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심장, 포르투갈의 영혼 (1)

카를로스가 말하는 코임브라

by 마싸
카를로스는 69세의 변호사로, 유쾌하고 사교성이 좋은 남성이다.

대학으로 유명한 코임브라 Coimbra에서 약 40km 서쪽으로 떨어진 작은 도시인 피게라다포스 Figueira da Foz에서 태어나, 코임브라와 리스본에서 공부했다. 1976년 이후 현재까지, 관광 및 호텔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현재는 리스본과 코임브라, 피게라다포스를 오고 가며 살고 일하고 있다.

코임브라와 포르투갈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고향과, 공부하고 일하면서 시간을 보낸 코임브라를 매우 사랑한다. 포르투갈 중부지역 관광협회 (Turismo do Centro de Portugal)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30대 초반의 자녀가 3명 있는데, 마카오에 사는 딸을 보러 부인과 함께 긴 여행을 하곤 한다.


세뇨르 카를로스 베자. 캐리커쳐랑 똑같이 생기셨다. 머리와 수염은 흰색.

당신이 공부하고, 일한 코임브라는 어떤 곳인가요?

코임브라와 인근 지역은 포르투갈의 중심 혹은 포르투갈의 심장 Center of Portugual·Heart of Portugal이라고 일컬어지는 데야. 일단 지리적으로 포르투갈의 중앙에 위치해 있지.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유럽 전체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대학 중의 하나로 꼽히는 코임브라 대학이 있어서 학문과 지성의 요람이기도 해.

포르투갈에서 제일 정확한 포르투갈어를 쓰는 데가 코임브라야. 무슨 얘기냐 하면...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겠지만, 포르투갈어도 지역별로 다양한 억양과 사투리가 있어. 제일 정통에 가깝고, 정확한 포르투갈어는 코임브라 포르투갈어라고들 해. 수도인 리스본이 아니라.




코임브라와 리스본, 양 도시에서 살고 일한 경험이 있으시잖아요. 두 도시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각자의 특색이랄까 개성이 분명 다르겠지요?

아주 달라.

리스본은 잘 알다시피 포르투갈의 수도이고, 백만 인구가 사는, 포르투갈로 치면 아주 대도시이지. 리스본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과 하늘을 가진 도시야. 강에 바로 접해있어 외부로 열려있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관광객이 계속 방문하기에, 개방적인 성향의 도시야. 또, 현재의 리스본은, 18세기부터의 모습이 대부분인 꽤 현대적인?! 도시야. 1755년 리스본에 대지진이 일어나, 그 이후 도시가 전체적으로 재건되었지.

(*리스본 대지진 : 코임브라 (2)편 참조)


하지만 코임브라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야. 길, 교회, 건물 등, 모두 오래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물론 코임브라도 신도시 구역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옛 것 그대로의 도시야. 코임브라는 리스본에 비하면 그렇게 관광 지향적인 도시는 아니야.

코임브라의 큰 특징을 꼽자면, 매년 40,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코임브라 대학에 들어온다는 점이야. 한 도시가 매년 그 정도의 젊은 대학생들을 받는 거지. 학생과 함께 살아가고, 학생들을 위한 도시라고 할 수 있어. 캠브리지나 살라망카처럼. 코임브라의 정체성이 곧 대학이라고 할 수 있지. 아주 오래된 도시에 아주 젊은 영혼들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까. 그러기에 주민들이 개방적이야. 다른 포르투갈 도시와 비교해 볼 때, 학생들의 비중이 높지. 그리고 대학생들 중 많은 수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으로 유럽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야. 자연스럽게 개방적이고 활발한 분위기가 흐르는 거지. 리스본에도 대학이 있지만, 리스본에서의 대학은 “많은 것 중 하나”one of many things 일 뿐이야. 하지만 코임브라에서의 대학은 도시 그 자체야.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 EU 내 학생 교환 프로그램)


코임브라 주민들은 친화력이 좋아. 이건 관광객들 때문이 아니야. 관광객도 물론 있지만, 주인공은 학생들이지, 매년 새로 바뀌는!

그래서 주민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개방적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게 아주 자연스러워. 또 그런 태도나 성향이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에도 반영된다고 생각해. 코임브라 대학이 워낙 오래된 곳이어서, 대학을 보러 오는 관광객도 많아. 대학 도서관 건물이 특히 멋지지.

참, 리스본과 코임브라는 파두도 달라.




파두라면, 포르투갈 전통 음악, 말인가요?

파두 Fado는 사실 포르투갈어로는 운명, 숙명 이런 뜻이야. 보통 파두라고 하면, 관광객들은 흔히들 리스본 파두에 익숙할 거야. 남자나 여자 솔로 가수가 기타 연주에 맞춰 부르는 다소 애수 어린 곡이지. 그런데 코임브라 파두는 좀 달라.

일단 기타도 다르고,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과, 테마도 다 달라.

리스본의 파두는 주로 도시 노동자, 선원, 집시, 창녀 등 “밤의 사람들”과 연관이 있어. 이들이 파두를 부르고, 파두를 즐겼지. 20세기 들어서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Amália Rodrigues 덕분에 파두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데, 그건 리스본 파두 스타일이야.

코임브라의 파두는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거야. 주요 테마도 사랑과 코임브라에 대한 소다드saudade 라고 할까. 졸업하면 코임브라, 젊은 청년 시절을 떠나게 되니 그런 정서가 있겠지. 코임브라 파두를 부르는 사람들은 다 학생들이거나, 과거에 학생이었던 (현재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야. 아마추어라는 얘기지.

코임브라 파두는 상업 가수가 따로 없어. 학생들이 가수였기 때문에, 가사도 좀 더 시적이고 문학적이라고 할까. 리스본 파두는 직업Profession, 코임브라 파두는 음악에 대한 헌신Devotion이야.

중세, 근대처럼 아주 옛날에는 남녀유별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여자 집의 창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거야. 여자가 남자를 마음에 들어하면, 창문을 열어 내려다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창문을 열지 않는 거야. 이런 사랑의 세레나데나 음유시인 전통이 코임브라 파두와 맞닿아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리스본 파두에 비하면 좀 더 밝은 편이야.

내 친구들도 파두를 많이 부른다고. (인터뷰 중에 열심히 유튜브를 찾아서 보여주며) 이 놈은 교수고, 이 녀석은 정치인이야. 그렇지만 모두 파두를 부르지. 알메이다 산토쉬Almeida Santos는 아주 훌륭한 코임브라 파두 가수이자, 변호사이자, 포르투갈 국회 의장이었어. 루이즈 마링유Luiz Marinho 역시 내 친구야.

코임브라에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파두를 접하고, 파두를 부르기 시작하다가, 나중에 졸업해서 떠나고도 파두를 부르는 거지, 일생동안의 취미이자 헌신으로.

코임브라에 가면 1년 내내, 작은 레스토랑, 바, 파두 바에서 파두를 들을 수 있어.

작고 어둑한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잔을 앞에 놓고, 파두를 부르고 파두를 듣는 거야.



하하하, 무척 낭만적이네요. 저도 결혼 전에 신랑이 코임브라 파두 CD를 선물한 적이 있는데, 그게 그런? 의미였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사랑의 세레나데?!) 낭만을 잠깐 접어두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코임브라 대학은 오래되고, 전통 있는 대학인데, 코임브라 대학 졸업장이 포르투갈 사회에서는 어떤 특권이 되나요? 대학 동창끼리 서로 밀어준다든가, 취업할 때 좀 더 유리하다든가 하는 부분에서요. 포르투갈 요즘 젊은이들 역시 취업이 쉽지 않고, 또 이런 현상이 사회 문제화가 될 수 있을 텐데요.

과거에는 로스쿨은 코임브라, 공대는 리스본, 과학과 경제는 포르투, 건축은 브라가, 이런 의식이 좀 있었지. 하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거나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봐. 그런 구분이 많이 사라졌지. 요즘에는 완전 경쟁 시장이라고 할까.

포르투갈 요즘 젊은이들이 점점 더 취업 경쟁에 몰리고 있다는 것은 맞아. 많이들 리스본이나 포르투처럼 큰 도시로 몰리거나, 해외로 나가지. 시골지역은 젊은이들이 점점 더 없어지고, 나이가 들어가. 게다가 포르투갈은 해안지역과 내륙지역의 격차가 심해. 유명 관광지인 알가르브 정도만 예외일까, 포르투갈 나머지 지역은, 서쪽 해안지역에서 100km만 동쪽으로 들어와도, 내륙 안쪽 지역은 점점 공동화가 되어가고 있어. 물론 내가 젊었을 때도, 대도시에 사람이 많고 시골은 사람이 덜 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 차이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어.

내륙에는 젊은이가 없어. 구직하려는 젊은이에게 물어본다면, 다들 리스본이나 포르투를 원하지. 내륙지역엔 뭐가 없으니깐. 이쪽 지역에는 젊은이를 고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 다른 데보다는 훨씬 더 높게 임금을 지불해야 해. 내가 정책 입안자라면, 내륙지역의 산업과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재정,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을 할 거야. 창업을 하는 데 세제혜택을 준다든가 하는 지원책이 필요해.



카를로스의 지도

호텔관광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셨으니, 최근 몇 년 새 포르투갈의 관광객 증가가 특별히 더 반가우시겠어요. 온화한 기후, 역사, 아름다운 해변 등 포르투갈 자체의 매력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프랑스나 스페인처럼 이웃 관광대국에서 일어난 테러로 인해, 상대적으로 포르투갈의 안전함이 더 부각된 것도 중요한 요인일 텐데요. 한국에도 최근 포르투갈이, 천천히, 하지만 점점 더 알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 최근 한 한국 방송사에서도 포르투갈에서 촬영을 해 갔구요. 그러나 대부분 관광객들이 리스본 아니면, 가톨릭 신자의 경우 파티마 정도를 가는 것이 대부분일 텐데, 포르투갈에 가면 어디를 가야 한다 라는 개인적인 추천이 있으신지요?

우선 북쪽 지역을 추천해. 포르투와 브라가가 대표 도시지. 브라가는 포르투갈의 첫 번째 주교가 있었던 곳이야. 포르투갈은 북쪽에서 시작되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나라를 확장해갔지. 북쪽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어.

아름다운 해변이나 관광지 혹은 휴양지를 보고 싶다면, 당연히 남쪽 알가르브 지역이지.

오래된 포르투갈과 젊은 분위기, 멋진 대학을 보고 싶다면 당연히 코임브라! 특히 매년 5월 경 열리는 학생축제는Queima das Fitas 정말 흥겹지. 매년 시험 보기 전에, 축제가 벌어지는데,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거의 10일 동안 모두가 취하고, 춤을 추고 즐기는 축제야. 그리고 가죽 가방과 8개 단과대학 별 상징색의 리본이 있는데, 이것을 태우면서 학생들이 축하를 벌이지. 콘서트나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도 많고, 코임브라 전체가 아주 축제 분위기야. 구성당 계단에서는 밤새 파두를 부르기도 하고. 리스본이나 포르투의 학생들도 놀러와. 요즘에는 좀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느낌도 있지만, 코임브라가 제일 떠들썩하고 활기찬 때임은 분명해. 학기 초에는 신입생 신고식 문화도 있어. 선배들이 좀 짓궂은 미션을 주거나, 신입생을 곯리거나 하기도 해.

코임브라는 7~8월에도 소소한 축제가 많고, 분위기가 좀 다르게 활기차져. 포르투갈 학생들은 이 여름 방학 기간 중에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해외여행을 가거든. 반면, 외국인 학생들이 7~8월 중 단기 어학연수나 문화강좌를 들으러 많이 와서 생기로운 분위기가 넘쳐.

비교적 신식 도시에 운하가 있는 아베이루도 무척 아름다운 소도시야.

가장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마을이라면, 당연히 오비두스를 꼽겠어. 성벽 안에 올드타운이 펼쳐지는데 무척 아름답지.



코임브라를 무척 사랑하시는군요! 하하하하.

마지막 질문입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가장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을 각각 하나씩 말씀해주시겠어요?

포르투갈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적인 측면Humanity이라고 생각해. 포르투갈은 세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사형제를 금지한 나라야.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마음이 너그럽고, 공감능력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비록 과거에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인간적 측면이 풍부하다고 봐. 포르투갈인들은 대항해시대부터 해외에 많이 나갔는데, 현지인과 자연스럽게 융합이 많이 된 편이야. 현지에 정착해서, 가족을 꾸리고 사는 일이 흔해. 그래서 포르투갈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응주의자Conformist적인 기질이야. 무언가 일이 잘못되더라도 싸우거나 저항하기보단, 이게 내 운명인가 보다, 그런가 보다 하는 태도가 좀 있다고 생각해. 우리 아버지 세대는 특히 “흐름에 저항하지 말자, 대세에 맞서지 말자 Don't trouble the water" 라는 태도가 만연했고, 때문에 오랜 기간 독재자가 가능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

(*살라자르 독재 : 코임브라 (2)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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