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느긋하게, 뜨겁게' 어떤 작가가 자신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저는 무척 작가다운 멋진 대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에게도 이 질문을 던져보았죠. 금방 답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천천히 길을 걸으며 테이아웃 한 아아를 몇 모금 마시다가 반짝하고 무언가가 떠올랐답니다. 막 나이의 앞자리가 4에서 5로 바뀔 즈음에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는데 그때 어디선가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삶의 권태로움을 피하고 싶다면, 명사가 아닌 동사로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명사는 목표지향적이고 그 뜻이 품고 있는 개념에 갇히지만, 동사는 행동지향적이며 상황에 따라 그 해석이 다변적이므로 풍부한 삶을 살게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사 앞에 부사가 붙으면 가슴이 뛰겠구나 하고요. 그래서 생각했더랬습니다.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다는 나이 듦에 따르는 공허함을 이길 나만의 주문을 만들어 보자고요. 그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볍게 느긋하게, 유쾌하게'.. 그 뒤에는 당연히 행동을 유발하는 동사가 짝을 이루겠지요. 그러고 보니 작가의 대답과 사뭇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은근슬쩍 기분이 좋아지네요. 작은 목소리로 주문을 외워봅니다. 가볍고, 느긋하게, 유쾌하게... 오늘도 잘 보내보자 하고요.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