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실 - 남, 13세

인터뷰

by 마싸

이게 마이크죠?

네, 동의합니다. 녹음에 동의합니다. 녹음해서 정식 기록에 쓰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또 뭘 말해야 되지... 아, 맞다. 저는 여기 한 달 있었어요. 더 있고 싶습니다. 이건 제 의사입니다. 제가 원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한 달 동안요? 네, 뭐, 마음에 들어요. 아주 편안하고, 밥도 너무 맛있어요. 운동하는 것도 좋고요. 옷도 다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문제요? 뭐 특별히 없어요. 다 좋아요. 네? 아, 이쪽 팔은 아직 움직이기 좀 힘들어요. 의사 선생님이 다른 쪽 팔은 괜찮은데, 왼쪽 팔과 겨드랑이, 옆구리는 상처가 심하대요. 옆구리는 가끔 간질간질해요. 웃고 싶게 간질간질한 게 아니고, 꼭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처럼 간지러워요. 네, 의사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어요.


다른 애들은 어떻냐고요? 다 괜찮아요. 뭐, 저는 원래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다들 좋은 애들 같아요. 아, C랑요? 아니에요,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싸운 거 아니에요. 제가 한 마디 했는데, 혼자 흥분하면서 막 울면서 뛰쳐나가더라고요. 좀 이상한 애예요. 하여간 앞으로는 말 안 할 거예요. 전 그 애가 싫지도 좋지도 않거든요. 아, 사실... 모르겠네요. 그 애 자체는 그냥 얌전하고 순한 애 같아요. 그런데 밥 먹을 때 꼭 그렇게 중얼중얼하면서 기도하고 먹어야 하나요? 다른 애들도 있는데. 아, 제가 절대 뭐 종교나 사람, 차별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아직도 이모부가 생각나서요. 여기 처음 왔을 때 말씀드렸잖아요? 이모부가 기도를 제대로 못 한다고 때린 적이 정말 많았거든요. 뭐, 하긴 그뿐만은 아니었지만요. 방이 더럽다, 공부를 못 한다, 머리카락을 제대로 안 빗었다, 또 한 번은 제가 입은 티셔츠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렸어요. 지금에서야 미친놈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무서워요. 맞기 싫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정말 이모부 말대로 저한테 악마가 들었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해요. 네? 아, 알아요. 상담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게 아니라는 거 아는데, 가끔 왔다 갔다 할 때가 있어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게 맞나, 이제 이모부가 올 시간인데, 빨리 와서 이 줄을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풀리고 나면 또 맞을 텐데, 그냥 안 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순간 깜짝 놀라면서 깨어나거든요. 꿈꾼 건 아닌데, 제가 그냥 정신을 놓고 있다가 그러나 봐요. 네, 맞아요. 생각 안 해야죠. 이젠 안전한 곳에 있으니깐요.


네? 보호자 조사 내용이요? 네... 네... 그러니깐 제가 가출한 이후 지금까지의 기간 동안 보호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나 뭐 이런 거네요, 말하자면? 지금 읽어보라고요? 네...


흠... 뭐, 다 아는 내용이에요. 저희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행방불명. 네, 제가 어렸을 때, 이모네 절 맡기고 집 나갔어요. 그때 이후론 소식을 들은 적 없고요. 이모가 3년 전에 돌아가셨고, 그때부턴 이모부와 둘이 살고... 제가 맞다가 경찰서에 가서 신고한 적이 2번 있고요. 그때마다 그냥 이모부는 경고만 받고, 저는 다시 그 집으로 갔죠. 달리 갈 곳이 없어서요. 마지막에 가출했을 땐, 가출하기 전에 편지를 써 놓고 왔어요. 그동안 당신이 나를 어떻게 학대했다는 것에 대한 동영상 증거가 다 있다고요, 몰래 녹화했다고요, 날 찾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도 그 증거 공개 안 하겠다, 만약 날 찾을 생각 하거나 시도하면, 바로 당신네 신도들한테 뿌려 버린다고 썼죠. 겁이 났나 보네요. 진짜 녹화를 좀 해둘 걸...


이제 다 되었나요? 아, 여기에다 서명하라고요? 어디 보자... 네... 네... 여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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