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영혼은 사람 (1)

이자벨이 말하는 리스본

by 마싸
리스본에서 태어난 이자벨은 50세의 차분한 여성이다.
리스본에서 태어나, 10대에는 리스본 근교인 세투발 근처에서 살고, 이후 리스본에서 대학을 나오고 계속 일한 진짜 알파시냐이다. *
25년 가까이 포르투갈어 교사로 일해왔고, 현재 동티모르의 포르투갈 학교에서 6년째 일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포르투갈을 떠나 살아 본 적이 없다고.
독서와 음악, 춤을 좋아한다. 브라질 작가와 포르투갈 작가들을 주로 읽고, 특히 포르투갈 시를 좋아한다. 해변에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 물과 해변. 산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사실 개인적으로 만난 포르투갈 사람 치고 해변보다 산을 좋아한다는 사람은 정말 본 적이 거의 없다). 집에서 보는 영화가 아닌, 극장에 가서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동물학대와 크게 말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리스본, 내가 사는 동네인 그라사에는 "아따따따" 하면서 크게 말하는 사람들이 이웃에 가끔 있는데 정말 시끄러워!")

이자벨 자신은 조용하고 차분하게, 결코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하는 법 없이 이야기를 하지만, 진심 어린 감정을 담아내는, 집중해서 대화를 이끌 줄 아는 상대다.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
1529530861470.jpg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자벨. 리얼 알파시냐이다.


* 알파시냐 alfacinha : 리스본 토박이를 일컫는 말로, 포어로 alface는 상추를 뜻한다. 일테면 뉴요커, 파리지엔, 베를리너처럼, 리스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데, "상추 도시 사람"이 되는 격. 확실한 어원은 알려진 바 없지만, 일설에 의하면, 리스본 지역에서 한 때 상추가 많이 재배되었다고. 물론 리스본 사람을 일컫는 말은 포어로 lisboeta라는 좀 더 평이한? 단어가 있긴 하다.




교사로 25년이라... 꽤 오랜 시간이네요!

지금 6년째 동티모르에서 일하고 있는데, 동티모르 포르투갈 학교와 포르투갈의 학교 사이에 당연히 차이점이 있겠죠?

(* 참고로 동티모르를 비롯, 앙골라, 모잠비크 등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 국가에는 포르투갈 학교가 있어, 포르투갈과 똑같은 학제와 커리큘럼으로 운영한다. 동티모르에는 수도 딜리에 포르투갈 학교가 1개 있다. 학생들은 포르투갈인들과 동티모르 현지인들이 함께 섞여 있으며, 후자의 비중이 더 높다. 교사들은 거의 포르투갈인이다. 이 포르투갈 학교 외에도, 동티모르 현지 학제와 커리큘럼을 주로 따라가되, 포르투갈 교사들이 교환 프로그램으로 와서 가르치는 "시범학교"도 있다)

그럼. 문화적 차이도 있고, 또 아주 간단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어, 여기 아이들에게 포르투갈어 단어를 설명하는데 "기차"라는 단어가 나오잖아. 그러면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운 거야. 여기 아이들은 기차를 직접 본 적도 없고, 간접적으로도 경험한 적이 없으니깐. "진공청소기"같은 단어도 마찬가지야. 단어에 대한 개념이나 경험이 없으니 막막하지. "마녀/마법사" 이런 단어도 그래. 단어책에 보면, 빗자루를 타고 고깔모자를 쓴 그림이 같이 나오는데, 아이들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해. 완전 다른 세계, 다른 문화구나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아. 단순히 단어라든가 외국어의 문제 이전에, 공유하는 개념과 익숙한 세계의 문제지.


여기 학생들은 아주 괜찮고 착해. 그런데 막 열심히 경쟁적으로 공부를 해야 되겠다 하는 학생이 많지는 않아.

포르투갈 학생들보다는 전체적으로 순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마 유럽 전체적으로 그렇겠지만, 포르투갈에서는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중이 점점 덜해지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여기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매년 2번 포르투갈에 휴가를 보내러 가. 지금 계획으로는 1년 정도 더 일하고, 포르투갈로 돌아갈 계획이야.




포르투갈에서는 리스본 출신으로, 지금도 리스본에 터를 잡으셨지요.

리스본에서 사시는 곳이 어디인가요?

그라사Graça라는 지역 (리스본의 bairo 중 한 곳. 영어로는 quarter개념이다)이야. 리스본에서도 오래된 곳이고, 언덕에 있지. 리스본의 언덕 지역이 그렇듯, 멋진 전망대(미라도루Miradouro)가 있어. 알파마Alfama라고 아주 오래되고 잘 알려진 리스본의 관광지 쪽으로 걸어내려 갈 수 있지.


노인들이 창문을 열어놓고, 서로 빠른 말로 다다다 수다를 떨고, 테라스에는 빨래가 항상 널려있는 곳이지. 특히 주말은 더 그래.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에서 서로 활기차게 수다를 떠는 동네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이야.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하고, 동네 카페에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게 전형적인 그라사의 주말 아침 풍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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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radouro da Graça 그라사 전망대. 공식 이름은 Sophia de Mello Breyner Andresen 전망대로, 이 곳에서 리스본을 노래하는 시를 많이 썼다는 시인을 기렸다. (전망대에 가보면 그녀의 흉상이 있다) 다른 전망대 대비, 비교적 한적한 전망대로, 교회 앞 탁 트인 리스본의 전경을 볼 수 있다. Mouraria, Alfama와 상조르쥬 성까지 다 보인다. 야외 카페에서 맥주나 커피, 간단한 음식을 맛보며 한가하게 앉아 있어도 좋다. 리스본의 다른 전망대 대비, 올라가는 길이 쉽지 않은 편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덜 붐비고, 오르락내리락하는 길들이 다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길들이어서 쏠쏠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쉽게 가려면 28번 트램을 타고, Largo da Graça에서 내리면 된다. 그러나 28번 트램은 무척 붐비는 트램이니 712번 혹은 726번 버스를 타고 Sapadores에서 내려 걸어가는 방법도 있다 - 2018년 6월 기준. 그러나 웬만하면 걸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관광객은 어떤가요?

제가 2년 전, 1년 전, 그리고 올해 갔을 때, 매년 포르투갈에 관광객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거 같더라구요. 특히 수도인 리스본은 정말이지... 우와! 중심가는 과장 조금 보태서,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그라사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나요?

그라사도 "관광객의 침입"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 하지만 여전히 로컬들이 가는 조그만 레스토랑들이 있고, 동네 분위기가 남아 있지. 바이루알투Bairro Alto나, 카이스두소드레Cais do Sodré에서는 불가능하지. (참, 이런 관광지는 절대 차로 가면 안돼! 주차할 곳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막힐 거야.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현명해).

작년 12월에 집에 갔을 때, 내가 사는 건물에도 관광객들이 보이더라고! 코인 세탁소도 늘었고. 에어비앤비라고 짐작을 했지. 관광객 입장에선 주의를 기울여야 해. 내가 사는 동네나 건물을 내가 뻔히 알잖아. 정겨운 동네이긴 하지만, 오래되고, 좁고, 관광객들에겐 그리 편하지 않을 텐데... 가끔 걱정이 되기도 해. 그럴듯한 사진에 속아서 오면 안 되는데 싶어서.


리스본에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관광객을 보면 리스본 토박이인 나도 놀라. 다들 관광산업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난 잘 모르겠어. 분명 돈과 일자리는 늘어나겠지. 하지만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실제로 집값이 올라가니깐, 평생 한 집에서 살아온 노인 세입자들이 쫓겨나는 경우도 있어. 그 자리에 호텔 같은 "더 이익이 나는" 숙박업소를 만들기도 하고 말이야. 물론 포르투갈의 세입자 보호법은 꽤 강한 편이지만,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도 분명 있어.

도시의 진정한 아름다움, 도시의 영혼은 사람이야. 그런데 그 사람들, 특히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 쫓겨난다면, 행복하지 않다면, 관광발전이니 하는 게 무슨 소용이야? 내가 사는 빌딩에도 노인들이 참 많이 사는데, 같이 수다 떨고 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사라진다고 하면 어떻겠어?


내가 몇 년 전, 이스탄불에 관광하러 갔을 때 말이야... 정말 관광객들이 많더라고. 그게 과연 이 아름다운 도시에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리스본도 지금 마찬가지인 것 같아. 내 고향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리스본, 아니 포르투갈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관광객을 환영한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큰 관광 증가가 정말 도시에 좋을까, 여기 속한 사람들에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 아마 5년만 지나도, 리스본의 관광 열기가 어느 정도는 꺾일지도 몰라. 유행은 빠르니깐, 관광산업이나 여행업계에서도.




맞아요. 관광산업 발전은 분명 여러모로 환영할 만한 일일 테고, 많은 정부나 시민들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요. 하지만 한 도시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이나 생활양식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관광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일 거예요. 그리고 현지 주민들의 생활이나 문화가 훼손될 위험성도 있구요. 게다가 소수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쫓겨 나가야 되는 상황이 닥친다면, 정말 슬픈 일이지요. 한국도 유명 관광지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렇구나. 리스본의 관광객 증가, 관광산업 붐도 마찬가지야. 리스본이나 포르투 같은 대도시는 관광객의 증가로 일자리는 분명 늘었지. 그렇지만, 집세도 같이, 오히려 더 빨리 높아지고 있어. 그래서 사실상 집이 없는 한은, 일을 할 수 없어 - 그러니깐 일을 하면 받는 돈으로 집세 내면 끝이란 얘기야. 집세 내고, 교통비 내고 나면 끝이니깐. 그렇게 따지면 관광산업 증가로 인한 일자리 증가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어.


포르투갈 최저 임금은 지금 600유로 선이야. 지금 내가 리스본 우리 집 대출금 상환을 월 300유로 내고 있거든. 이 금액을 순수히 집세 개념으로 쳐 봐. 그럼 계산이 나오지? 이 집세 외에, 수도, 전기 같은 기본 공과금과 교통비, 통신비 등 필수 경비로 최소 월 200~250유로 정도를 더 지출한다고 쳐. 그럼 남은 100유로로 리스본에서 한 달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데, 어떻겠어? 정말 정말 힘들어.

나는 그나마 사정이 좋다고 할 수 있는 편이지. 나는 직업도 있고,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지만, 내 집도 있으니깐. 그렇지만 그냥 하루하루 생활을 꾸려나가는 사람들 사정은 어떻겠어. 이런 사람들이 더 많거든.

(*포르투갈의 법정 최저임금은 현재 580유로 선이고, 2019년 600유로로 오를 예정이다.

https://observador.pt/2018/06/27/salario-minimo-pode-ultrapassar-os-600-euros-admite-secretario-de-estado/

(*리스본의 집값 상승은 무척 가파른데, 이에 편승해 "있는 자"들의 투기가 눈총을 받기도 한다. 일례로, 포르투갈 총리인 António Costa가, 2016년 3월 리스본 Rato지역의 집을 55,000유로에 구입, 10개월 만에 100,000유로에 되팔았다. 2배의 차익을 남긴 셈. 집을 판 노부부는 총리가 자신의 딸을 위해 구입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총리의 단기간의 시세 차익 소식에) "다른 사람이 평생 일해야 할 돈"을 번다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고. 거짓말이야 도덕적인 문제라고 쳐도, 평소 Costa총리는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고, 노인들의 주거보호를 주장하는 데 앞장서왔기 때문에, 더욱 비판에 직면한 듯하다.

https://observador.pt/especiais/antonio-costa-comprou-casa-no-rato-e-vendeu-a-pelo-dobro-10-meses-depois/



물론 물가 차이가 있겠지만, 최저임금이 낮은 편이네요. 이번에 인터뷰한 사람들 중, 대학 교수님 한 분과, 갓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한 명 있었는데, 대학 졸업자의 구직이 무척 어렵고, 구직을 한들,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자벨은 어때요? 25년 동안 교사로 일해왔고, 교사일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교사들의 전반적인 상황은 어떠한지요?

교사일은 좋아해. 그렇지만, 급여 수준은 정말 슬플 정도야. 내가 지금 교사 25년 차인데, 포르투갈로 돌아간다면 월급 1,500 유로가 채 안돼. 그리고 2005년 이후로 똑같은 급여야, 왜냐하면 정부가 동결했거든. 초반에는 경제위기 때문이었고, 그다음에는 그냥 어떤 변화가 딱히 일어나지 않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포르투갈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거야. 교사들의 파업도 종종 있어. 나도 포르투갈이 그립지만, 먹고살 것을 생각하자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아. 여기 동티모르로 오면, 기존의 급여를 받고 주택보조금이나 수당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좀 여유가 생겨.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 공부하고, 경력을 쌓고, 또 시간이 지나면 물가도 자연히 오르는데, 임금은 13년째 동결이라니 힘들어.

(*포르투갈 교사와 공무원의 근무 조건은, 포르투갈 다른 직군 대비, "괜찮은 수준"으로 여겨진다고. 급여 자체가 높지는 않지만, 업무 강도 대비 급여 수준과 전용 의료보험 혜택 등이 있다. 교사의 경우, 경력과 학교 내 기능 구분에 의해 급여차가 다양해지는데, 작금의 경제위기 이전에는 교사 급여가 연간 자동 인상되었기 때문에 꽤 높은 수준이었으나, 경제위기 이후는 해당 제도가 중지되어, 현재 청-중년 교사들은 이러한 혜택에서 제외된다)




한국과 데자뷔가 생기네요. 교육 수준은 점점 더 높아지고, 젊은이들은 당연히 단순 저임금 고강도 노무를 기피해요. 아마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겠지요. 그래서 그런 자리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고용하고요. 한편, 대학에 다니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울로 오는 젊은 층의 주거빈곤 이슈도 있어요. 서울 집값도 꽤 높고, 젊은이들은 구직, 학자금 대출, 높은 집세와 물가 등에 동시에 허덕이고 있어요.

포르투갈도 마찬가지야. 다들 리스본이나 포르투 같은 대도시에서, "좋고 근사한 직장"을 구하길 원하지. 하지만 그런 직업들은 엄청 경쟁이 쎄지.

단순 서비스업이나 노무 쪽에선, 이민자들이 점점 더 일자리를 얻어. 그리고 비교적 쉽게 포르투갈인들과 잘 융화되는 편이야. 빨리 언어를 배우고, 결혼을 하고, 정착을 하지. 포르투갈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출산율도 꽤 낮은 편인데, 이민자들의 융화는 활기차.

한편으로는 포르투갈인들 역시 유럽 각지로 나가서 일자리를 구하고 정착을 해. 룩셈부르크는 인구의 30% 이상이 포르투갈인인걸. 파리에도 포르투갈인들이 많아. 그리고 해외에 나간 포르투갈인들은 열심히 일을 해. 급여 수준이 포르투갈에 비해 그만큼 좋기도 하고, 또 목적이 있어 나왔으니 열심히 하겠다는 의욕도 있지.





사진은 직접 찍은 것입니다.

리스본 관광에 대한 이야기, 소다드와 포르투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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