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삼각김밥

by anego emi

도쿄 유학시절 나는 아침마다 학교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를 샀다. 하나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먹고 나머지는 중간 휴식시간에 먹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 중노동에 가깝고, 나이와 함께 떨어진 체력은 이렇게 탄수화물이라도 보충해야 버틸 수가 있었다. 일본의 삼각김밥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데, 아마도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밥이 맛있었다. 고슬고슬 부드럽고 쫀득한 밥알이 짭조름 한 다양한 소들과 잘 어울렸고 국물이 없어도 잘 넘어갔다. 저녁 보충수업이 있는 날에는 나는 무려 4개의 삼각김밥을 먹어치우기도 하는데, 밥양으로 치면 두 공기는 충분히 되고도 남았다.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버틴다더니 일본사람도 매한가지다. 함께 그림을 그리던 일본 청춘들도 늘 가방 속에 삼각김밥 한 두 개는 넣어두고 출출할 때마다 도시락 까먹듯이 꺼내 먹는다. 요즘은 우리네 편의점에도 다양한 삼각김밥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 맛 또한 점점 좋아져서 이제는 컵라면 없이도 거뜬히 먹어치울 수 있다. 게다가 계절 한정으로 나오는 삼각김밥은 그야말로 별미다. 최근에 나는 겨울한정 꼬막비빔 삼각김밥을 우연히 사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꼬막살은 크지는 않지만 제법 덩어리가 씹이고 간장양념으로 비벼놓은 밥은 감칠맛이 돌았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삼각김밥은 개수가 많지 않아서 금세 동이 난다. 오늘 산책길에 편의점에서 딱 하나 남은 이 삼각김밥을 운 좋게 사고 소풍 나온 아이처럼 공원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며 맛있게 먹었다. 이 삼각형 밥 한 덩어리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혼잣말을 해본다. ‘ 그래… 점점 살기 어려워지는 세상, 이 삼각 김밥만큼 고마운 사람으로 살면 된다.’ <아네고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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