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손만두

by anego emi

만두를 이쁘게 빚으면 이쁜 딸을 낳는다 는 말이 있다. 처음 이 말을 엄마로부터 들었을 때 만두 소가 고봉으로 담긴 세숫대야 같은 대접을 가운데 놓고 언니와 나, 엄마가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있었다. 손재주가 없는 언니는 몇 개를 간신히 만들어 놓고 도망갈 핑계를 급조해 자리를 떴고, 손재주가 제법 있던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엄마와 지루한 작업을 이어갔다. “ 아이고, 우리 딸내미 손 야무진 것 봐라. 만두 빚는 거 보니 이쁜 딸 낳겠네...”엄마는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하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입을 삐죽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대받아 쳤다. “ 칫… 일 시키려고 별 말을 다 지어내는 군. 그럼 엄마는 만두를 잘 못 빚져서 나 같은 못생긴 딸을 낳은 것인가? ”내가 빚은 만두처럼 이쁜 언니는 저렇게 만두를 못 빚어도 그녀 뺨치게 이쁜 딸을 낳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만두소가 담긴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만두를 빚었다. 그때 이미 만두 빚기의 달인 경지에 이르렀던 나는, 미국 유학 시절에도 추석을 맞아 만두를 빚어 먹자는 교포 언니의 꼬임에 빠져서 만두 빚기에 자발적으로 동원되었고, 역시 엄청난 양의 만두 소가 담긴 세숫대야 같은 대접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유학생 몇몇과 만두를 빚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만두 소의 양에 ‘아직도 고대론데?’ ‘ 도대체 몇 개를 만드는 거야’ 하는... 불만이 집안에 흐르던 음악 소리에 섞여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일어선 자들이 밍기적 밍기적 딴짓을 하다가 하나둘 풍선의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또, 나와 주최자인 언니 둘만 남아 산더미 같은 만두 소가 담긴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만두를 빚었다. 그런 나를 힐끔힐끔 보며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던 미국인 형부는, 나에게 다가와 차가운 맥주 한 캔을 건네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케이가 만들어 놓은 만두 소를 보고, 오늘도 가여운 네가 저걸 다 만들겠구나... 생각했어.”그리고는 비비고 만두처럼 이쁘게 빚어놓은 만두 하나를 집어 들어 빤히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나의 어여쁜 만두들은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보송보송해진 물광 피부를 잠시 뽐내다가, 큰 쟁반에 가지런히 줄 맞춰서 올려짐과 동시에 냉동고 속으로 보내졌다. 못난 딸을 낳을 것이 분명한 배신자들이 만들어 놓은 못난 만두는, 그날 즉각 만둣국으로 처분되어 저녁식탁에 올랐다. 이쁜 딸은 못 낳았지만 가끔은 그때처럼 둘러앉아 만두를 빚고 싶어 진다. 이번 추석에 만두를 빚으면 어떨까 라는 내 물음에 엄마는 무심하게 답했다. “ 만두는 비비고야!”<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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