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스가 말하는 세투발
이네스Ines는 24세의 외모도, 마음도 모두 아름다운 여성이다.
리스본 근교, 세투발Setúbal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17년 9월, 동티모르에 와, 현재 동티모르 수도인 딜리의 포르투갈 학교에서 유아부 교사로 일하고 있다. 동티모르에 와 살고 일하기 전에는 여행만 몇 번 다녔지, 낯선 곳에서 살아본 적은 없다고.
"새로운 것을 보고 발견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혼자 하는 여행은 별로야. 난 영어도 잘 못하고, 좀 두렵기도 하고"라고 하지만, 무척 소통이 원활한 캐릭터이다.
"호텔에 가서 여행하는 것은 별로고, 계획 없이 정처 없이 길을 잃고 하는 것도 좋고"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강단 있고, 결단력도 있고, 과장 없이 알찬 사람.
그리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 "사람들은 항상 좋은 쪽이야. 나중에 알고 지내다 보면 별로일 수도 있지만,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아, 친절해"라고 믿는다.
음식을 무척 좋아하고, 다른 문화권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꼭 세투발에 와야 한다, 포르투갈 와야 한다고 진짜 열심히 이야기한다고!
(사실 그렇게 여행 갈 장소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할 일일지도 모른다 - 누군가를 알게 되었는데, 참 괜찮고 좋은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서 좋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당연하지 않을까?)
* 사진은 직접 찍은 것. 단, 대문사진은 http://visitsetubal.com.pt/에서 다운받은 사진.
이네스, 네가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는 세투발은 어떤 곳이야?
리스본이랑 50km 정도 떨어져 있고, 고속도로로는 30분 정도 걸려. 물론 기차,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도 다 편하게 갈 수 있어.
리스본 근교의 작은 도시고, 바다에서 가깝고 아름다운 곳이야. 강도 있고, 산도 있어. 한 도시에 모든 좋은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지. 나는 세투발을 정말 좋아해. 어린 시절을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야. 리스본처럼 크고 복잡하지도 않고, 안전하고 한적하게 걸을 수도 있고.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세투발에서 보내고, 대학교 1년을 리스본으로 갔어. 리스본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거든. 리스본은 훨씬 더 활기차고, 뭔가 할 것도 많잖아. 그런데 내가 기대한 것과는 좀 다르더라고. 그래서 다시 세투발로 와서, 세투발에서 대학을 나왔지. 리스본에서 잠시 다녔던 대학은 리스본 중심에 있는 게 아니고 벤피카Benfica 라는 외곽지역에 있었어. 물론 중심가랑은 가깝긴 해. 그런데 세투발에서 통학하려면, 대중교통 시간을 맞추고 하는 게 신경 쓰이더라고. 그리고 리스본은 그냥 즐기러 가기에 좋은 데지, 생활하는 데는 좋지 않은 것 같아.
세투발처럼 리스본 가까이에 사는 게 좋아. 생활의 질은 즐기면서, 원할 때는 편하게 리스본에 갈 수 있지.
나는 세투발에 사는 게 더 좋아.
최근에는 세투발이 리스본과의 관계 측면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내 생각엔, 사람들이 대도시 근처 소도시의 매력에 점점 더 눈뜨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해.
물론 관광객들은 리스본이나 포르투처럼 대도시를 주로 가지.
그런데 세투발처럼 작은 소도시에는, 그런 대도시에서 절대 찾을 수 없는 매력이 있거든 - 조용하고, 깨끗하고, 소도시의 정취!
이네스, 너 정말 설득력 있게 말 잘한다. 리스본에 간 이상, 세투발에도 꼭 들려야 할 것 같아!
세투발에서는 어디를 보여주겠어?
아하하하하, 그래? 근데 진짜라니깐! 내가 너무 세투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여기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은 다 세투발에 오겠다고 했어! 이미 지난 휴가 때, 2명은 왔다 갔어! 그리고 여기서 만난 한국인 친구 하나도 내년에 올 거야.
리스본에 온 관광객은 세투발에 아주 쉽게 올 수 있어. 대중교통도 많고, 가깝고, 편리하고.
와서 아름다운 해변을 보고, 좋은 음식을 먹고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는 거지.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많아. 그중 갈라푸스Galápos 해변은, 작년에 EU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꼽혔어. 아주 아름다운 곳이지. 그런데 물이 차가워. 남쪽 알가르브 지역은 물이 따뜻한데, 이쪽 바다는 물이 아주 차가워.
https://www.europeanbestdestinations.com/best-beaches-in-europe-2017/
https://visitsetubal.com.pt/en/praias-de-setubal/
많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자코메티 박물관Museu do Trabalho Michel Giacometti도 한 번 돌아볼만 해. 이 자코메티는 우리가 많이 아는 조각가 자코메티가 아니고, 예술가이자 학자야. 프랑스 사람인데, 포르투갈에 와서 잊혀져가는 가는 구전자료를 찾고 기록했지. 자코메티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는데, 그걸 볼 수 있어. 또 다른 하나는, 생선통조림 제조에 대한 전시인데 이것도 매우 흥미로워. 세투발은 Center of the fish 라고 불리는데, 과거에 생선(가공) 공장이 많았거든. 아마 한 100개는 넘게 있었을 건데, 지금은 다 쇠락했지. 생선통조림은 세계대전 때 수요가 많았거든. 지금은 그 공장 자리에 박물관이 있는 거지.
현재 세투발 시의회가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재생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고 있어. 아트 프로젝트를 시도한다던가, 박물관으로 다시 꾸민다던가 하는 일들 말이야.
먹고 마시는 것은 어떻냐고?
세투발의 특산물은 구운 생선, 그중에서도 정어리Sardine, 카라파우Carapau (대서양 전갱이)가 정말 좋아.
강이 가까워서 신선한 생선을 항상 구할 수 있어.
(이때부터 약 10분 간, 음식 이야기에 완전 열을 올렸다. 다른 지방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뭐가 맛있다더라, 이거 먹어봤냐 등등 먹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못내 아쉽게 정신을 차린 후, 다시 인터뷰로 돌아왔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음식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높아져. 맞아.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을지, 어떤 음식이 맛있다더라 하는 이야기 하는 거 너무 좋은 거 아냐? 아하하하하.
하여간 세투발에는 신선한 생선이 많아.
정어리 구이만 해도 그래. 두툼한 빵 사이에 구운 정어리를 올려서, 살짝 누르면,
정어리에서 나온 육즙이 촉촉하게 배어 나와서 빵에 풍미를 더하지. 정말 맛있어.
초쿠 프리투Choco frito (갑오징어 튀김)도 세투발에서 유명해. 감자튀김이랑 같이 먹으면 최고로 맛있지.
연안지역 - 배 정박지 doca 지역에 조그만 식당들이 많아.
내가 좋아하는 데는 가족들이 경영하는 지역의 조그맣고 평범한 식당이야.
별로 안 비싼데, 그 동네에서 가게를 해왔기 때문에 단골들이 있고, 단골들을 알고. 단골들도 식당 사람들을 잘 아는 그런 데지.
막 화려하거나 멋지거나 좋지는 않아. (Fine dining은 절대 아니지!)
여긴 관광객들이 흔히 가는 데는 아니야. 중심가에선 좀 떨어져 있고, 막 멋지지도 않거든.
나는 이런 데를 좋아해 - 작고, 단골이 있고, 그래서 소박하고 신선한 음식을 정직하게 팔고.
그리고 하우스와인도 좋아. 당연히 슈퍼 프리미엄 와인은 아니지. 하지만 꽤 괜찮은 와인이 한 병에 3유로~5유로 정도야.
(앙코라줄Âncora Azul
Avenida Jaime Rebelo 41, Setubal 2900-409
이네스의 단골 식당 중 하나)
와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모쉬카텔 세투발Moscatel de Setúbal이 유명해. 포트와인처럼 주정강화 와인이고, 달콤해. 포트와인이 잘 알려져 있는데, 내 생각엔 포트와인보다 더 훌륭해. 물론 포르투 사람들은 달리 생각하겠지, 아하하하하.
포도 수확 축제도 있어. 팔멜라의 빈디마쉬 축제Festa das Vindimas de Palmela인데, 세투발 근교 조그만 마을인 팔멜라에서 9월 경에 열려. 와인 만들 때, 포도를 발로 밟아서 즙을 내는 체험을 하기도 해. 하지만 보통은 사람들이 그냥 파티만 즐겨. 물론 와인을 엄청 마시고! 그리고 축제의 여왕도 뽑아. 공주님 같은 옷을 입고. 아주 재미있지.
가서 먹고 마시고, 세투발 음식을 먹고... 정말 즐거워.
빈디마쉬는 (와인)포도 수확인데, 포르투갈에서는 그 이상을 의미해 - 오래된 전통과, 힘든 노동, 노래, 다양한 색깔과 향이 함께 존재하는 그런 다채로운 순간이지.
정말 좋다, 이네스. 일하고, 먹고, 마시고, 음미하고!
포르투갈에서 그렇게 즐겁게 잘 보냈는데, 여기 동티모르에 오기로 한 결정이 힘들지 않았어?
그렇게 힘든 결심은 아니었던 게, 일자리가 없었거든. 포르투갈엔, 나처럼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사람들을 위한 직업이 없어.
나는 교사를 하고 싶었는데, 공립학교는 고용 기회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고, 사립학교는 자리가 있지만, 급여가 정말 안 좋아. 졸업하고 잠시, 세투발의 (사립) 스터디센터에서 일했는데, 일도 많고, 급여가 너무 별로여서,
제대로 된 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싶었어.
그래서 해외에 있는 포르투갈 학교에 다 이메일을 쓰고 이력서를 보냈지 - 동티모르, 마카오, 앙골라, 모잠비크 등. 메일에다가,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했지. 정말 직업이 필요했거든.
그러다 24세 생일 전, 오전 7시에 전화를 받았어. 동티모르 포르투갈 학교 교장선생님한테 말이야!
티모르 학교로 올 수 있겠느냐 라길래,
"글쎄요, 일단은 조건을 한 번 고려해보고요"라고 태연한 척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앗싸!"하면서 정말 좋아했지! 아하하하하. 무척 흥분되었어.
바로 아빠 엄마를 깨워서 나 동티모르로 갈 거에요라고 했지.
부모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셨냐고?
전혀.
우리 부모님께선 아주 기뻐하고 응원해 주셨어. 우리 아빠는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외국서 사신 경험도 있으시거든. 그게 나에게 중요한 경험이 될 거라는 걸 아셨지.
(맞아. 떠나게 되면,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면이 있어. 음식부터 시작해서, 사람, 환경 등...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소중하구나 하는 생각을 좀 하게 되잖아)
맞아, 맞아. 떠나면 그래.
그래서 그런가? 포르투갈로 휴가를 가게 되면, 며칠 전부터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거 이거 먹고 싶다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지. 아하하하하.
익숙한 것들로부터 떨어져 사는 것이 쉽지는 않아. 지금 주위에 좋은 친구, 좋은 사람들이 있으니깐 견딜 수 있어.
지금 일도 정말 좋아. 학생들이 진짜 귀엽고, 괜찮아. 나는 지금 3~5세의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 포르투갈 아이들도 좋지만, 좀 달라. 여기 동티모르에서는, 아이들을 좀 편하게 둔달까 - 막 놀게 놔두고, 비도 맞게 놔두고, 뛰어다니게 하고 그런 게 있거든. 그런데 포르투갈에선 부모님들이 너무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해. 뭐 하지 말아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조심해라 하는 것도 많고.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고 쉽게 가져. 집에서도 떠받들여지고. 학교에 와서, 아이들이 "나 이거 싫어요" 하면, 부모님들은 바로 "오, 우리 애가 싫다면 억지로 시키지 말아주세요" 이러지. 여기는 학부모들이 좀 더 선생님들을 신뢰해. 선생님과 학교에 일단 맡기면, 신뢰한다는 문화가 있어서 좋아.
이네스, 너 대단하다. 네 또래 청년들에게 구직은 다 어려울 텐데, 너처럼 적극적으로 나 어디든지 가겠다, 일하겠다 라는 것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아.
내가 이전에 같이 이야기했던 에보라 출신 대학교수님께서, 졸업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구직하기가 어렵고, 구직해도 급여가 너무 낮다, 불공정할 정도로 낮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던 기억이 나. 너의 친구들은 어떻니?
포르투갈 경제사정이나 구직 사정이 안 좋은 것은 정말 사실이야.
법정 최저임금이 너무 낮아. 월 600유로 좀 안 돼, 5일~6일 풀타임으로 일하는데도! 계약서에야 8시간이라고 명시하지만, 불가피하게 추가 노동을 해도 지급을 안 해주는 경우도 많고. 그리고 시정 요구를 하면, "그럼 가던지, 다른 사람도 많아"라고 하는 고용주도 있다고! 슬프지만, 그런 경우가 있어. 이런 불공정한 경우에 대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나 공권력은 약하다고 느껴져. 그리고 사실 사람들도 일이 필요하니, 억울하지만 그냥 다니는 거지.
점점 더 심해지는 거 같아. 포르투갈은 부유한 나라는 절대 아니야. 가난한 쪽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어.
갓 대학 졸업한 사회 신참에게는 더 어려워.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lazy generation 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들어. 내 친구들도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부모님한테 과보호를 받으며 컸달까 하는 게 있어.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 세대는 상대적으로 풍족한 편이었어. 은행 대출로 차와 집도 사고, 구매력이 커졌던 세대지. 소비가 익숙해. 그 자녀들은 보호받고, 제공받고, 원하는 것을 받는 데 익숙해졌지. 은행 대출이 그런 면을 조장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봐. 내 친구들 중 일부는, 그냥 아무 일도 안 해! 대학에서도 그랬던 친구들이 있었어 - 우리 엄마 아빠가 수업비 대주지만, 별로 가기 싫다, 흥미가 없다. 이러고 아무것도 안 하는 애들이 있었어.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있고, 원하는 것을 할 수도 있는데, 역설적으로 동기부여가 적은 것 같아.
난 잘 이해가 안 돼. 그런데 내 주위에 이런 친구들이 몇 명은 있어.
친구들이랑 통화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근데 넌 일 안 해?" 하면
"오, 직장 나갔는데, 별로였어. 그래서 안가"
"아 그렇구나"
뭐, 더 할 말이 없지. 나한텐 돈 벌고 직장 가지는 게 당연하게 느껴지거든, 필요하기도 하고.
지금 같이 사는 하우스메이트가 한국인인데, 같이 수다를 많이 떨거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녀가 흥분하면서 한국이랑 똑같다고 해. 아하하하하.
(흠... 무슨 말인지 알겠어. 개인적인 차이도 있지만, 사회적인 구조라든가 세대 문제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 한국 사회도 꽤 비슷해 -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큰 캥거루족이라는 말도 있지.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대출 인생도 무시할 수 없어. 학자금, 구직하지 못하면 빚을 못 갚고, 구직해서 빚을 갚으면, 혹은 동시에, 다시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해야 하지. 한국의 집값은 구매 건, 임대건 비싸거든. 빚의 악순환인 셈이야)
그렇구나.
내 친구들 중 또 다른 일부는 해외에서 일하거나, 해외 구직을 많이 알아보고 있어. 우리 언니도 해외에서 일해. 졸업하고 포르투갈에서 구직이 너무 힘들어서, 지금 카타르항공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어. 카타르에서 살지.
나도 기회만 되면, 여러 곳에 가서 보고 경험하고 싶어. 내년까진 나도 여기 계약이 되어있는데, 그다음엔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물론 이런 건 사람마다 다르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나는 반대인 경우야.
그런데 나중엔 포르투갈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고 싶어.
세투발에 정착하고 싶느냐 하는 것은 잘 모르겠어. 포르투갈 있을 때는, 포르투갈이 정말 좋고, 친구와 가족이 있는 곳이 너무 좋고, 어떻게 떨어져 사느냐 이런 생각했는데, 또 여기 동티모르에 오니깐, 너무 좋아. 휴가 때 집으로 돌아가면, 세투발에서의 한 달이 너무 길게 느껴져, 지금은.
(자신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새로운 것, 생각지도 않던 것을 경험하고 "좋다~내가 이런 거를 좋아하네?!"라는 거 좋지 않아? 자신을 새로 알게 되는 경험은 좋지 않니?)
맞아. 근데 여기서 좋은 친구들이 없고, 혼자 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야. 물론 이런 건 고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고향에서 떨어지면 제일 생각나고 그리운 게 뭐야?
친구와 가족들이지.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재미나고 신기한 게 많으니깐 참 좋았어. 짧은 휴가가 생길 때는 근처 스리랑카나 인도네시아도 놀러 가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깐 가족 생각이 많이 나드라고. 특히 아플 때는 엄마가 보고 싶고.
또 문화적인 기회도 그리워. 리스본에서 콘서트 보러 가고, 전시회도 가고 그랬던 것들 말이야.
여기선 그런 부분이 아쉽거든. 그리고 거리에 나가 편하게 걷고 산책하는 것도 힘들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것도 그립고.
포르투갈에서 제일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꼽는다면?
음... 제일 좋은 것은 사람들, 싫은 것도 사람들이야.
좋은 사람들은 작은 마을 사람들 - 마주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미소를 건네고, 농담도 하고. 인간적인 사람들이지.
싫어하는 사람들은 작은 일에 간섭하고, 쓸데없는 오지랖을 떨고, 질투가 있는 사람들. 그리고 또... 사람들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슬퍼지고 우울해지고 그렇잖아. 그런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런 사람들은 싫어.
내 고향마을에도 그런 사람들이 다 있지. 같은 동네에 별별 사람들이 다 있지. 꼭 TV쇼 같아 - 한 편엔 아름다운 사람들, 한쪽엔 그렇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정치가, 공무원들을 별로 안 좋아해. 아주 무례하고 거만한 사람들이 있어. 여기도 그런 사람들이 있더라고 -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야.
그리고 꼭 포르투갈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데, 세상의 빈곤이 싫어. 여기 동티모르에 온 이후로 특히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
1달러 달라고 구걸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 그냥 주면 될까, 오늘은 줄 수 있다고 쳐도, 내일은?
포르투갈에도 빈곤자들이 많은데, 무언가 인간적이지 않은 부분, 구조적인 불의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돼.
이런 부분에 굉장히 좌절하고, 내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
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의료, 교육 같은 부분은 정말 중요한 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건 정말 중요한 건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볼 때마다 정말 좌절스럽고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