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뻔하다'에 대해서
어찌 보면 인생은 요행의 연속이다. 순전히 운이 좋아 화를 면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건강과 인생에서 쌓아 온 것들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요행히 넘기고 얻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운이 미치지 못해 결국 큰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심지어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뻔하다
보조형용사
I. (동사 뒤에서 ‘-을 뻔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상황이 실제 일어나지는 아니하였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았음을 나타내는 말.
예문)
차에 치일 뻔했다.
하마터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물에 빠질 뻔했다.
잠시 후 물살이 더욱 드세어지자 우쭐 떠내려갈 뻔한 웅보는 손을 휘저으며 허우적거리다가, 가까스로 버드나무 가지를 휘어잡았다. 출처 <<문순태, 타오르는 강>>
(표준국어대사전)
학생들에게 '-을 뻔하다'를 가르칠 때는 실제로 넘어지는 시늉을 한다. 넘어지기 직전에 가까스로 균형을 잡고 일어서서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넘어질 뻔했어요."라는 말을 큰숨처럼 내뱉는다. 그리고 한 번 더 강조한다. "넘어질 뻔했어요. 그렇지만 넘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넘어질 뻔했어요, 다칠 뻔했어요, 지각할 뻔했어요, 사고를 당할 뻔했어요, 큰일날 뻔했어요, 죽을 뻔했어요.
이 말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넘어지지 않았고 지각하지 않았고 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넘어지지 않았고 지각하지 않았고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가까스로 선을 넘지 않았다는 안도와 요행에 대한 감사의 마음, 놀란 가슴의 쿵쾅거리는 소리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표현을 가르치는 시간이 참 좋다. 학생들과 각자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그렇지만 운 좋게 비켜갈 수 있었던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삶에 대한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서 지각할 뻔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못 올 뻔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적이 있어요."
"큰일날 뻔했네요.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렇게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그리고 학생이 만들어 준 센스있는 예문은 덤^^
"한국에 오지 않았으면 선생님을 못 만날 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