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MH Nov 01. 2020

입학 서류

유아원이든 방과 후 학교든 아이들의 입학서류는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보호자의 사인을 요구한다. 하지만 별다른 내용은 없다. 보호자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정도만 있고 학부모의 직업이나 생활환경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 나머지 많은 서류들은 그 아이의 건강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알레르기나 아스마에 대한 장황한 내용에 학부모는 여러 번 사인을 하게 되고 모든 예방접종을 다 했다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많은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는 만큼 건강 문제가 가장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가끔 텔레비전을 통해서 방송되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자폐아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예방접종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의료계가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인 학부모들이 있었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질병들, 예를 들면 홍역이나 수두 같은 질병들이 발생되면 센터에 나오는 것이 금지된다는 조항에도 사인을 해야 했는데 2018년 1월부터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유아원에 입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부모가 예방접종을 '양심적 거부'를 할 수는 있지만 유아원에는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예방접종의 안전성은 검증이 되었고 전염병의 위험은 점점 더 걱정스러워지는 상황에서 법이 바뀐 것이다.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는 내가 근무하는 동안은 보지 못했다.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아들이 유아원에 다닐 때 수두가 발병했는데 우리 반 아이들 거의 다 순식간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벌써 거의 25년도 더 된 일이다. 그렇게 급박한 상황인데도 아무도 걱정스러워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오히려 심하게 앓고 나면 다시는 수두를 앓지 않는다고 안심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전 홍역은 한 번 앓고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때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금은 물론 수두도 예방 접종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전염병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매 순간 실감하고 있는 우리는 간절히 예방약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들에 대해서는 사실 예방접종으로 걱정을 크게 덜게 되니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아스마나 알레르기는 아주 흔할 뿐만 아니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아주 심각한 알레르기인 아나필락시스를 가진 아이도 많은 편이어서 늘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센터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가 입학하면 센터에서 음식물을 준비할 경우 자체적으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가정에도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협조를 요청한다. 하지만 모든 알레르기 요소를 없앨 수는 없는 일이므로 늘 조심하고 만약의 사태에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위급할 수 있는 알레르기와 아스마이기에 학부모님들은 여러 형태로 된 여러 장의 아스마와 알레르기에 대한 서류에 사인을 해서 입학원서와 함께 첨부해야 했다. 입학원서를 내고 나서도 중간중간 또 확인하는 질문을 다시 하고 학부모들은 알맞은 정보를 제공하고 사인을 해야 했다. 그렇게 서류들이 모여 어린이 한 명당 두꺼운 서류를 보관해야 했다. 생명이 달린 일이어서 매 번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전 03화 당황스러운 첫 만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