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영혼은 사람 (2)

이자벨이 말하는 리스본

by 마싸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리스본 관광과 포르투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사진은 직접 찍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떨어져, 나와 살면 어떤 것들이 많이 생각나나요?

가족, 친구가 제일 그립고, 음식도 그립고, "내가 다니던 곳"도 그립지.

리스본은 밤에 다니기에도 대체적으로 안전해서, 밤에 걸어 다니고 하던 것도 그리워.

특히 금요일 밤에 생각이 많이 나는 곳은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 지역이야. 내가 사는 동네 그라사에서 걸어서 25분이면 갈 수 있어. 사실 리스본 구심은 웬만큼 다 걸어 다닐 수 있지.

바이루알투에서 강 쪽으로 걸어내려 갈 수 있어.

라이브 재즈 클럽들이 많고, 아주 레트로한 디스코 클럽도 있어. 세련되거나 멋진 최신 장소가 아니고, 편안하고 캐주얼한 장소야.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 카이스 두 소드레 지역은 예전에는 선원이나 부두 노동자들이 많이 드나들던 곳이어서, 약간 치안에 대한 우려나 별로 좋지 못한 이미지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완전 다르게 변했어. 어떤 빌딩은 개조를 해서, 매 층마다 서로 다른 테마로 클럽을 꾸몄지 - 라이브 음악 쇼핑몰이랄까. 한 층에선 파두를 듣고, 다른 층으로 옮겨가서 재즈를 듣고, 또 다른 층에서는 다른 음악을 듣지.

(*펜사웅 아모르Pensão Amor

Rua do Alecrim 19, 1200-292 Lisboa


카이스 두 소드레 지역은, 리스본 지하철 초록선Verde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 역에서 내려도 되고,

파란선Azul 을 타고 Restauradores에 내려, 상페드루 드 알칸타라 전망대Miradouro Sao Pedro de Alcântara를 본 후 (역 광장에서 푸니쿨라를 타면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길을 건너 바이루알투 지역으로 넘어와 강 쪽으로 내려와도 된다. 물론 이 옵션은 한참 돌아서 가는 길이다. 전망대, 리스본의 오래된 골목길과 나이트라이프, 그리고 중심가를 두루 골고루 걸으면서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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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_121846.jpg 펜사웅 아모르가 보이는 골목길과 카이스 두 소드레 초입. 낮에는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펜사웅아모르를 구글 이미지 검색 해보면, 밤엔 완전 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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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_121511.jpg 바이루알투의 골목길과, 강으로 내려가는 길.


또 다른 데는 좀 오래된 재즈 클럽이야. 봉 마우 이 빌라웅 라고, 그냥 음악 들으러 가기 좋아.

O Bom O Mau e O Vilão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라는 뜻)

Rua do Alecrim 21, 1200-014 Lisboa


그리고 레게 뮤직이 아주 좋은 자마이카 라는 좀 오래된 디스코 클럽도 있어. 오래되었고, 구식 디스코야. 별 거 없이 그냥 춤만 추는 구식 디스코지만 편안하고 좋아.

Jamaica

Rua Nova do Carvalho 6, 1200-292 Lisboa


Hotclub이라는 클럽도 좋아. 여긴 아베니다 리베르다드 근처에 있는 클럽이야. (카이스 두 소드레 지역이 아니야, 여긴.) 여긴 유럽에서도 꽤 오래된 클럽으로 꼽혀. 1948년에 시작되었으니 정말 역사가 있는 곳이지. 재즈를 주로 여러 멋진 음악들을 들을 수 있어.

Hot Clube de Portugal

Praça Alegria 48, 1250-004 Lisboa

http://hcp.pt/


아프리카 음악 들을 수 있는 멋진 곳도 많아. 벨레자라고 정말 아프리카 음악을 하는 뎅, 아키좀바처럼 퓨전 아프리카 음악이 아닌 오리지널 아프리카 음악이야.

옛날에 여기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어. 정말 멋졌어. 주말에 음악을 듣고, 술도 한 잔 하고, 여러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B.Leza

Cais Gás 1, 1200-109 Lisboa


여기까진, 핫클럽 빼고는 다 카이스 두 소드레 지역에 있는 곳들이야.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 정말 좋은 곳이니 꼭 가봐!


만약 포르투갈 파두에 관심이 있다면, 알파마Alfama 지역에 있는 파두 박물관을 둘러봐도 좋아. 알파마 지역엔 좋은 레스토랑이 많은데, 라이브 파두를 들을 수 있는 레스토랑들도 있지. 나는 파두 자주 듣느냐고? 음, 좋아하긴 하는데, 매일 듣고 싶은 음악은 아니야. 가사가 슬프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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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음악 파두Fado를 기리는 거리. 리스본 구심의 Mouraria가에 있다.

유명 파두 가수들의 초상화와 설명을 볼 수 있는데, 두 번째 사진이 유명 파두 가수인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이다. 파두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포르투갈의 심장, 포르투갈의 영혼 - 카를로스가 말하는 코임브라" 편 참조.

https://brunch.co.kr/@njj0772/3



알파마에서 강 쪽으로 걸어오면, 깜푸 다스 세볼라쉬Campo das cebolas 지역이 나와. 강을 보며 걷고 산책하기 좋은 곳이야. 여기에 까사 도스 비꾸쉬Casa dos Bicos라는 조그만 박물관이 있어. 16세기에 지어진 건물인데, 리스본 대지진을 피해 살아남은 오래된 건물이지. 20세기에 들어 개보수를 하고, 주제 사라마구 재단 본부로 쓰이고 있어.

(*주제 사라마구 José de Sousa Saramago :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유명 소설가이다. 한국에도 많은 작품이 번역되어 있으며,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의 원작Ensaio sobre a Cegueira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바이루알투 근처 시아두Chiado 도 멋진 지역이야. 비싼 동네지. 포르투갈 유명 시인 페르난두 페수아의 동상이 랜드마크야. 극장도 많고. 쎄르베자리아 트린다드라고 유명한 바 겸 식당이 있어. 옛날에 수도원이었는데, 맥주집 겸 식당으로 개조했지. 내부도 멋있고, 맥주도 좋아.

Cervejaria Trindade

Rua Nova da Trindade 20 C, 2715-311 Lisboa


카이스 두 소드레-바이루알투-로시우-시아두 지역은, 다 리스본 구심 지역에 몰려있고, 다 걸어가면서 볼 수 있어.

알파마나 그라사도 다 근처야. 여긴 정말 전형적인 리스본 거리야. 아직까지도 관광객보다는 로컬 분위기가 더 강한 곳이지. 물론 알파마는 빠른 속도로 관광지화 되고 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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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_153741.jpg 그라사Graça 지역 - 정겨운 리스본 동네 골목을 느낄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지기 시작하는 6월에 갔는데도,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아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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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8_160722.jpg 미로같은 알파마 골목


페이라 다 라드라Feira da Ladra 벼룩시장도 사소하지만 괜찮은 경험이야. 골동품, 공예품, 가구, 그림, 수집품, 책 등도 있지만 정말 사소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도 있어. 이런 벼룩시장이 흔히 그렇듯, 리스본의 벼룩시장도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 12세기부터 열렸다는 설이 있어. 나는 단추 컬렉션을 한 번 산적이 있지. 토요일, 화요일에 열려. 이 근처엔 팡테옹Panteao, 리스본 대성당Sé de Lisboa 같은 리스본의 주요 건물들이 있지.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Miradouro das Portas do Sol 가 근처인데 정말 멋진 전망대야. 리스본의 오래된 건물과 테주강을 굽어볼 수 있지. 여기서 상조르쥬성까지도 걸어가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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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_130614.jpg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흐릴 때는 흐린 대로, 맑을 때는 또 맑은 대로 매력이 있다.




이자벨, 리스본 구심지 지도를 보면서 이자벨 말을 들으니, 머릿속에 루트가 그려지는 거 같아요.

나이트라이프는 카이스두소드레, 낮엔 알파마와 깜푸세볼라쉬, 로시우, 시아두 산책.

"리스본 토박이의 하루"를 제대로 엿본 느낌이에요. 아하하하하.

마지막 질문입니다 - 2개 있어요.

포르투갈에 대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포르투갈어 교사로서 소다드saudade라는 극히 포르투갈어 고유의 표현에 대해 좀 설명해준다면?

포르투갈인들은 조용하고 차분하고 슬픈 사람들이야. 나는 그게 마음에 들어.

(아니, 제가 인터뷰를 하면, 포르투갈 사람들은 슬프다고, 다들 그 얘기를 하던데 그게 대체 어떤 의미인거죠?!)

아하하하하. 아마 바다 때문일 수도 있어. 소다드의 정서지.

또 우리는 약간 자존감이 부족해. 우리는 유럽에서도 가난한 편이고, 과거에는 번영을 누렸지만, 쇠퇴했지.

나는 노인들이랑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데, 시골사람들, 노인들이랑 이야기하면 참 좋아. 수더분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 리스본에서 벗어나, 소도시나 시골에 가면 정말 사람들이 좋아. 확실히 리스본 도시 사람들과는 다르지. 아마 도시 사람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빨리 정신없이 지나치고,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섞지 않지. 친절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고, 먼저 오지랖을 떨지는 않아. 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친절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어. 내가 생각하는 포르투갈 사람들은 대체로 그래.

그리고 좋은 날씨와 좋은 와인도 빼놓을 수 없어.


내가 싫어하는 것 역시 사람들인데... 어리숙해 보이면 속이려드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너무 싫어. 택시기사가 먼 길로 돌아가면서 돈을 더 받아내려고 한다든가 하는 일이 가끔 있어. 물론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야. 포르투갈 사람들끼리 chicos espertos라는 표현이 있는데, 난 그런 타입의 사람들 안 좋아해. 직역하면 smart boy 정도 될 텐데, 단순히 smart 라기 보단, 약고 잔머리 굴리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기 이익을 좇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여.


saudade라... 노스탤지어와 좀 비슷할 거야. 좀 더 슬픔의 정서가 깔린 노스탤지어랄까?

하지만 포어에는 노스탤지어라는 단어도 존재하고, 소다드도 존재하고, 그 둘이 다르게 쓰이긴 해.

포르투갈인들은 기본적으로 슬픔의 정서가 있는 사람들이야.

어떤 사람, 장소, 시간, 청춘, 조국, 가족 등등에 대한 슬픈 정서가 있어. 그리고 그걸 느끼는 사람들은 그걸 즐긴다고 해야 하나, 받아들인다고 해야 하나, 일종의 즐김이라고도 할 수 있어. 슬픈 정서에 대한 즐김.

소다드는 한 사람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감정이야.

과거에 어떤 행복한 감정을 가졌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아. 그렇지만 인생의 한 때, 소다드를 가질 만한, 중요하고 행복한 것을 가졌다는 거지. 그래서 중요하고 어떤 면에선 그게 기쁨인 거고, 슬프지만 즐길 수 있는 감정이야.

파두도 그래. 파두는 슬픈 음악이야. 하지만 포르투갈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슬픔을 좋아하고 즐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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