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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이 일이 좋아

by 이정현

<힘들어도, 이 일이 좋아>


오늘은 다음주 이사를 준비하는 청년 '햇살'이와 이사할 집의 공간치수를 재고 공간구상을 함께 했다. 혼자 이사 준비를 하다보니 돈도 부족하고 뭐를 해야할지 몰라 막연하게 불안한상태로 시간만 흘러갔다고 한다.


혼자 이사 준비하다가 뭔가 필요한게 생각나면 얘기하라고하고 한동안 그냥 두었었는데, 먼저 뭔가를 부탁하기는 민망했나 보다. 뒤늦게 급한 이사준비를 한다.


그래도 혼자 알아보고 구한 집이 나쁘지않아서 다행이고, 우리집과 가까워서 동네이웃이 한 사람 생겨서 좋다. 함께 머리를 모으니 햇살이는 불안한 마음이 줄어들고, 새로운 생활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상상하며 활짝 웃었다.


요즘 몇 달. 일은 너무 많고, 돈문제 사람관계 청년들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 때문에 마음이 많이 닳았는데. 햇살이의 밝아진 얼굴을 보며, 이 일을 하며 살아가는 오늘이, 감사하고 참 좋다고 느꼈다.

별 생각없이 시작해서 하다보니 20년째가 되었다. 위기 환경, 험난한 삶의 역사를 가진 청년청소년들을 만나는 일. 경험삼아 해본다는 무책임한 말로 시작해선 안되는 일인데,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그렇게 시작했다.
결혼 앞두고 2년만 해보겠다고 약속하고 시작했다가, 하루하루가 막막한 친구들이 늘어나고 자립을 돕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보니 20년이 지나갔다.
(사실 자립을 도우려 했던건, 그들의 삶이 빨리 안정되어야 나도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돈도 사람도 시간도 부족하고. 내 아이 가족 돌볼 여유도 없고. 청년들의 상황은 짧은 시간에 변화되기 어렵고. 끊임없이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지원방식들을 만들어내야하고. 참.. 상상했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고단한 길이었다.


그래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좋다. 감사하다.
이 친구들이 회복하고 성장하고 자립해가는 시간들을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게 참 좋다.

정말 많은 청년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자립해가는 이야기를 무수히 볼 수 있었다. 청년들의 놀라운 견딤과 노력과 변화의 순간들을 만났다.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소진되었던 에너지가 금방 다시 차오른다.

예전에는 청년들의 미래가 두렵기만하고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꽤 희망과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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