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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단 Nathan 조형권 Mar 11. 2023

아프리카 여행, 그 후기

칠십에 떠난 아프리카 배낭 여행기

이 이야기(2013년 배경)는 저희 아버지인 조승옥 님이 쓰신 글을 제 브런치에 올린 것이니,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10회 정도 연재 계획입니다. 아프리카 배낭 여행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프리카는 분명 우리에게 생소한 곳이다. 그만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다양한 야생동물, 지형, 지질, 기후, 인종, 풍습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이색적이다. 거대한 지구대와 화산 분화구 그리고 넓은 사바나 평원을 보노라면 마치 다른 별나라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도시만 보면 아프리카에 온 기분이 나지 않는다. 케냐의 나이로비는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은행, 호텔, 쇼핑몰 등 각종 현대식 서비스 시설에 숲으로 뒤덮여 있는 도심 주택가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현대도시다. 여기에 온난하고 서늘한 기후는 살기 좋은 전원도시 같다. 중산층의 생활은 선진국 수준이다. 콜라와 생수와 커피를 마시고 피자와 햄버거를 먹는다. 물론 변두리 가난한 달동내도 있지만 가보지는 않아 실상은 모르겠다. 아마 최저생활을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빅토리아 폭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건기라 비록 수량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규모가 높이 100여 미터에 폭이 1.7킬로미터로 엄청나다. 수량이 많을 때는 마치 하얀 커튼을 넓게 친 모습일 것이다. 폭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물보라와 그 물보라가 만들어내는 무지개는 가히 일품이다. 가이드를 고용하여 비교적 쉽게 관광을 할 수 있었고, 그가 사는 집을 방문하여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상의 일단을 볼 수 있었다.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쾌청한 날씨와 잠비아의 깨끗한 포장도로도 인상적이었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리빙스톤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킬리만자로의 눈 덮인 정상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동아프리카 여행의 필수코스라 할 수 사파리는 케냐의 마사이 마라와 나쿠루에서 했는데 마사이 마라에서 2박 3일, 나쿠루에서 1박 1일을 했다. TV에서만 보던 동물 무리들, 그리고 드넓은 사바나 초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비록 충분한 의사소통은 못했지만 다국적으로 구성된 일행과 함께 보낸 것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마사이 마라 사파리 때 들른 마사이족 마을은 너무 관광 상품화 되어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삶과 문화 관습을 미리 알고 갔더라면 좀 더 뜻 깊은 방문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아프리카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킬리만자로 트레킹은 고생을 한 만큼 추억도 생생하게 오래 남을 것 같다

비록 정상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내 생전에 해발 5,000미터까지 산소통 없이 올라 간 것이 기록이 될 것이다. 


해발 4,700미터의 키보 산장에 이르는데 마지막 약 500미터를 가는데 1시간 정도나 걸렸다. 몸은 자꾸 균형을 잃고 비틀거려지고 숨이 차서 조금 걷다가 서서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였다. 

햇볕은 내리쬐고 사방은 모래와 자갈 그리고 바위로 이루어진 사막으로 마치 달나라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정상 등정에 성공해 개선장군이 된 듯 모습으로 내려오는 사람들과 마주칠 때는 그들이 부럽기 한이 없었다. 등산로 주변의 나무와 꽃들, 마치 가을 들녘에 피어 있는 들국화 꽃밭을 연상시키는 영구화는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위험하지 않나?" 

내가 아프리카 배낭여행 간다니까 주위 사람들의 반응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위험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하면 위험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그 멀리까지?" "집사람 허락은 받았나?" "대단하다."는 반응들이었다. "대단하다"는 반응은 "위험하지 않나?"와 짝을 할 수 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간다니 참 용기가 대단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아프리카는 위험한 곳이다. 


내가 귀국하기 직전 나이로비 공항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돌아와서 한 달 좀 지나니 나이로비 쇼핑몰에 테러리스트들이 침입해 60여명 이상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계의 모든 매스컴이 대대적인 보도를 했으니 아프리카는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꼴이다. 여기에 내전과 테러, 가난과 기근, 풍토병과 말라리아, 열악한 생활환경 등은 아프리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들이니 아프리카는 위험하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이런 아프리카를 그것도 배낭여행으로 갔다 왔다면 대부분 "대단하다"는 반응이다. 


그렇지만 반론도 가능하다. 외교통상부에서 현재 여행경보 지역으로 분류한 곳은 모두 136개인데 4단계 여행금지로 지정된 국가는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이다. 이들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는 소말리아 하나뿐임을 고려할 때도 아프리카가 유독 위험하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중동이 가장 위험하고 중남미도 이에 못지않을 것 같다. 이번 내가 다닌 4개 국가 가운데 잠비아와 짐바브웨는 여행안전 국가고, 탄자니아는 1단계 경고지역이며, 케냐는 2단계, 3단계 경보지역이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주변 30킬로미터 이내는 3단계 경보지역이며, 중국도 북한 접경지역은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위험하지 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80년대 미국의 대도시는 상습적인 우범지대로 야간에 아예 나가 돌아다닐 수 없었는데 지금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요즘도 잊을 만하면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총기난사 사고는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볼 때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태리와 러시아에서는 집시들의 소매치기 때문에 엄청 긴장했다. 


동남아와 중국 여행 시에는 여권 분실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스에서는 함께 간 친구 부인이 소매치기를 당해 현금을 몽땅 털린 일도 있고, 러시아 붉은 광장에서 친구가 담배를 피우다 가짜 경찰에게 걸려 애를 먹은 일도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수단 국경 부근 관광을 갈 때나 사막 투어를 할 때 무장경관이 동행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이밖에도 해외여행하면 항공기 사고나 차량사고도 날 수 있고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 이처럼 여행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그러니 나의 아프리카 여행이라고 해서 뭐 특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없다.




아프리카는 먼 나라라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대한항공 직항노선을 타면 인천공항에서 나이로비 공항까지 LA보다 반시간 정도 더 걸리지만 뉴욕보다는 1시간 적게 걸린다. 그런데 아프리카 하면 미국보다 먼 곳이라고들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 하겠다.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오히려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생소한 곳이라는 생각까지 겹쳐 아프리카는 접근하기 어려운 지구촌의 오지로 인식되어 멀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남들이 모두 위험하다는 곳에 혼자 가려면 가족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 배낭여행 가는데 선결 조건은 집사람의 동의와 협조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 가계를 집사람에게 맡기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집사람의 반대는 결정적이다. 그런데 나는 다행히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집사람이 순순히 허락해 주었다. 친구들 가운데는 "집사람이 절대 승낙해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아프리카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갔다 와서 만난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 말 속에는 무모하다는 부정적 의미로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용기가 대단하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나이 정도의 사람들이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아프리카를 다녀온 것이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것이다. 


The End...


P.S : 이후로 저희 아버지는, 또 다시 남미에 3주간 배낭 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저는 평생 아버지한테 팔씨름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진정한 강철 체력이십니다. 아니면 제가 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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