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후회안해?"
중학생이 된 아들은 아빠의 직업에 대해 잘 몰랐다.
학업중단,위기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교육복지활동가, 세상에 이런 직업 분류는 없다.
누구에게도 아빠의 직업을 설명할 수 없었다.
회사원, 공무원, 사업주 아니면 교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사'자 들어가는 직업명도 없으니 자기 친구들에게 아빠를 설명하기 어렵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중3 아들과 마주앉아 점심을 먹는데 요즘 진로고민이 많다고 얘기하던 아들이 아빠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간다.
"나는 아빠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어. 대충 느낌만 있어."
그래 아이들에게 시시콜콜 얘기하지 않으니까. 아주 어릴때부터 일하는학교 형누나들을 만나면서 대략의 이해만 있을뿐이다.
"갈곳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건가?"
(이건 옆에있던 초6 둘째의 말)
"갈곳 없는 건 아니고, 길을 못찾는 형 누나들이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가지고 꾸준히 살아갈수 있게 도와주는거지?"
"엄청 좋은 일이네!"
"그래?"
"아빠는 월급이 얼마야?"
"한달에 ○○만원 정도야"
"아빠는 후회안해?"
"뭐를?"
"좋은 대학 나와서 돈을 더 많이 벌수도 있었을텐데, 후회해본적 없어?"
"응. 없지. 이것보다 더 의미있고 가치를 느낄수 있는 일을 만나기 어려울것 같아. 아빠는 돈 많이 벌거나,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것보다, 네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을 하면 좋겠어"
"아빠는... 엄마한테 안 미안해?"
"..... 미안하지. 그런데 뭐.. 엄마도 다 알고 결혼했으니까. 엄마가 잘 벌잖아 ㅎ"
"요즘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나는 어린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이 좋은것 같애. 그런거 하려면 뭘해야하지?키즈카페인가?"
"좋은데. 아주 어린 아기들 보는게 좋은지, 초등학생 정도가 좋은지 다를것 같은데?"
"나는 초등학생 저학년"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해보면 경험을 먼저 해보는게 어때?"
아들과의 대화는 더 길게 이어졌다.
늘 밤늦게 퇴근해 얼굴 마주치기 어렵던 아들이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지낸다는걸 알게됐다.
두 아들이 어릴때부터 자주 만났던 형,누나들이 이제는 직업을 자립해서 잘 살아가고, 아빠가 하는 일들을 함께해줘서 너무 좋다는 이야기는 할 기회가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