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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의 결혼식

by 이정현

오늘은 오랜 제자의 결혼식.

내가 성남에 처음와서 만났던 학생들 중 한 친구다. 학교보다는 집으로 찾아갈 일이 많았고, 거리에서 다른 공간에서 만난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지난 시간동안 있었던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떠오른다. 한 청년의 긴 성장과정에 많은 선생님들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쏟았다. 감당할 수 없을것 같은 상황들에 두려웠던 날들, 피하고 싶고 스스로 비겁해지는 날들도 많았다.

참 잘 성장해서 가정을 꾸렸다.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이 고된 일이니까.
본인 스스로가 정말 많이 애썼다.
실수하고 비난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발한발 성장하려고 끝까지 애썼다. 무수히 많은 실패와 좌절 들을 겪었지만 힘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점이 멋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폼나게 편지를 읽어주고 싶었는데, 마음이 너무 울먹거려서 제대로 하지를 못했다. 그래도. 좋은 사람, 좋은 어른들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참 다행이다.감사하다. 이제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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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아. 결혼 축하해.
그동안, 네가 고민될때 힘들때 심심할때 편지를 써주면서 답장 좀 해달라고 무수히 많이 했었는데. 제대로 답한번 안하다가 결혼식이 되어서야 쓰는구나. 너무 미안하다. 사실 네 전화도 자주 받지 않았지. 그것도 너무 미안하다.

네가 열여섯살일 때 너를 처음 알게 됐었는데 벌써 15년이 지났다.
너는 참 칭찬에 목마른 아이인데, 늘 더 잘하라고 나무라고 잔소리하고 지적하고 그러면서 시간이 많이 흘러갔구나. 그래도 참 잘 커서 가정을 꾸리고 정말 어른이 되었구나.

사실. 그냥 축하한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축하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고 감격스럽기도 하고. 너를 아는 모든 선생님들의 마음이 그럴거야.

15년동안 네 선생님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이상해. 너에게 영어도 가르쳐보고 수학도 가르쳐보고 역사도 가르쳐보고 글쓰기도 가르쳐보고 안가르쳐본 과목이 별로 없는거 같은데. 수업했던 기억보다는.. 공부안한다고 도망다니는거 쫓아다니고 집에 데리러가고 집에 데리러가서 몇시간씩 잔소리하고, 할머니랑 같이 너 공부안한다고 서로 하소연하고. 왜 그런 기억들만 많은거지?

하지만 공부 대신 너는 사진 찍고 영상 만들고 글쓰기하고. 그런 예술적인 활동을 잘하고 좋아하는 아이였지. 영상캠프도 가고 글쓰기 모임도 하고 사진 전시회도 했던 기억들이 많이 난다. 많은 선생님들이 너의 그런 감성과 표현들을 칭찬하고 기대했었지. 나는 그런 너를 보면서, 네가 너무 우쭐할까봐 말은 안했지만,
언젠가 네가 커서 굉장한 사진작가나 영상감독이 돼서 학교로 찾아오는 그런 영화같은 상상도 하곤 했었어. 그래서 한동안은 더 사진이나 글쓰기를 더 열심히 애쓰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기도하고 혼자 아쉬워하기도 했었나봐.


이제는 네가 작가가 되지 않았어도 감독이 되지 않았어도 괜찮다고 생각해. 사진찍고 글쓰면서 재미있었고 행복했었고 꿈꿀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그럴테니까. 또 아직 너에게는 펼쳐진 시간들이 아주 많으니까.

OO아. 너를 알게되고 15년 동안. 아니 너의 일생동안 너는 참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지. 네가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참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너는 참 많은 어려운 일들을 견뎌내고 이겨내왔어.
지쳤던적도 있고 멈췄던적도 있고 뒤돌아간적도 있었지만. 너는 항상 포기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려고 도전해온 사람인 것 같아.
어떤 사람들은 네가 도전하고 노력해온 시간들에 대해서. 노력이 부족하다고, 절박함이 없다고. 함부로 평가할지도 모르지만.
나도 너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너는 다른 사람들이 너를 평가하는 말들에 많이 상처받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그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라지려고 하고 나아지려고 하고 또 어떻게 발전해야할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하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해.

나는 이제서야 네가 얼마나 많이 노력해온 사람인지 잘 알수 있을것 같다.

그래서 어느새 이렇게 잘 성장해서, 좋은 사람 좋은 남자친구 만나서 결혼까지 하게 됐잖아. 네가 좋은 사람이니까, 노력하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거야.

이제 선생님들한테 자꾸만 '저 많이 성장하지 않았어요?', '많이 발전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묻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너 스스로가 생각하는것보다 강하고, 멋있는 사람이야. 괜찮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으로 잘 성장했으니까,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가족도 될 수 있을거야. 너를 잘 알아본, 남자친구 이제는 남편이 된 분도 참 훌륭한 사람이고.
앞으로 남은 일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랑 다른 가족들 주변 사람들에게 네가 가진 좋은 모습들 밝고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들을 잘 표현하고 느끼게 하는 것 같애.
당연히, 잘할 수 있을거야. 아주 밝고 화목한 가정이 될거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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