 족은 소를 방목하기 때문에 우기와 건기에 따라 물과 초원을 찾아 이동한다. 그러므로 집이나 촌락은 영구적이 아닌 임시적인 것이면 족하다. 집을 지을 때는 벽과 천장 모두 쇠똥을 재료로 한다. 소를 사육하는 마사이족에게는 쇠똥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건축자재다. 쇠똥은 섬유질이며 기름기가 있어 우기에 비바람을 훌륭히 견뎌낸다. 또 고산지대이므로 우기에는 기온이 낮아져 추울 경우에는 벽 등 건물재료로 썼던 쇠똥을 뜯어 불을 피운다. 연료와 요리를 위한 편리한 재료가 곧 쇠똥이다.


마사이족은 소와 양과 염소를 사육하지만 그 중에서도 소에 큰 비중을 둔다. 마사이족의 이상적인 생활은 우선 소의 마리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일손 즉 아기를 많이 낳아야 한다. 많은 아기를 낳기 위해서는 다수의 여자를 거느려야 하며 때문에 일부다처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는 마사이족의 복장이 붉은 색이며 그들 사회의 청년층으로 구성된 '모란' (Moran) 즉 전사(戰士 Moran)들의 차림과 그들이 지닌 칼, 창 등 무기가 고대 로마 병사들의 것과 닮았다는 점을 들어,


마사이족이 로마 병사들의 후예이거나 아니면 로마군에게 고용되었던 흑인병사의 후예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실제로 모란은 알몸에 붉은 천을 두르고 단도를 차고 창과 방패를 들고 다닌다. 그리고 용맹스러워 그들 몸속에 용감했던 로마군대의 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활환경이 그들을 용감하게 말들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부족과 마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닌 모란은 소떼를 몰고 풀을 먹이는 일, 소들의 목에 방울을 다는 일, 한밤에 소나 사람을 노려 마을 근처에서 으르렁대는 맹수들이 습격하면 이들 짐승과 싸우는 일을 한다.


또한 다른 부족에게 빼앗긴 소를 되찾아오거니 다른 부족들의 소를 약탈하는 일도 모란에게 주어진 권리며 의무다. 야생동물이 우글거리는 사바나를 지키면서 때로는 다른 부족과 때로는 맹수와 싸운다.


그들의 사자를 때려잡을 정도로 용감무쌍한 기질은 마사이 모란이외의 어떤 다른 부족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다.


마사이족은 서로 만났을 때 인사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마사이족에게 귀중한 수분 즉 물을 발라주는 것이 우정과 축복의 표현으로. 그러나 외부사람과의 인사 때는 침을 뱉지 않는다. 할례 이후의 남녀는 악수를 하고 할례 이전의 어린이는 머리를 내민다. 이때 외부 사람들은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또 다른 진기한 풍습으로는 마사이 여자들은 서서 소변을 본다고 한다.


모란 즉 전사 청년그룹은 소녀나 과부 등과의 성 접촉이 가능하지만 전사로서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중년그룹으로 이행하기까지 결혼을 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전사들은 당연히 결혼이 늦어진다. 반면에 여자들은 첫 월경이 있은 후 할례와 성인식을 마치면 결혼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결혼 가능한 인구비율상 불균형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중년그룹 남성이 복수의 부인을 거느리게 된다. 일부다처제를 조장하는 또 다른 요인은 혼수 문제다. 신랑측은 신부측에 많은 가축이나 금품을 혼수로 주어야 하는데 청년들은 능력이 따르지 못한 반면 중년들은 재산이 있으므로 유리한 조건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진기한 풍습을 고수해 온 마사이족 사회도 이제는 문명세계의 거센 물결에 견디지 못하여 차츰 개방되고 있다. 전통의상을 벗고 영어를 배우고 현대교육을 받기 위해 도회로 나간 젊은이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귓불에 구멍을 크게 했던 치장도 어린이들에게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사이족 사회가 현대 문명을 등지고 벽지에서 가축의 방목에만 종사하는 시대는 점차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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